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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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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보다 생존이 먼저"

2024-01-05 17:43

조회수 : 3,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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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성은 기자] "지금 ESG 할 때가 아니다. 살아남기도 어렵다"
 
한 행사장에서 만난 중견건설사 직원의 말입니다. 최근 건설업계 상황을 돌아보면 이해가 가는 발언입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급격히 오른 원자잿값에 인건비 상승 등의 여파로 건설사들의 원가 부담은 커졌습니다. 이 때문에 매출액 증가에도 영업이익은 감소세를 그리고, 사업이 잘 돌아가지 않으니 높은 부채비율 등 재무 리스크 압박도 상당한 실정입니다.
 
소문으로만 돌던 시공능력평가 16위의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이 지난해 12월 28일 현실화하면서 건설업계는 암울한 새해를 맞았죠. 이를 시작으로 중소건설사 줄도산 우려가 더욱 확대된 것은 물론 워크아웃 가능성이 높은 다른 건설사로 눈길이 향하고 있습니다.
 
태영건설을 워크아웃 사태로 몰고 간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우발채무 문제는 업계의 시한폭탄이 됐습니다. 레고랜드 사태 이후 회복세로 나아가던 움직임에도 찬물을 끼얹었습니다.
 
건설업황에 빨간불이 켜진 만큼 앞으로 자금을 조달하기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고, 이자 부담도 늘어날 수 있습니다. 즉 사업 전개는 더욱 힘들어질 것입니다.
 
서울의 한 아파트 건설현장. (사진-뉴시스)
 
이런 상황에서 부동산 호황기 때처럼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외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ESG의 범위를 정의하기 모호하지만 투자가 필요한 영역에서는 위축될 수 밖에 없죠.
 
그럼에도 ESG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입니다. 오는 2026년 이후 ESG 공시 의무화가 단계적으로 도입됩니다. 단순한 홍보를 넘어 투자 유입까지 영향을 미치는 만큼 신경을 써야하는 부분입니다.
 
문제는 건설업계 경영여건이 악화된 가운데 대형건설사와 중견건설사와의 ESG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대형건설사 CEO들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ESG 경영을 빼놓지 않았습니다. 한성희 포스코이앤씨 사장은 탄소중립 2050 전략을 철저히 이행하고 지속적인 동반성장 활동 등 ESG 경영을 강화하자고 말했습니다. 허윤홍 GS건설 대표도 "ESG 경영 증대에 따라 준법경영을 강화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해 글로벌 기업으로 경쟁력을 향상시키겠다"고 강조했죠.
 
반면 주택사업에 치중하는 중견건설사들은 ESG를 챙길 여유가 없는 듯 보입니다. "ESG가 아닌 생존이 먼저"라는 말에서 상황을 엿볼 수 있습니다.
 
1997년 IMF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만큼 어려운 위기가 올해 닥칠 것이란 암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해 악재가 많았던 건설업계의 전망도 밝진 않습니다. 하지만 건설업이 국가 경제의 주춧돌 중 하나인 만큼 줄도산을 막고 빠른 회복의 길을 찾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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