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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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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같은 삶을 꿈꿨다가 진짜 영화 같은 삶을 살게 된 이란성 쌍둥이 아빠입니다....
(인터뷰)김한민 감독 “‘노량: 죽음의 바다’는 꼭 필요했다”

“‘명량’과 ‘한산: 용의 출현’ 흥행으로 3부작 확장시킨 것 절대 아냐”

2024-01-0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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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노량: 죽음의 바다에서 이순신을 연기한 김윤석은 명량한산: 용의 출현까지, 이른바 이순신 3부작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해 온 김한민 감독에 대해 끈기를 언급하며 엄청난 극찬을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전한 바 있습니다. 이미 알려진 사실이지만 2014년 개봉한 명량은 국내 개봉 영화 사상 현재까지도 최다 관객 동원작(1761)으로 이름을 올린 상태입니다. 작년 여름에 개봉한 한산: 용의 출현코로나19’가 한창인 시절임에도 불구하고 726만 관객을 끌어 모았습니다. 그리고 지난 20일 드디어 이순신 3부작 프로젝트의 마지막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가 개봉했습니다. 역사적으로도 공개된 사실인 이순신 장군의 최후가 담긴 전투 노량해전을 담은 영화입니다. ‘명량부터 무려 10년 동안 이어진 프로젝트. 사실 준비 기간까지 포함하면 김한민 감독은 무려 20여년을 이순신 장군에 파묻혀 살아온 셈입니다. 김윤석은 이 지점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그는 이 정도 규모의 영화 한 작품만 마무리해도 감독의 수명은 10년 가량은 줄어들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는다그런데 20년 동안 뚝심 있게 이 프로젝트를 끌어왔다. 주변에서 얼마나 별의 별 말을 했겠는가. 그런데도 흔들리지 않고 여기까지 왔다고 박수를 쳤습니다. 그래서 물어봤습니다. 김한민 감독에게. 도대체 왜 자신의 영화 인생 대부분의 시간을 이순신 장군에게 빠져 있었는지. 그는 오히려 너무도 담담하고 또 당연하다는 듯한 말로 대신했습니다. ‘구체적인 표현은 아니었지만 그는 만들어야 했기에 만들었을 뿐이라는 자신의 신념을 대신 전했습니다. 덧붙여서 장군님이 크게 나무라실 것 같지는 않다고 모든 공을 배우들과 스태프에게 돌리는 겸양의 미덕까지 전했습니다.
 
김한민 감독. 사진=(주)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롯데엔터테인먼트
 
김한민 감독과는 이순신 3부작 프로젝트로 세 번째 만남입니다. 당연히 명량한산: 용의 출현그리고 이번 노량: 죽음의 바다까지. ‘명량당시에는 자신감이 넘쳤던 기억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한산: 용의 출현에선 뭔가 기대에 찬 느낌이 강했었습니다. 마지막인 노량: 죽음의 바다에선 후련함이 넘쳤는지, 아니면 10년의 시간 동안 자신을 옥죄고 눌러 온 이 거대한 프로젝트를 마무리헀다는 안도감 때문인지. 심하게 감기를 앓고 있었습니다. 컨디션은 최악이었지만 눈빛만은 여전히 살아 있는 김한민 감독이었습니다.
 
긴장이 풀려서 그런지 감기가 심하게 왔네요. 일단 10년이란 시간이 이렇게 지났나 싶어요. 3부작을 끝낸 심정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천행같아요. ‘명량때는 세월호 참사로 인해 온 국민이 충격에 휩싸였었고, ‘한산때는 코로나19’로 개봉도 못할 뻔 했었죠. ‘노량도 비슷한 시기에 촬영을 해서 진행 자체가 너무 힘들었어요. 여기까지 온 것만도 하늘이 도운 거라 봐요. 이번 3부작은 만들어야 할 작업이었고, 운이 좋게 그걸 제가 한 것뿐이라 생각합니다.”
 
김한민 감독. 사진=(주)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롯데엔터테인먼트
 
이제야 확실하게 묻고 또 정확하게 답변을 들을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도대체 왜 무엇 때문에 ‘3부작으로 이순신 장군의 얘기를 구성했는지. ‘노량: 죽음의 바다에 함께 했던 배우 허준호 역시 등자룡으로 출연 제안을 받았을 당시 굳이 왜 이걸 3부작으로 찍으려고 할까란 의문이 들었답니다. 하지만 김한민 감독의 설명에 오롯이 설득이 돼 출연을 결정했었답니다. 대중들도 단순하게 명량의 기록적인 흥행 덕분에 3부작으로 기획을 확대한 것이 아니란 점을 이젠 설명할 수 있을 듯 싶었습니다.
 
말씀하신대로 명량의 성공 때문에 3부작으로 확장 시킨 건 절대 아니에요. ‘명량한산모두 분명한 존재의 이유가 있습니다. ‘노량의 마지막 장군님이 싸움이 급하다. 그러니 이 전쟁을 이렇게 끝내선 안된다란 대사도 있잖아요. 이건 기록이라기 보단 제가 장군님의 삶과 언행 속에서 이끌어 낸 창작입니다. 한 마디로 요약하면 이번 3부작으로 장군님의 삶을 요약해 보고 싶었어요. 이렇게 3부작으로 마무리를 하는데 그냥 장군님도 저를 나무할 것 같지는 않으시겠다 싶은 정도랄까요. 그런 확신을 갖고 기획해서 확장한 게 3부작입니다. 그래서 노량에서도 단순히 보여주기가 아닌 100분의 전쟁으로 설계를 해 본 것입니다.”
 
김한민 감독. 사진=(주)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롯데엔터테인먼트
 
명량그리고 한산: 용의 출현과 달리 노량: 죽음의 바다에선 임진왜란이 사실상 막을 내린 상황에서 시작을 합니다. 일본의 최고 지도자이면서 임진왜란을 일으킨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죽음과 함께 조선 철군유언을 하는 장면으로 영화가 시작입니다. 이후 조선 조정과 동맹군인 명나라. 모두가 전쟁 이후 상황에만 집중합니다. 하지만 단 한 사람, 이순신만큼은 여전히 전쟁이 끝나지 않았음을 주장하며 철군하는 왜의 완전한 항복을 받아내야 한다고 고집합니다. 김한민 감독이 생각하는 그 이유. 이랬습니다.
 
“’노량: 죽음의 바다가 왜 필요했는가. 그 질문으로 이해를 하면 이렇습니다. 도대체 왜 이순신 장군은 다 끝난 전쟁을 그렇게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고, 마지막까지 집착했을까. 제겐 가장 중요한 화두였습니다. 그 질문에 제가 내린 답은 딱 하나였습니다. ‘완전한 항복이었죠. 그리고 완전한 전쟁의 종결이었습니다. 다시는 왜가 바다 건너 조선을 넘볼 수 없게 하는. 장군님의 그런 뜻을 상상해 보니 전율을 느껴졌죠. 이런 감정을 전달하기 위해 노량: 죽음의 바다가 반드시 필요했습니다.”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 제작 현장. 사진=(주)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롯데엔터테인먼트
 
그런 이순신 장군의 전율스러운 신념을 스크린에 고스란히 표현하기 위해선 이순신을 누가 연기해야 할지, 가장 중요한 부분이었습니다. ‘명량의 최민식, ‘한산: 용의 출현의 박해일에 이어 노량: 죽음의 바다에선 김윤석이 그 바통을 이어 받았습니다. 3부작으로 구성된 작품에서 같은 주인공을 각각 다른 배우가 연기하는 건 전 세계적으로도 굉장히 희귀한 사례였습니다. ‘노량: 죽음의 바다에서 김한민은 이순신이란 거대한 인물의 짐을 김윤석에게 제안했습니다. 그는 반드시 김윤석이어야 했다고 전했습니다.
 
일단 명량에선 용장’, ‘한산: 용의 출현에선 지장으로서의 이순신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노량: 죽음의 바다에선 현명한 장군현장을 보여 드리려 했습니다. 굉장히 지혜롭고 또 후대를 생각하는 혜안까지 가진 인물로서 이순신 장군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그런 인물에 가장 적합한 배우, 김윤석이란 배우 외에는 대안을 못 찾겠더라고요. 가장 치열하고 또한 장군님의 최후까지 다뤄야 하는 장면에서 관객의 눈물까지 경계를 해야 하는 모습. 그 모든 걸 납득시켜야 하는 배우로서 제겐 김윤석뿐이었습니다. 제겐 너무도 희귀한 배우이자 존재입니다.”
 
김한민 감독. 사진=(주)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롯데엔터테인먼트
 
사실 노량: 죽음의 바다100분의 엄청난 해전을 보는 카타르시스도 있지만 모두가 다 아는 이순신 장군의 최후, 그 장면을 위해 숨죽여 기다리는 그런 얘기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장면이 가진 중압감은 감독과 배우에겐 그 어떤 표현으로도 드러낼 수 없는 무게였습니다. 너무 고민하고 또 고민을 했지만 사실 쉽게 답을 찾지 못했었답니다. 심지어 김한민 감독은 작업 과정에서 이순신 장군의 최후찍지 말까라는 생각까지 했었다고 합니다.
 
그 장면에 대한 고민은 너무 괴로웠어요. 역사가 스포일러이고 모두가 다 아는 팩트인데, 너무 고민이 되더라고요. 오죽하면 그냥 그 장면을 빼 버릴까라고 실제 고민하고 실행하려고 했어요. 이건 무슨 짓을 해서 잘 찍는다고 해도 본전인 장면이라. 근데 그렇다고 피할 수 있는 장면도 아니고 그 장면에 장군님의 진정성이 다 들어가 있는데. 그 진정성을 어떻게 표현할까 그 고민이 가장 컸죠. 김윤석 배우와 정말 많은 대화를 했는데 결국 영화 속에 담긴 그 모습이 가장 진정성 있는 장군님의 최후가 아닐까 싶었죠. 저와 김윤석 그리고 모든 스태프가 내린 답은 영화 속에 있습니다.”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 스틸. 사진=(주)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롯데엔터테인먼트
 
노량: 죽음의 바다를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건 바로 이 영화의 실질적인 주인공 노량해전장면입니다. 153분 러닝타임 가운데 노량해전전투 장면만 무려 100분 동안 이어집니다. 실제 역사에서도 한 겨울 밤에 시작된 해전은 어스름한 새벽녁까지 이어졌습니다. 7년의 임진왜란 기간 중 가장 치열했고 가장 격렬했던 전투였습니다. 100분 동안 이어진 전투는 김한민 감독이 10년 동안 이어온 이순신 3부작 프로젝트의 기술력이 집대성된 순간이기도 합니다.
 
일단 물에서 찍은 장면이 단 한 컷도 없습니다. 100분 동안의 해전에 투입된 CG를 위해 국내 존재하는 모든 업체의 모든 인력이 다 동원됐다고 보시면 됩니다. 800명 정도가 100분을 위해 힘을 써 주셨어요. ‘명량한산에선 절대 할 수 없던 게 노량에 전부 다 들어가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아마 기술적 완성도에선 최고라고 자부합니다. 어떤 분이 할리우드 영화 같다고 하시는데, 할리우드에서도 이렇게는 찍지 못할 겁니다. 그만큼 자부심과 완성도에서 결코 밀리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김한민 감독. 사진=(주)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롯데엔터테인먼트
 
지난 10년 간을 이순신에 빠져 살아온 김한민 감독. 그는 이제 다시 드라마 시리즈 ‘7년 전쟁제작에 돌입하게 됩니다. 여전히 아직도 그의 전쟁은 멈추지 않을 기세입니다. ‘명량부터 한산: 용의 출현그리고 노량: 죽음의 바다까지. 김윤석은 이 정도 규모의 영화 한 편만 연출해도 수명이 10년은 줄어드는 스트레스를 경험하게 된다말했습니다. 김한민 감독은 무려 10년 동안 이순신에 빠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7년 전쟁속으로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아직 여전히 장군님의 감정 에서 빠져 나오지 못한 것 같기는 합니다. 현장에서 촬영할 때도 그리고 편집을 할 때도 매번 눈물이 나서 혼났습니다(웃음). 매번 울음이 나는 포인트가 달라서 저도 저 자신을 컨트롤하기 힘들더라고요 하하하. ‘노량: 죽음의 바다에선 아직도 모르겠느냐. 끝까지 일어나 기어코 항복을 받아야 한다란 대사에서 눈물이 나더라고요. 영화 감독 한 두 해 한 것도 아닌데 참 신기한 경험을 한 10년입니다. 이제 ‘7년 전쟁으로 다시 만나뵐 준비를 해야죠.”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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