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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훈

대법 "초등학생에 '뽀뽀해 달라' 요구는 아동복지법 위반"

야구부 코치 상고심서 무죄 부분 파기 환송

2016-09-1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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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정해훈기자] 초등학교 여학생에게 "가슴살 좀 빼야겠다"고 말하고, 어깨를 주무르도록 하거나 뽀뽀를 요구하는 행위는 아동복지법 위반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내려졌다.
 
대법원 3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성폭력처벌법 위반(13세미만미성년자강제추행)과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경기 성남시 H초등학교 야구부 코치 김모(32)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원심판결 중 무죄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고 17일 밝혔다
 
재판부는 "김씨의 행위는 피해 아동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는 성희롱으로서 피해 아동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가혹행위에 해당한다고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김씨가 다른 사람이 없는 폐쇄된 공간에서 피해자에게 안마를 시키고, 피해자의 신체 부위를 평가하는 말을 한 것은 초등학교 야구부 코치가 그 학교 여학생을 상대로 흔히 할 수 있는 통상적인 행위라고 볼 수 없다"며 "피해자는 경찰 조사 당시 김씨의 "가슴살을 빼야겠다"는 말에 대해 불쾌감을 느꼈다고 진술했다"고 지적했다.
 
또 "야구부 숙소 밖으로 나가는 피해자를 따라 나와 계단에 서서 앞에서 안은 뒤에 자신의 얼굴을 들이밀면서 3회에 걸쳐 뽀뽀를 해달라고 요구했는데, 그 과정에서 상당한 정도의 신체 접촉이 있었다"며 "다른 사람이 없는 상태에서 뽀뽀를 요구하는 행위는 성적 수치심을 느끼기에 충분하고, 김씨는 검찰에서 피해자의 외모가 성숙해 보이고 여자로 느껴져서 순간적으로 그와 같은 행위를 했다고 진술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해자가 김씨의 일련의 행위에 대해 행위 당시 적극적으로 거부의 의사표시를 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피해자는 그 나이 등에 비춰 볼 때 성적 자기결정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있을 정도의 성적 가치관과 판단능력을 갖췄다고 할 수 없다"며 "피해자가 자신의 성적 행위에 관한 자기결정권을 자발적이고 진지하게 행사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앞서 김씨는 지난 2014년 7월 H초등학교 체육관 뒤에서 당시 6학년이었던 A(13)양을 끌어안은 채 엉덩이를 툭툭 치고, 입을 맞추면서 양손으로 A양의 얼굴을 붙잡아 움직이지 못하게 한 후 입안으로 혀를 집어넣고 입속을 핥아 강제로 추행하는 등 성폭력처벌법 위반(13세미만미성년자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됐다.
 
김씨는 그 무렵 이 학교 야구부 숙소에서 6학년이었던 B(14)양에게 매트 위에 누워있는 자신의 어깨를 2분간 주무르게 하고, B양이 숙소를 나가려고 하자 붙잡아 갑자기 끌어안은 다음 뽀뽀를 해달라는 취지로 얼굴을 들이밀면서 추행한 것으로도 조사됐다.
 
1심 재판부는 A양에 대한 행위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2년6월에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선고했지만, B양에 대한 행위는 혐의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씨가 피해자에게 강제로 안마를 시킨 것은 아니었고, 피해자도 이에 대해서는 별다른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다"며 "피해자에게 3번 정도 뽀뽀를 해달라고 요구했던 사실은 인정할 수 있지만, 이에 대해서는 피해자가 응하지 않아 직접적인 신체접촉은 없었던 점 등을 종합하면 피해자의 나이가 어리다는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김씨의 행위를 '추행'이라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검사는 B양에 대한 성폭력처벌법 위반(13세미만미성년자강제추행) 혐의 부분을 주위적으로 유지하면서 같은 내용으로 예비적 공소사실을 추가한 후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항소했지만, 2심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김씨의 행위가 피해자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는 성희롱 행위라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피해자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성적 폭력이나 그 행위의 수단이나 결과가 가혹한 행위, 즉 학대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우며,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결했다.
 
오히려 2심 재판부는 김씨가 범행을 인정하면서 잘못을 반성하고 있는 점, 이 범행이 사전에 계획된 것이 아니라 다소 우발적인 것으로 보이는 점, 김씨가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초범인 점, 당심에 이르러 피해자 측과 합의한 점 등을 이유로 양형이 부당하다는 김씨의 항소를 받아들여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김씨의 행위가 학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 부분 예비적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구 아동복지법 제17조 제4호의 '아동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는 성희롱·성폭력 등의 학대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2심판결을 뒤집었다.
 
대법원. 사진/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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