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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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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회 없는 연말

2023-12-27 14:34

조회수 :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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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기자는 송년회가 많아 바쁘시겠지요?"
 
연말 되고 가장 많이 듣는 질문입니다. 자신은 연말에 송년회가 줄어 기쁘다는 건지, 송년회 나갈 자리가 없어 바빠 보이는 기자가 부럽다는 건지 질문의 의도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제가 아싸(아웃싸이더) 기자라 그런걸까요. 사실 송년회 별로 없습니다. 작정하고 기웃거리면 여기저기 낄 수는 있겠지만 저는 태생이 알쓰(알콜쓰레기: 술 못 마시는 사람들을 부르는 말)입니다. '부어라 마셔라'식의 송년회를 아직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이유죠.
 
예전에 교회를 열심히 다니던 시절에는 연말을 봉사로 채웠던 기억이 납니다. 노숙인 배식 봉사, 병원 암 병동에서 기도하기, 보육원에서 어린이들과 놀아주기, 지체 장애인 목욕 봉사, 성탄절 아침 인근 아파트 경비 아저씨에 선물 배달 봉사. 봉사의 종류가 이렇게 많은지 몰랐습니다. 막상 하다 보면 세상에는 내가 챙겨야 할 외로운 사람들이 참 많구나 하는 선민의식에 사로잡혀 닥치는대로 봉사에 임했던 것 같습니다. 사실 제가 더 외로웠는지도 모릅니다. 
 
잡코리아가 직장인 109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3년 연말 송년회 트렌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회사에서 송년회를 진행한다고 응답한 직장인은 44.1%로 절반이 채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직장인들이 선호하는 송년회는 '간단한 점심'이 29.5%로 1위를 차지했는데요. 술을 강권하는 문화 대신 직원들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건강한 회식이 선호되는 모습입니다. 회사 내부 소통이 필요한 경우, 메타버스 송년회도 개최되고 있다고 합니다.  
 
회사 차원에서 송년모임을 없앤 데는 아무래도 코로나19의 영향이 큰 것 같습니다. 고물가 등 불경기 여파도 클 것이고요. 기성 회식 문화를 기피하는 MZ세대의 사회적 진출 등이 맞물린 점도 있을 듯 싶습니다. 
 
코로나가 술 권하는 사회를 밀어낸 덕에 요즘 '착한 송년회'가 새롭게 자리잡고 있다는 얘기도 들립니다. 주로 술 없는 점심 회식을 비롯해 회사 차원의 모임을 단체 영화 관람, 봉사활동 등으로 대체하고 있다는 건데요. 한해를 마무리하는 날까지 술로 밤을 지새우는 게 싫다는 의견이 늘기 때문이겠지요. 재능 기부 등 따뜻한 나눔을 실천하는 송년회로 건강하게 한 해를 마무리해 보는 건 어떨까요. 
 
 
서울시내 한 음식점의 연말 풍경. (사진=뉴시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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