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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석

(중국M&A열풍)②글로벌 M&A 시장, '중국 굴기' 계속되나

올 상반기 세계 M&A 5분의1은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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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유희석기자] 중국 기업 입장에서 지금이 해외 기업 인수에 좋은 시기다. 자본을 충분히 축적했고 중국 정부도 적극적으로 해외 쇼핑을 장려한다. 위안화 가치가 계속 떨어지면서 다른 통화로 표시된 자산의 투자 매력도 높아진 상황이다.
 
중국 기업의 M&A 대상은 첨단 기술이나 금융 등 고부가가치 산업에 집중된다. 주요 산업 분야에서 빠르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이 때문에 중국의 싹쓸이 해외 기업 쇼핑에 대한 경쟁국의 경계감도 커지고 있다. 
 
중국 전자업체 하이얼그룹의 장루이민 회장(오른쪽)과 중국 최대 컴퓨터제조사 레노버의 창업자 리우촨즈. 하이얼과 레노버는 각각 제너럴일렉트릭(GE)의 가전부문과 IBM의 PC사업을 인수하며 글로벌 M&A 시장에서 '중국 굴기'를 알렸다. 사진/AP
  
중국 정부 등에 업고 훨훨
 
중국 기업들의 해외 기업 M&A는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덕분이다. 이를 바탕으로 중국 기업들은 비교적 손쉽게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선다.
 
중국 정부는 지난 2014년 5월 국영기업(SOE)들이 해외에 투자할 수 있는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M&A 규모가 10억달러(약 1조1000억원) 미만이거나 주력 사업과 관계되면 당국의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된다. 기존에 당국의 심사와 승인을 받아야 하는 해외 M&A 거래액 기준은 1억달러였다. 국영기업이지만 M&A에서 만큼은 정부의 간섭이 최소화됐다. 
 
중국 경제의 주력인 SOE들은 정부의 지원과 막대한 자금력으로 세계 M&A 시장의 큰손으로 떠올랐다. 중국화공이 스위스 종자기업 신젠타를 480억달러(50조5000억원)에 사들인 사례가 대표적이다. 
 
중국 위안화의 가치 절하도 중국 기업들이 해외 기업사냥에 나서는 배경이다.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둔화되면서 위안화 가치가 낮아지면 달러나 유로 등 다른 통화로 된 자산을 가진 기업들은 환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 지난해 8월 중국 정부가 위안화 환율 산정기준을 역내에서 역외로 바꾼 후 위안화 가치는 7%가량 낮아졌다.
  
 
중국 상하이와 선전 증시의 발전도 중국 기업들에 M&A를 위한 막대한 자금을 불어넣는다. 중국 기업들은 해외 알짜 기업을 인수해 자산도 늘리고 주가도 올리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둔다. 
 
중국의 산업 구조 변화도 중국 기업들이 적극 해외 기업 인수에 나서는 배경이다. 단순 제조업 중심에서 첨단 산업 중심으로 산업 구조가 변하면서 중국 기업들은 해외 기업 인수로 빠른 시간 안에 첨단 기술과 경험을 얻겠다는 복안이다. 
 
중국 기업들의 M&A 대상은 화학, 금융, 기계, IT 등 경쟁력이 비교적 떨어지는 분야에 집중된다. 
 
커지는 중국 경계감
 
중국의 해외 기업 쇼핑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포브스는 중국의 해외 기업사냥이 장기간 계속될 것이라며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계속 낮아지는 상황에서 경제가 비교적 좋을 때 해외의 알짜 기업들을 사들여 경쟁력을 높이고 새로운 시장 확보에 나설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 올해 들어 중국의 해외 기업 인수가 크게 늘었다. 중국의 투자 컨설팅업체 토우중그룹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국 기업의 해외 M&A 규모는 1492억달러(163조9500억원)로 이미 지난해 전체 M&A 규모를 넘어섰다. 전 세계 M&A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율도 지난해 6%에서 올해 23%로 급증했다. 
 
중국의 해외 M&A 싹쓸이 형태에 대한 국제 사회의 경계심도 커졌다. 중국 기업들의 주요 M&A 목표인 독일에서는 올해 상반기에만 37개의 기업이 팔려나갔다. 이 가운데 세계 최고의 로봇 기술력을 갖춘 쿠카는 뜨거운 감자였다. 중국 가전업체 메이디가 쿠카를 인수하면서 기술 유출 우려가 나왔기 때문이다. 유럽연합(EU)의 디지털 경제·사회 담당 집행위원 군터 외팅거는 쿠카가 유럽 산업의 미래를 위해 중요한 전략적 분야에서 성공한 회사라며 다른 유럽 기업들이 쿠카를 인수할 것을 촉구했다. 지그마어 가브리엘 독일 부총리도 “사실상 국가가 운영하는 중국 기업들과의 불공정한 투자 경쟁을 바로잡는 데 유럽 각국이 힘을 모아야 한다”며 중국의 공격적인 투자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유럽에서 중국 투자를 가장 많이 받고 있는 영국도 최근 중국 기업과 관계된 남서부 원자력 발전소 건설 프로젝트를 시작 직전에 연기했다. 프랑스 전력공사(EDF)와 중국의 국영 광핵그룹(CGN)이 건설비를 분담해 추진하는 이 프로젝트에 중국의 군수업체 중국핵공업집단공사(CNNC)가 개입한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CNNC는 중국의 핵폭탄과 핵잠수함 개발을 맡는 국영 회사다. 
 
중국이 해외 진출은 적극 장려하면서 정작 자국 시장은 폐쇄적으로 운영하는 점도 문제다. 중국은 다른 나라의 철도, 공항, 발전 등 기간산업에 적극 진출하면서도 외국 기업의 중국 주요 산업 진출은 원천적으로 막고 있다. 
 
유희석 기자 heesu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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