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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우

"육아휴직 좀 쓸게요"

2023-12-21 16:55

조회수 : 7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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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휴직 좀 쓸게요'라는 말을 어떻게 쉽게 할 수 있겠어. 내가 휴직을 내면 다른 사람이 더 많을 일을 떠맡는 건 불 보듯 뻔한데 말이야. 우리 회사는 육아휴직 안돼."
 
내년 4월 출산 예정인 아내를 둔 한 친구의 고백입니다. 저출산 대책의 일환인 육아휴직이 여전히 자리 잡지 못했다는 방증입니다.
 
지난해 육아휴직이 지난해 첫 5만명을 돌파했다는 기사가 이곳저곳에서 쏟아집니다. 그러나 겨우 5만명을 간신히 넘긴 거라 보는 게 바람직할 것 같습니다.
 
육아휴직을 한 남성의 경우 10명 중 7명이 300인 이상 규모의 기업체에 다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충분한 인력이 있고, 노동조합 등이 자리 잡은 회사일 것으로 보입니다.
 
공무원, 공공기관에 재직 중인 친구들을 제외하고 중소·중견기업에 다니는 사람 중 육아휴직자는 손에 꼽을 정도로 드뭅니다.
 
육아휴직을 할 경우 소득이 줄어들기 때문에 휴직하지 못하는 아빠들도 종종 눈에 띕니다.
 
중소기업의 낮은 월급 수준이 이들을 가정에서 내몰고, 직장으로 보내는 모습입니다.
 
300인 미만 기업이 근로자 1명에서 지출하는 돈은 중소기업의 경우 483만원, 대기업은 760만원 수준이었습니다. 간극의 차이가 심합니다.
 
미래는 더 어두워 보입니다. 중소기업 노동비용 증가율은 평균 0.7%에 그쳤지만, 대기업은 6.7%나 올랐습니다. 격차는 더욱 벌어질 전망입니다.
 
흔히 복지라고 불리는 교통비, 식대 등을 포함한 간접노동비용 부문에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차이는 약 2배 수준이었습니다. 중소기업의 경우 간접노동비는 85만원, 대기업은 178만원이었습니다.
 
재직하는 직장 규모가 작을수록 경제적으로 어려운 삶을 보내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경제적 어려움은 청년들이 꼽는 가장 큰 비혼 사유입니다.
 
약자 복지라더니, 대기업 복지만 좋아지고 있습니다. 누구나 육아휴직을 쓸 수 있는 사회가 하루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사진은 등원하는 어린아이 모습.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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