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아모리(Polyamory)'는 서로 상대방을 독점하지 않는 관계맺기로 개인이 동시에 여러 사람과 로맨틱한 또는 성적인 관계를 가지는 것을 지지하는 철학 또는 라이프스타일입니다. 비혼자집단과 기혼자집단 모두에서 가능한데요. 한마디로 ‘다자연애’를 뜻합니다.
폴리아모리라는 말을 처음 접한 건 2006년 발표된 박현욱의 소설 ‘아내가 결혼했다’를 통해서였습니다. 소설이 인기를 끌면서 이후 영화와 웹툰으로 만들어지기도 했는데요. 당시에는 소설에서나 가능한 얘기로만 생각했습니다.
얼마 전 넷플릭스 ‘성+인물’ 네덜란드·독일 편을 통해 소설을 능가하는 현실을 목도했습니다. 독일의 한 폴리아모리 가족은 아빠 둘, 엄마 하나, 자녀 둘이 오순도순 행복하게 살고 있었는데요. 문화적 차이가 너무 크다 보니 이질감이 먼저 들었습니다. 독일에 저런 형태의 가족이 있다고는 해도 다수는 아닐 것이며, 절대 일반화할 수 없는 특이한 형태의 가족일 것이라고 스스로를 다독였어요. '방송이 극히 일부 사례를 일반화해서는 안되지'라는 생각도 하면서요.
막상 방송을 보다 보니 마음이 열리는 대목이 있었습니다. 아이들에게 우리 가족에 대해 어떻게 설명하고 있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엄마는 “우리 가족이 잘못된 형태가 아니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어릴 때부터 틀리다는 말을 듣고 자란 아이는 자신에 대한 거부감, 낮은 존중감을 갖게 될 수 있으니까요. 아이들이 왜곡된 가족관, 편견을 갖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는 설명을 들으니 위대한 엄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이혼율이 증가하고 있는데 부모님이 이혼해 엄마와 살다가 친부 외에 양부가 생기면 결국 아빠가 둘인 거 아니냐”며 “생물학적 아빠 외에 아빠가 더 생기는 가족의 형태가 실제 늘고 있다”는 말에는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는데요.
강지나 사회복지사가 쓴 저서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에는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화목한 가정을 갖고 싶다는 가난한 청소년들의 소망은 정상 가족 프레임 밖에 있었던 자신의 처지에 대한 반응이다.” 엄마와 아빠 그리고 자녀로 구성된 가족만을 ‘정상 가족’으로 인정하는 사회에서 부모가 없는 어린아이들은 수없이 많은 상황에 부딪혀야 할 겁니다. 스스로가 '결핍된 사람'이라고 느끼게 되는 거죠. 세상에는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있는데도 말입니다.
방송에는 동성 부부들도 소개됐는데요. 실제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동성 커플이 부모가 될 수 있는 길도 열렸습니다. 일본 규슈대 연구팀은 지난해 영국 런던 프랜시스크릭연구소에서 열린 '제3차 유전자 편집 국제회의'에서 수컷 생쥐의 피부 세포에서 난자를 생성해 생물학적 아버지가 두 명인 생쥐를 탄생시키는 데 성공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생쥐를 대상으로 한 동물실험인 만큼 인간에게 적용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포유류 난모 세포를 만들어낸 최초의 연구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습니다.
편부모 가정, 아빠가 둘인 가정, 엄마는 한 명에 아빠가 둘인 가정, 이혼 가정. 정상 가족의 기준은 무엇일까요? 가족의 경계가 흐려지면서 가족의 종류도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사진=위키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