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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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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미국에 의한 '널뛰는 환율'이 무서운 이유

2016-08-24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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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가 쓴 소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의 배경인 나미야 잡화점은 고민 상담점이다. 원래 주인이었던 할아버지가 고민 상담을 해오는 편지에 일일이 답장을 해주던 소중한 추억이 깃든 곳이다.
 
몇 십 년이 흐른 후 낡고 아무도 찾지 않는 나미야 잡화점에 도둑 세 명이 숨어들어갔다가 기이한 체험을 하게 된다. 잡화점은 과거와 현재가 이어지는 공간이었다. 도둑들은 잡화점으로 온 고민상담 편지를 우연히 읽게 되면서 편지에 답장을 하기 시작한다.
 
도둑들은 자신들이 쓰는 답장이 과거로 전해지는 편지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들에게 솔직하면서도 꼭 필요한 조언자 역할을 한다. 그들은 고아로 자라다가 자신을 돌봐준 이모할머니를 위해 돈을 많이 벌고 싶다는 여성의 고민편지를 보게 된다. 그 여성은 돈을 벌기 위해 클럽에 나가고 있었다. 도둑들은 그 여성에게 이렇게 답장한다.
 
"경제 관련 공부를 철저히 하십시오. 증권 거래와 부동산 매매에 대한 공부를 하세요. 저금을 해서 부동산 매입을 하세요. 최대한 도쿄 중심부와 가까운 곳이 좋습니다. 어떻게든 1985년 이전에 부동산을 매입해야 합니다. 1986년 이후 일본은 사상 유례없는 호경기로 부동산 가격이 급등합니다. 1985년부터 1989년까지 어떤 종목의 주식을 사도 손해 보는 일이 없습니다. 하지만 명심해야 해요. '투자로 돈을 벌 수 있는 건 기껏해야 1989년까지입니다.' 가격이 더 뛸 것 같더라도 1989년 이전에 모든 투자에서 손을 떼세요."
 
도둑들이 여성에게 조언한 내용은 '3차 환율전쟁' 이야기이다. 일본 황금기와 '잃어버린 20'의 시작을 정확히 짚고 있다. '약한 달러'의 공격에 '강한 엔'이 패배한, 사실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일본 경제불황의 근본적인 원인이기도 한, 미국에 의한 미국을 위한 환율전쟁의 패배담이다. 즉 환율이 경제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기도 하다.
 
요즘 외환시장을 보면 원·달러 환율의 흐름이 심상치 않다. 최근 3개월간 달러 대비 원화 절상률은 7%수준에 육박하고 있다. 주요 신흥 국가들 중 브라질을 제외하고는 가장 큰 폭으로 절상되고 있는 상황으로 전문가들은 1050원선까지 주저앉을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이에따라 원화 강세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는 국내 수출기업들이 울상이다. ·달러 환율이 하락하면 수출업체의 가격경쟁력이 약화돼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19개월 연속 수출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경제의 저성장 고착화에 일조하는 것은 아닐지 우려하는 시선이 많다.
 
외환당국의 직접 방어도 어렵다. 미 재무부가 10월 발표하는 올해 두번째 환율보고서에서 한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수 있기 때문에 당국이 원화절상 억제 노력에 나서는 것은 부담스럽다.
 
결국 환율의 변동성을 최소화하는데 초점을 맞춰야한다. 최근 원화강세가 국내 경제 펀더멘털 보다는 대외적 요인에 따라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며칠 환율 변동을 보면 미국 금리인상 가능성의 목소리가 커지고 작아짐에 따라 널뛰고 있다. 이미 환율변동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는 양상이다. 향후 원·달러 환율상승에 대한 대비책을 준비해둬야 할 때이다.
 
하지만 환율 변동이 대외적 요인, 특히 미국의 금리인상 여부에 따라 움직이는 만큼 가장 중요한 것은 경제의 기초체력을 강화하는데 있다. 순식간에 무너진 일본경제에 전처를 밟지 않기 위해서라도 기업은 환 리스크에 휘둘리지 않도록 신성장동력을 확충하고, 정부도 구조적 패러다임의 변화 환경에 대해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등 우리나라의 경제 펀더멘털을 공고히 해야 할 것이다
 
김하늬 정경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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