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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플랫폼 차별 경쟁력에 밀리는 K-음원 업계

영상·음악 동시 제공 유튜브뮤직 국내 점유율 1위 전망

2023-12-26 19:30

조회수 : 2,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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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글로벌 음원 플랫폼들의 국내 음원 시장 파상공세가 두드러진 한 해였습니다. 글로벌 팝 시장의 막대한 빅데이터와 AI 알고리즘을 활용한 다양한 콘텐츠들을 앞세우면서 이용자 우위를 연말까지 가져가는 분위기입니다. 전문가들은 국내 토종 업체들이 사용자 데이터의 양적인 측면, 즉 풀(Pool)을 늘리고 활용적인 질적인 면까지 개선시켜야 한다는 제언을 내놓습니다.
 
유튜브뮤직, 내년 국내 점유율 1위 전망
 
오랜기간 시장 점유율을 수성해온 국내 음원 업체들은 올해 해외 업체들의 파상공세를 버티지 못했습니다. '0원' 서비스를 장착한 유튜브뮤직을 비롯해 다양한 콘텐츠로 이용자를 사로잡는 해외 플랫폼 때문입니다. 최근 데이터 분석업체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멜론과 유튜브 뮤직의 11월 MAU(월간 사용자수)는 각각 634만명과 616만명으로 집계됐습니다. 18만명에 불과한 격차로, 8월(약 73만명)과 9월(약 45만명), 10월(33만명)에 이어 격차가 점진적으로 줄고 있습니다. 
 
이 간극이 줄어들고 있는 최대 요인으로는 유튜브 프리미엄의 영향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프리미엄(광고 없는 유료 서비스) 가입 고객에게 유튜브 뮤직을 무료로 제공하면서 플랫폼 성장과 함께 음원서비스 이용자 수도 폭증했다는 분석입니다. 
 
영상과 음악 동시 검색의 용이성, 라이브 자료 등 음원의 다양성, 빅데이터 기반의 알고리즘 음악 추천, 숏폼 영상과 결합한 음악의 보는 재미 등의 추가 이점들도 유튜브 뮤직 이용자수 급증의 배경이기도 합니다. 
 
지난 8일부터 유튜브가 국내 유튜브 프리미엄 구독료를 인상하면서 구독자가 다시 줄 것이란 소수 의견도 있지만, 대체적으로는 12월이나 내년 1월을 기점으로 유튜브 뮤직이 국내 점유율 1위 음원 업체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영상과 음악을 결합시키는 유튜브 뮤직. 사진=유튜브
 
스포티 '랩드'·애플 공간 음향…"'갈라파고스 시대' 벗어나야"
 
유튜브 뮤직 외 스포티파이는 각국 아티스트들의 투어 일정을 소개하거나 아티스트들이 자신의 음악 캔버스(숏폼영상)를 직접 설정하는 '아티스트 페이지' 서비스를, 애플뮤직은 돌비애트모스 기술을 애플기기와 결합한 극강의 음원 서비스를 내놓는 등 해외 업체의 차별화된 공세도 점차 강해지고 있습니다. 스포티파이는 최근 결산콘텐츠 '랩드'를 홍보하기 위해 성수동에 팝업 스토어를 열고 오프라인 축제의 장 만들기도 했습니다. 당일 행사에 음악 업계 관계자들을 대거 초청하면서 국내 음원 시장이 열지 못한 길 열고 있습니다.
 
특히, 2~3년 전부터 해외 플랫폼들은 글로벌 팝 시장 기반의 빅데이터와 AI를 활용해 이색적인 연말 콘텐츠(개인화 콘텐츠)를 내놓으면서 MZ 세대 중심으로 '꼭 써야만 할' 수요도 견인하고 있습니다. 김작가 대중음악평론가는 "이제 음원 플랫폼도 음악시장에선 하나의 '미디어 역할'을 한다. 글로벌 팝 시장 기반 사용자 데이터의 양적인 측면과 이를 어떻게 활용하는지 질적인 측면 모두 해외 플랫폼들은 성공 열쇠를 잡고 있다"고 봅니다.
 
이처럼 음원 생태계가 요동치는 상황에서 국내 업체들은 음악 외 차별화된 전략을 짜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이용자들의 음악 서비스에 집중하는 플랫폼이 아닌, 음악 기반의 차별화된 파생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분위기입니다. 멜론은 인디 명곡들을 조명하는 ‘멜론 트랙제로’, K팝 신예 아티스트를 육성하는 ‘멜론 하이라이징’ 등을 선보인 바 있습니다. 지니뮤직도 자체 매거진을 통해 MM JAZZ, 가요 탐구생활, 올댓메탈, 힙알사전 등의 다양한 코너들을 마련해 청자들과 교감 중입니다. 멜론이 올해부터 '멜론뮤직어워드(MELON MUSIC AWARDS·MMA)'를 대대적으로 개편한 것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그러나 다양한 콘텐츠를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자체적인 차별화 전략을 직접적인 서비스 이용으로까지 연결시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김작가 평론가는 "특정 팬덤의 스밍용이나 차트놀이로 전락하는 것이 아닌, 일반 이용자의 취향을 데이터 베이스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전환적 설계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는 "한국 스트리밍 서비스는 보편적인 음악을 듣는 창구라기보다는 통신사 가입 서비스의 명목으로 쓰는 기본적 서비스라는 느낌이 강한 게 사실"이라며 "대기업에서 출발한 게 아님에도 활발한 소셜미디어(SNS) 활동이나 뉴스룸 소통을 통해 해외 업체들의 차별화 전략을 주의깊게 봐야한다. '갈라파고스 시대'를 살고 있는(글로벌 스탠더드 맞춰 가지 않는) 국내 음원 업체들이 어떤 차별성을 내세워 새 챕터로의 도약을 하느냐 하는 중요 시점"이라고 봤습니다.
 
서울 성수동에서 열린 '스포티파이 랩드' 이벤트에서 공연을 열고 있는 폴 블랑코. 사진=스포티파이코리아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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