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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희

기로에 선 웅진에너지…윤석금 회장의 승부수

SKC솔믹스 사업부 인수…'기술력 강화·규모의 경제' 효과 노린다

2016-08-23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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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조승희기자] 웅진에너지(103130)SKC(011790)솔믹스 태양광 사업부를 인수하면서 국내 태양광 '잉곳·웨이퍼' 사업이 웅진에너지 단독 체재로 재편됐다. 올 상반기에만 105억원의 누적 적자를 내며 벼랑 끝으로 몰린 상황에서 던진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사진)의 승부수가 통할 지 주목된다.
 
웅진에너지는 23일 SKC솔믹스로부터 잉곳 성장로(Grower) 및 웨이퍼링(잉곳을 웨이퍼로 자르는 기술) 장비 등 태양광용 장비를 30억원에 취득했다고 공시했다. 회사 관계자는 "매출을 늘리고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생산설비를 확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웅진그룹은 2012년 9월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간 뒤 웅진코웨이·웅진케미칼·웅진식품 등 주력 계열사를 파는 등 자구책으로 당초 기한보다 6년이나 빠른 1년6개월만에 법정관리를 졸업한 바 있다. 윤 회장은 불확실한 태양광 시장 상황과 누적된 적자 부담을 안고서도 GS의 E&R솔라에 이어 SKC솔믹스까지 인수하는 포석을 던졌다. 적자가 누적된 한계 사업을 털고 핵심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SKC솔믹스의 방침과도 맞아 떨어졌다. 그동안 해당 분야에서 경쟁해온 두 회사는 위로는 폴리실리콘, 아래로는 셀·모듈·태양광 발전업을 하는 대기업 사이에 끼어 수익성을 확보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 사진/뉴시스
 
일단 업계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SKC솔믹스가 1000억원을 들여 구매한 장비들은 장부가액 350억여원으로 떨어졌고, 감정평가를 거치며 웅진에너지는 기존 가격의 30분의 1도 안되는 30억원에 장비를 사들이게 됐다. 이에 따라 국내 유일한 잉곳·웨이퍼 제조업체가 된 웅진에너지의 생산능력은 잉곳 1.96GW, 웨이퍼 600MW로 늘어나게 됐다. 웅진에너지 관계자는 "전세계 70여개 정도 있었던 잉곳·웨이퍼 업체가 지금 20여개로 줄었다"며 "치킨게임 중인 상황을 버텨내면 과실을 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인수합병(M&A)은 '규모의 경제'는 물론 SKC솔믹스의 세계적인 웨이퍼링 기술에 초점을 맞췄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대다수 태양전지 제조사가 웨이퍼 형태로 제품 구매를 원하기 때문에 웅진에너지 역시 웨이퍼 생산비율을 높여나가는 추세였다. 향후 원가 경쟁력 확보를 통해 중국 기업들과 본격 경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생산량이 늘어나면 생산 단가가 떨어지면서 가격과 제품의 경쟁력이 생길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며 "기존 해외 거래처가 많아 수출 경쟁력도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웅진에너지는 자금 마련을 위해 최근 87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그러나 잉곳·웨이퍼 가격이 약세를 보이고 있어 급격한 실적 개선은 당분간 어려울 전망이다.
 
조승희 기자 beyond@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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