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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다혜

보통의 어학연수

우리가 사는 세상

2015-09-04 18:42

조회수 : 5,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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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학연수 가려면 방학 때 학원에서 공부 좀 해야겠다.”, “나도. 내년에는 어학연수 가야지.” 옆 테이블에 있던 학생들의 대화가 들려왔다. 대학교에 오니 어학연수를 ‘간다’, ‘준비한다’는 말을 생각보다 자주 들을 수 있었다. 각종 어학연수 박람회에 바글바글 모이는 사람들만 봐도 어학연수에 대한 관심이 높음을 알 수 있다. 스펙, 경험, 여행 등 어학연수의 목적은 저마다 다르다. 1년 전, 한 대학생도 아일랜드로 어학연수를 떠났다. 그의 어학연수는 어떠했을까? 그를 만나 어학연수의 이모저모를 알아보았다.
 
 
Q 어학연수를 가게 된 이유가 궁금해. 교환학생도 있고 워킹홀리데이도 있는데 왜 어학연수를 선택했어?
 
A 재수하고 대학에 들어왔는데도 목적 없이 공부하는 게 너무 힘들었어. 그러던 중 영국으로 유학을 다녀온 친한 친구에게 유학생활 얘기를 듣게 되었지. 영국에서 혼자 너무 외롭고 힘들었지만 다녀오니 스스로 완전히 바뀐 것 같다는 이야기였어. 당시 나는 학교 외에도 여러 이유 때문에 사소한 일상조차 스트레스였어. 나도 뭔가 바뀌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지금 생각해보면 그 친구의 영향이 컸었지.
 
교환학생은 가보지 않았지만 교환학생이나 어학연수로 얻는 것이 비슷할 것 같아. 약간의 차이가 있다면, 어학연수는 어학원을 다니면서 외국어만 배우는 거고 교환학생은 대학교를 다니면서 외국어로 학문을 배우는 거지. 워킹홀리데이는 그곳에서 일하면서 외국어를 배우는 거고. 어학연수를 선택한건 영어실력도 부족했을 뿐만 아니라, 당분간 전공 공부에 손을 놓고 싶었기 때문이었어.
 
Q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경험을 하고자 어학연수를 가게 되었는데 다른 사람들은 어떤 이유로 오게 되었는지 궁금해.
 
A 흔히 어학연수를 대학생이 많이 온다고 생각할 것 같은데 내가 있었던 곳은 직장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많았어. 일하다 자기가 모아둔 돈으로 온 사람들이었지. 요즘에는 취업했어도 자신의 커리어를 쌓아야 하잖아. 비정규직으로 일하다가 더 좋은 곳으로 취업하기 위해 오는 사람들, 영어가 필요한 업무를 하는 사람들이 오지. 어떤 사람들은 여행할 겸 어학연수를 오기도 해. 보통 어학연수하면 외국어 공부에만 집중할 것 같지만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목적으로 어학연수를 오더라. ‘원어민처럼’ 영어를 잘 하는 것보다 다른 사람들과 영어로 의사소통만 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
 
Q 국내가 아닌 해외로 떠나는 만큼 준비하는 과정이 복잡했을 것 같아. 어떻게 어학연수를 준비했어?
 
A 어학연수를 22살 때 다녀왔어. 부모님과 떨어져 혼자 살아보는 게 처음이었는데 하필 그게 외국이었지. 할 줄 아는 요리도 몇 개 없었고 용돈뿐만 아니라 생활비도 내가 관리해야했어. 게다가 낯을 많이 가리고 수줍음도 많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어. 출국하기 전에 있는 정보 없는 정보 다 끌어 모았던 것 같아.
 
영국에 유학 갔던 친구에게 이것저것 물어봤는데 유학원 상담을 추천해줬어. 모든 정보를 인터넷이나 책으로 찾기엔 너무 방대해. 가고 싶은 나라만 정해서 유학원 상담을 가면 거기서 다 알려주는 것 같아. 상담비용이 무료이기도 하고, 일일이 영문 홈페이지 들어가서 확인하지 않아도 되지. 유학원에 한국어로 정리된 자료가 있으니까. 여러 유학원을 비교하면 좋을 것 같아. 블로그에 관련 정보를 올리는 사람도 많으니까 참고하면 좋아. 나도 이것저것 덕 본 게 많지.
 
무엇보다 주변에 어학연수 갔다 온 사람과 이야기 하면 도움이 될 것 같아. 직접 경험한 어학연수 팁을 들을 수 있고 즉각적으로 궁금한 걸 물어볼 수도 있잖아.
 
Q 아, 그렇구나. 주변 사람에게 들으면 더 생생한 정보를 알 수 있으니까 편하겠다. 그럼 마치 주변인인 것처럼 어학연수 팁을 준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
 
A 어학연수 생각해 본 사람은 한국인이 적은 곳으로 가라는 이야기를 수십 번도 더 들어봤을 거야. 어학연수 초기에 유학원에서 나라, 도시, 비행기, 살 집을 알아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영어공부를 어떻게 할지야. 보통 현지 학원을 알아 볼 때 학원비, 국적비율을 많이 봐. 저렴하면서도 한국인이 적은 곳이 인기가 많았던 것 같아. 큰 도시가 아닌 소도시로 갈수록 한국인이 적어.
 
나는 작은 도시로 어학연수를 가서 한국인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에 속했지. 나처럼 유유자적 하는 삶을 좋아하는 사람은 소도시의 생활이 맞을 거야. 대신 소도시는 대도시에 비해 할 일이 적어. 대도시는 놀 거리, 먹을거리가 많은 반면 소도시는 했던 일을 반복하게 돼. 느리게 사는 것보다 다이내믹하게 살기 좋아하는 사람은 대도시로 가는 게 나을 것 같아. 각자 자신에게 맞는 환경을 찾아 살 곳을 정하면 될 것 같아.
 
보통 이렇게 유학원에서 어학연수를 준비하지만 아는 사람 중에는 주변인의 도움으로만 준비한 사람이 있기도 해. 여러 방법을 섞어서 알아보는 게 최고야.
 
Q 자신에게 맞는 환경을 찾는 것도 중요할 것 같아. 이야기를 듣다 보니 쉐어 하우스에서 살았다고 했는데 집을 어떻게 구했는지 궁금해. 나는 한국에서도 집구하기 힘들었는데 외국에서는 더 힘들었을 것 같아.
 
A 처음에는 홈스테이로 집을 구해. 현지 학원에서 알려주는 홈스테이로 가거든. 한국에서 다른 나라에 있는 집을 자세하게 알아보기 힘들잖아. 그래서 일단 한 달 정도 홈스테이에서 살면서 차근차근 집을 구해. 나는 3개월이 걸렸어. 마음에 드는 집을 못 찾아서 시간이 오래 걸렸지. 마음에 드는 집은 너무 비싸거나 다른 사람들이 먼저 계약하기도 했어. 소도시라서 렌트 놓는 집이 별로 없기도 했고. 한국인들이 귀국할 때 집을 넘기는 경우가 있으니 잘 알아보고 집을 구하는 사이트를 참고해야 해. 사람마다 싱글룸, 트윈룸, 트리플룸 등 자신과 맞는 주거형태가 다르잖아. 나는 중간에 홈스테이가 불편해서 기숙사에서 살기도 했어.
 
한국인이 사는 집, 한국인이 살지 않는 집으로도 나눌 수 있어. 한국인이 같이 사는 집은 한국음식을 비교적 자주 먹을 수 있고 굳이 영어를 안 써도 된다는 점에서 편해. 단점이자 장점이 될 수 있지. 반면 한국인이 없는 집은 한국 음식을 먹기 힘들고 정말 한국어를 쓰고 싶을 때도 쓰지 못해서 외로워. 하지만 나는 그곳에 간만큼 되도록 한국인보다 외국인과 살아보는 게 좋다고 생각해.
 
보통 외국인이랑 살 수 있는 기회가 상대적으로 더 적잖아. 외롭더라도 한번쯤 해볼만하다고 생각해. 완전히 한국인과 담을 쌓자는 건 아냐. 한국인 친구도 있어야 슬럼프가 찾아올 때 극복하기 수월할거야. 한국에 가고 싶고 한국어를 쓰고 싶을 때 어떻게 할 도리가 없잖아. 그때 한국인 친구와 이런 마음을 공유하고 위로할 수 있지. 외국에서 한국인 만나면 반갑잖아. 그런 것처럼 한국인 친구들과 서로 다독여주며 용기를 북돋아주는 거야.
 
Q 어학연수 Tip을 듣다보니 좀 더 어학연수 경험을 듣고 싶어. 어학연수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경험은 어떤 거야?
 
A 여행! 어학연수를 하며 만난 친구들이 자기 집에 놀러오라고 했었어. 그때 처음으로 이탈리아를 가봤지. 아일랜드에서 보던 친구들을 이탈리아 공항에서 보는데 낯선 느낌이 들었어. 자신들의 모국에서 나를 반겨주는 모습이 신기했지. 솔직히 여행이 마냥 즐거웠던 것만은 아니었어. 밀라노의 기차 안에서 이탈리아 친구가 현금 70유로(약 10만원)를 술에 취한 집시들한테 뺏긴 적이 있어. 일부러 이탈리아 친구가 나와 내 친구들을 보호해주려고 그렇게 한 거여서 미안했는데, 오히려 그 친구가 자기네 나라에서 이런 일을 겪게 해서 미안하다고 말했었어. 외국인 친구들 덕분에 배운 점이 많았고 지금 생각하면 그때만큼 좋았던 적도 없는 것 같아.
 
이외에도 하우스 메이트였던 프랑스여자애랑 하루 종일 집에서 빔 프로젝트 켜놓고 영화 보면서 팝콘 먹던 기억이 떠올라. 나중에 프랑스에 있는 이 친구네 집에 놀러가서 마다가스카르랑 겨울왕국을 보면서 집에서 노닥거리기도 했지. 외국인 친구랑 같이 집에서 노는 게 소소하지만 전에는 생각해보지 못한 것이었어. 언어가 부족해도 이렇게 외국인 친구와 친해질 수 있는 걸 알게 되어서 더 기억에 남아.
 
 
사진/바람아시아
 
Q 어학연수를 하며 힘들었던 점은 어떤 게 있어?
 
제일 힘들었던 점은 언어였어. 어렸을 때부터 영어를 싫어했거든. 어학연수 가면서도 영어를 못해 길 잃지는 않을까, 입국 심사할 때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걱정했어. 홈스테이 하는 집까지 무사히 도착했지만 그곳에서 제대로 대화하기보다 그저 웃기만 했어. 홈스테이 가족이 말을 많이 할 수 있도록 노력해줬는데 영어에 너무 자신이 없어서 그냥 짧게 예, 아니요로 대답했었지. 어학연수 초기에는 영어에 자신감도 없고 익숙하지 않아서 그럴 수 있어.
 
학원은 영어 테스트 레벨별로 반이 나눠져 있었어. 그 반 안에서도 선생님이 영어 잘하는 애들과 못하는 애들을 나누고 차별했는데 너무 노골적이었지. 난 못하는 애들 중에 속해있었고 속상했어. 영어를 못해서 배우는 건데 영어 실력으로 차별하니 한국에 돌아가고 싶었어. 물론 모든 선생님이 그렇지는 않아. 지금은 고마워해야하나? 그때부터 영어공부를 더 열심히 해서 영어 실력이 는 것 같으니까.
 
그리고 음식! 영국이랑 아일랜드가 음식이 맛없기로 유명한데 맛없는 건 둘째 치고, 음식종류조차 다양하지 않았어. 아일랜드는 섬나라임에도 불구하고 해산물이 다양하지 않아. 다른 재료도 마찬가지고. 그렇다고 마냥 미워할 수 없는 게 식재료가 한국보다 싼 편이야.
 
빼놓을 수 없는 힘든 점, 바로 돈! 가계부를 꼼꼼히 작성했지만 가끔씩 한 달 생활비를 다 써버리면 남은 기간 내내 쫄쫄 굶어서 살았어. 부모님께 돈이 부족하다는 말을 하기 싫었고, 힘들다는 내색도 하기 싫었거든. 혹여 부모님이 걱정하실까봐 통화할 때마다 기쁘고 즐거운 일만 이야기하려했고 맛있는 음식을 먹었을 때는 빠짐없이 이야기했지.
 
Q 말도 제대로 안 통하는 낯선 곳에서 정말 힘들었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학연수에서 배운 게 있을 것 같아.
 
A 제일 많이 배운 건 요리! 외식하면 정말 많은 돈을 써야 해. 직접 요리하는 게 훨씬 저렴하지. 특히 감자, 당근, 양파가 싸서 볶음밥을 제일 많이 해먹었던 것 같아. 매일 라면이나 외식에 의존할 수 없어 요리는 생존을 위한 필수 과정이었어.
 
영어! 영어도 많이 배웠지. 나는 ‘어학연수’임에도 어학이 1순위가 아니었어. 외국인 친구들을 많이 사귀고 싶단 생각을 했지. 친구들과 영어로 의사소통 하며 답답함을 자주 느끼다보니 영어 공부에 욕심이 생기더라. 순수하게 친구들과 더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생각으로 공부하니 압박감도 덜 느끼며 재밌게 공부할 수 있었어. 이런 점이 어학연수의 큰 장점 아닐까?
 
마지막으로, 외국인을 생각하는 마음이야. 어학연수를 하며 나는 20년 넘게 현지인으로 살아오다 처음 타지에서 외국인으로 살아본 거야. 외국인으로 사는 게 얼마나 외로운 건지 깨달았지. 다양한 사람을 만나다보니 종교, 문화적 요소를 많이 알게 됐어. 그 덕에 사람을 세심하게 관찰하는 습관도 생겼어. 외국인을 배려하는 마음이나 다른 문화를 이해하는 개방성을 많이 배워온 것 같아.
 
Q 정말 여러 가지를 배울 수 있었겠다. 처음에 영어를 잘 못하고 차별도 받아 서러웠다고 했잖아. 후에는 영어 실력이 늘었다고 했는데 어떻게 하면 영어를 늘릴 수 있는 거야? 돈을 내고 온 만큼 어학연수 효과를 봐야 하지 않을까?
 
A 일단 너무 많은 기대를 하지 않는 게 좋아. 어학연수를 가도 유창하게 영어를 잘하기보다 단지 외국인을 대하는 두려움이 없어지고 영어로 말하는 게 편해지는 거일 수 있어.
 
내가 영어공부를 하게 된 여러 요인들이 있었지만 그 중에서 가장 큰 요인은 순수한 흥미였어. 아까도 말했듯 난 원래 영어를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어. 싫어했지. 어학연수를 와서 영어가 단지 시험보기 위함이 아닌 세계 각국에서 온 사람들과 의사소통 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임을 느꼈어. 너무 영어에만 몰입하기보다 이왕 외국에 나간 김에 외국인 친구를 많이 사귀는 게 좋지 않을까싶어. 그럼 자연스럽게 영어가 재밌어지는 것 같아.
 
Q 마지막으로, 자신의 어학연수를 한 문장으로 정리한다면?
 
고진감래! 어학연수 초반에 너무 많이 고생했는데 이후에 좋은 일도 많이 있었고, 무엇보다 평생 못 잊을 좋은 친구들을 많이 만났어. 친한 친구와 바닷가에 누워 노닥거릴 때, 집 근처 언덕에 올라가 친구들과 누워서 수다 떨 때, 친구들과 집에서 팝콘 먹으며 영화 볼 때 너무 행복했고 감사했지. 어학연수 가기 전, 새롭게 바뀐 나의 모습을 꿈꿨던 것처럼 내가 바뀐 것 같아서 좋아. 진부한 표현이긴 하지만 1년 동안의 어학연수가 내 인생의 터닝 포인트였어.
 
그녀는 자신의 어학연수 경험을 이야기하며 많은 정보를 알려 주었다. 더불어 어학연수를 단순히 하나의 스펙으로 보고 가지 않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단순히 스펙만을 위한다면 한국에서 어학원을 열심히 다니는 게 더 나을 수 있다는 것. 실제로 한국직업방송에 따르면 기업 인사담당자 대상 설문조사에서 ‘가장 필요 없는 스펙 1위’로 어학연수가 선정되기도 했다. 어학연수를 스펙의 일부만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눈여겨 볼만한 설문조사다. 스펙으로 가는 어학연수는 당사자에게도 스트레스만 될 수 있다. 이왕 떠나는 어학연수라면, 스펙과 공부라는 틀을 벗고 나만의 추억거리를 쌓아보는 건 어떨까?
 
 
박지은 기자   baram.asia T F
 
 
**이 기사는 <지속가능 청년협동조합 바람>의 대학생 기자단 <지속가능사회를 위한 젊은 기업가들(YeSS)>에서 산출하였습니다. 뉴스토마토 <Young & Trend>섹션과 YeSS의 웹진 <지속가능 바람>(www.baram.asia)에 함께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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