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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보호한다더니"..산으로 가는 금융감독체계 개편

금융위 정부안..학계·정치권·금감원 각각 반발

2013-07-09 11:08

조회수 : 3,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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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고재인기자] 소비자 보호를 기본원칙으로 담아야 하는 금융감독체계 개편이 `소비자`는 없이 산으로 갈 조짐을 보이는 등 방향감각을 상실한 모양새다.
 
지난달 금융감독체계 개편 태스크포스(TF)에서 내놓았던 첫 개편안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이 소비자 입장을 담으라며 재검토 지시를 내렸다. 이후 학계, 정치권, 금융감독원 비상대책위원회 등이 각각 자신들의 입장을 담은 목소리를 제각각 내놓는 등 사공이 넘쳐나고 있어서다.
 
9일 금융당국 및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5일 금융감독원에서 금융소비자보호원을 떼어내 독립시키는 내용의 금융감독체계 개편안을 다시 청와대 경제수석실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소원 독립·제재권 등 개편안 잇속 챙기기 논란
 
이 개편안에 따르면 현재 금융감독원 산하에 있는 금융소비자보호처를 독립적인 기구인 소비자보호원(가칭)으로 분리 시키고 금감원에서 하던 금융회사 제재에 금융위가 참여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개편안이 사전에 알려지면서 학계는 국회를 중심으로 공정한 금융감독체계 개편 방안이 나와야 한다며 금융위 해체론을 들고 나왔다. 금융위의 금융산업 정책업무는 기획재정부로 이전하고 감독정책은 금감원으로 넘기는 방안을 제시했다.
 
국회의원들도 금융위가 준비한 개편안에 대해 잇속 챙기기에 불과하다며 국회에서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민병두 민주당 의원은 “TF의 구성을 볼 때, 애초부터 ‘금융소비자 보호강화 TF’가 아니라 오히려 ‘금융위원회 보호강화 TF’였다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며 “금융위의 TF발표를 백지화하고 국회 차원의 특위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김기준 의원도 성명서를 통해 “감독기관들도 '염불보다 잿밥'에 관심을 둔 탓에, 결과발표 이전부터 많은 우려를 낳아왔다”며 “지금이라도, ‘금융감독 독립성’을 강화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과 대안을 폭넓게 논의해, 청와대와 여당이 정부조직법 개정을 통한 전면적인 금융감독체계 개편에 대해 나서야 한다”고 밝혀 금융감독체계 개편의 장기화 국면이 예상되고 있다.
 
금융감독체계 개편의 당사자인 금감원 노조도 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들어 금융위가 내놓을 개편안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금감원 비대위는 15년째 법으로 정해 놓은 권한을 가지고 싸워왔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이를 해소하기 위한 방법으로 금융위와 금감원이 통합하는 것이 최선책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금융소비자보호처 분리론의 위험성을 설명했다. 분리된 감독기관간 권한 다툼, 감독 사각지대 발생, 금융회사 부담, 금융위기 대응력 약화 등의 우려가 있다는 것.
 
다만, 사회적 합의가 이뤄졌다면 금융소비자보호처의 분리를 받아들이겠지만 금융위로부터 독립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해 지금의 금감원과 같은 조직을 만들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덧붙였다.
 
◇소비자 위한 개편안에 소비자는 제외
 
하지만 소비자를 위한 금융감독체계 개편안에 소비자들의 목소리는 빠져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 소비자 입장에서 금융소비자보호를 위한 담당기관을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원점에서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는 것.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부회장은 “금융당국은 조직 이기주의로 자신들에게 이득이 되는 것에만 관심을 가지고 있지 소비자 입장에서는 보지 않는 것 같다”며 “소비자 입장에서 금융감독은 독립돼야 하며 소비자 문제가 발생되는 것에 대해 강력하게 조사하고 제재할 수 있는 권한도 주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금융소비자 전문가가 없는 국가 기관이 소비자 보호를 위한 금융감독을 전적으로 맡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기존에 있는 소비자단체와 연계하는 방안의 금융감독 체계 개편도 생각해볼 사안이라는 것.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국가기관을 통해서만 소비자 문제를 해소하려고 하겠다는 것도 잘못된 출발의 하나라고 본다”며 “(독립된 금융소비자보호원은) 소비자가 참여하고 개방적인 조직이 돼야 하며 (금융당국 등) 자신들의 일자리를 채우기 위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또 조 대표는 “금융위가 단독으로 개편안을 만드는 것은 또 하나의 금융실패를 낳을 수 있다”며 “(금융소비자보호원이 설립되면) 소비자 전문가가 참여하는 기관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9일 금융감독체계 개편안을 국무회의에 올릴 예정이었지만 이같은 논란과 우려에 보강작업을 통해 23일경에 최종안을 내놓겠다며 일정을 변경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금융감독체계 개편안이) 결정이 안됐다”며 “위원장, 부위원장, 실무자들 모두 생각이 달라 조율이 필요하다”며 “현재 학계나 협회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며 소비자단체의 이야기도 들어 조만간 최종안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는 이달 중에 최종 개편안 작업을 마무리 하고 9월 국정감사가 지난 이후 10월에 금융감독체계 개편안 입법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 고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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