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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우

"소아과 간호사도 구하기 힘들어"

2024-01-08 17:08

조회수 : 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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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주사를 맞을 때 잡아주는 건 대부분 간호사분들이 해요. 아이가 움직여 멍이 드는 경우도 왕왕 있어요. 그런데 부모들은 간호사들한테 손가락질합니다. 누가 소아과 간호사 하고 싶겠어요."
 
취재 중 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는 이렇게 한탄했습니다. 자신은 종합병원에서 일해 그럭저럭 괜찮지만, 일선 의원급 의료기관에서는 함께 일할 간호사를 구하기가 너무 어려워졌다고 하네요.
 
소아들 혈관 라인 잡기가 어렵다는 말은 익히 들어 아실 텐데요. 무사히 혈관을 잘 잡으면 '당연한 일'이 되고, 실수로 멍이라도 들게 하면 부모들에 의해 '무능한 간호사'로 전락해 버린다고 합니다.
 
그는 지역 소아과의 현실을 정부가 너무 모른다고 토로했습니다. 그의 "소아과 전공의에 매달 100만원씩 지원하는 게 실효가 있겠냐"며 "후배들에게 소아과를 선택하라는 말도 못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없는 것보다야 있는 게 낫겠지만, 이런 게 바로 근본책이 아닌 '보여주기식 정책'이 아니겠냐고 꼬집었습니다.
 
지방 소아청소년과들은 경쟁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어린이 바른자세 도수치료', '키 성장 클리닉' 등 프로그램을 우후죽순 만드는 모습입니다. 그러고도 문을 닫는 소아청소년과 의원이 즐비합니다.
 
턱없이 낮은 진찰료에만 의존하는 구조는 정부의 도움 없이는 타개할 수 없어 보입니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수련병원 140곳 대상 2024년도 상반기 레지던트 1년 차 전기 모집 지원 결과에 따르면, 소아청소년과는 정원 205명에 53명만 지원했습니다. 지원율은 25.9%로 전체 과목 중 '꼴찌'였습니다.
 
의대 정원 확대도 중요하겠지만, 소외된 지역 아이들을 발굴하고 치료할 수 있도록 소아청소년과 의원을 살리는 정부 지원책이 절실합니다.
 
'미래'라 불리는 아이들을 돌보는 게 좋아 소아과 전문의가 된 의사, 소아과에서 함께 일하는 간호사가 보람을 느끼며 일할 때 지역 필수의료 문제는 해결될 것입니다.
 
사진은 서울 한 소아청소년과 모습.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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