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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유업, 오너 리스크 해소에도…"정상화 걸림돌 산적"

대법원, PEF 한앤코 최종 손 들어줘…'60년 오너 경영' 종지부

2024-01-05 15:13

조회수 : 10,5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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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충범·이지유 기자] '60년 오너 경영'에 마침표가 찍힌 남양유업이 추후 정상화에 속도를 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그간 남양유업은 오너 일가를 둘러싼 끊임없는 잡음이 가장 큰 위협 요인으로 지목돼 왔는데요. 최근 대법원 판결로 경영권이 국내 사모펀드(PEF)로 넘어감에 따라 오너 리스크는 일단락됐습니다.
 
하지만 추가 법정 분쟁 요소가 남아있는데다, 실적이 크게 저하하고 주력 산업인 분유 업황 자체가 침체기에 접어드는 등 남양의 경영 정상화에는 여전히 걸림돌이 많다는 분석입니다.
 
오너 리스크로 점철됐던 남양유업…새 주인 한앤코로
 
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4일 대법원은 국내 PEF 한앤컴퍼니(한앤코)가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과 가족을 상대로 낸 주식 양도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확정했습니다. 이에 홍 회장은 현재 보유 중인 남양유업 주식을 한앤코에 매각하고 회사를 떠나야 합니다.
 
앞서 2021년 홍 회장은 자사 제품 '불가리스'가 코로나19 바이러스 억제에 효과가 있다고 허위로 주장했다가, 보건 당국의 반박과 국민 공분이 이어지며 대국민 사과에 나선 바 있습니다.
 
같은 해 5월 홍 회장은 회장직 사퇴와 함께 한앤코와 본인이 보유한 남양유업 지분 53.08% 매각하는 계열을 체결했다가, 9월 돌연 계약 해지를 통보했는데요.
 
한앤코는 2021년 8월 홍 회장 측이 계약 이행을 미룬다며 주식 양도 소송을 제기했고 결국 1·2심 재판부에 이어 대법원도 한앤코의 손을 들어주며 남양 오너 경영은 막을 내리게 됐습니다.
 
이번 소송 공방을 비롯해 이미 2010년대부터 남양유업은 다양한 오너 리스크로 몸살을 앓아왔는데요.
 
남양유업은 2013년 대리점 물품 강매 사건 이후 지속적인 불매 운동의 대상이 됐고 창업주 외손녀인 황하나의 마약 스캔들 사건 등까지 불거지면서 기업 이미지가 크게 훼손됐습니다.
 
일단 한앤코는 떨어진 남양유업의 브랜드 가치를 제고하고 빠른 시일 내 경영 정상화에 속도를 붙인다는 방침입니다.
 
별도 법적 분쟁·실적 저하 등 '산 넘어 산'
 
문제는 남양유업을 둘러싼 걸림돌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우선 주식 양도 소송과 별개의 법적 분쟁이 남아 있는데요.
 
홍 회장은 회사 매각 계약 무산 책임을 이유로 들며 한앤코에 310억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지만 지난 2022년 1심에서 패했습니다. 이에 한앤코는 홍 회장 일가를 상태로 500억원대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한 상태입니다.
 
여기에 행동주의 펀드인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은 남양유업 이사회에 홍 회장의 퇴직금과 보수 지급을 정지하라는 유지청구에도 나섰습니다.
 
(제작=뉴스토마토)
 
수년간 누적된 잡음으로 장기간 저하한 실적을 회복하는 것도 주요 과제입니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남양유업은 연간 연결기준 영업손실이 2020년 767억원, 2021년 779억원, 2022년 868억원으로 3년 연속 적자 행진을 기록했습니다. 남양유업은 지난해에도 3분기까지 누적 영업손실이 280억원에 달해 4년 연속 적자가 유력한 상황입니다.
 
매출의 경우 2020년에는 11년 만에 1조원대 벽도 무너졌는데요. 이후 남양유업은 2020년 9489억원, 2021년 9561억원, 2022년 9647억원으로 조금씩 상승하고는 있지만, 1조원을 돌파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도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이 7554억원에 불과해 역시 1조원을 넘어서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영유아를 대상으로 한 분유 사업이 주력인 점도 남양 측으로는 부담입니다. 통계청의 '2022년 출생·사망통계'에 따르면 2022년 출생아 수는 전년 대비 1만1500만명 감소한 24만9000명으로 집계됐습니다.
 
특히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합계출산율은 전년 대비 0.03명 줄어든 0.78명이었는데요. 합계출산율이 0명대 기록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들 중 우리나라가 유일합니다. 그만큼 분유를 넘어 건강기능식품(건기식), 외식 등 단기간 내 사업 포트폴리오의 다각화가 절실한 시점입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그간 남양유업이 대리점 갑질 등 잘못된 사고방식의 행태를 잇따라 보이면서, 업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던 것이 사실"이라며 "이제는 주인이 완전히 바뀐 만큼, 제로 베이스(Zero Base)에서 새롭게 전략이 세워져야 할 때"라고 말했습니다.
 
서 교수는 "기존 브랜드의 이미지를 새롭게 창출하고, 이를 소비자에게 인식시키는 활동 리브랜딩(Rebranding) 전략을 내세워야 경영 정상화가 가능할 것"이라며 "경우에 따라서는 사명까지 교체하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다"고 조언했습니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경영권 분쟁 종결로 남양유업 구성원 모두는 조속한 경영 정상화를 위해 본연의 자리에서 맡은 업무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서울 강남구 남양유업 본사 앞으로 한 시민이 지나가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이지유 기자 acech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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