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기자
닫기
김재범

kjb517@etomato.com

영화 같은 삶을 꿈꿨다가 진짜 영화 같은 삶을 살게 된 이란성 쌍둥이 아빠입니다....
(무비게이션)‘노량: 죽음의 바다’가 담은 위대한 ‘이순신’에 대하여

7년의 임진왜란 막을 내리게 한 ‘노량해전’ 만들어 낸 153분의 서사

2023-12-18 06:16

조회수 : 13,276

크게 작게
URL 프린트 페이스북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1592년 임진년, ‘의 전국시대(센고쿠) 종지부를 낸 도요토미 히데요시. 그는 열도에 머물던 왜의 권력추를 대륙으로 기울입니다. 천황을 능가하는 권력자로서 관백에 오른 그는 스스로를 태합이라 부르며 열도 최고 권력자가 됩니다. 이제 그가 바라볼 곳은 당시 대륙을 지배하던 명나라. 그는 조선에게 명나라 정벌을 위해 길을 터줄 것을 제안합니다. 하지만 이는 곧 구실, 다시 말해 왜란 선포. ‘임진왜란의 시작입니다. 이후 1597년 정유재란까지. 히데요시의 조선 정벌 야욕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무려 7년간 이어진 조선의 왜란 시기. 조선 역사상 가장 무능했던 군주로 꼽히던 선조. 그리고 무능한 군주 아래 당파 싸움에만 집중하던 당시 양반들. 이들이 이끌던 조선은 히데요시를 필두로 집결된 왜의 강력한 군대에 무너져야 당연했습니다. 하지만 단 한 사람, 그 한 사람이 왜와 조선을 가르는 바다를 지켰습니다. 그는 전 세계 역사에서 지금도 최고의 군인, 그리고 그런 평가를 넘어 실제 존재 했었을까란 의문을 들게 할 정도로 말도 안되는 전공을 쌓으며 당시 조선을 홀로 지켜냈습니다. 13척의 남루한 군선으로 왜군 함대 133척을 전멸시킨 명량해전그리고 그 이전 구선이라 불린 한반도 역사 최초의 철갑선 거북선이 주력으로 등장한 한산도대첩대승. 그 외에 크고 작은 해전에서 ()의 능력을 선보인 인물. 바로 한반도 역사상 최고의 영웅으로 지금도 추앙 받는 이순신 장군입니다.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을 거치면서 일본의 야욕은 점차 두려움으로 뒤바뀌기 시작할 정도였습니다. 바로 단 한 사람 이순신 때문입니다. 때문에 우리가 아는 이순신 장군 최후의 해전 노량해전은 위대함을 넘어선 그 이상의 무엇이 담긴 우리 역사의 명료함으로 남아 있습니다. 물론 안타깝게도 이순신 장군은 이 해전에서 장렬한 최후를 맞이했습니다. 이순신 장군이 왜 무엇 때문에 노량해전에서 죽음을 불사하며 퇴각하는 왜의 500척 대함대를 전멸시키기 위해 목숨을 내던졌는지. 그 이유와 신념은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삶의 방향성과 올바름의 가치 그리고 나아가 이순신이란 이름 석자가 왜 5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우리 역사의 가장 중요한 지점에 자리할 수 밖에 없는지를 가르쳐줍니다.
 
 
 
노량: 죽음의 바다는 김한민 감독이 10년 동안 이끌어 온 이순신 3부작 프로젝트의 마지막을 장식합니다. 2014명량그리고 작년 한산: 용의 출현이후 세 번째 작품입니다. 실제 역사적 배경으로는 한산: 용의 출현’ ‘명량그리고 노량: 죽음의 바다순서입니다.
 
'노량: 죽음의 바다' 스틸.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노량: 죽음의 바다배경이 되는 노량해전은 왜란을 일으킨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죽음 직전 조선에서의 철군을 명하면서 남해 인근에 주둔하던 왜군 잔당이 본국인 일본으로 철군을 앞두고 있고, 이를 막기 위한 이순신과 명나라 함대의 일전을 그립니다. ‘천하인을 꿈꾸던 히데요시의 탐욕은 죽음으로 막을 내립니다. 사실상 왜가 일으킨 난은 끝났습니다. 한 사람의 권력자가 일으킨 7년의 전쟁으로 수 많은 조선과 왜의 사람들이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하지만 단 한 사람에게 만큼은 아직 전쟁은 그대로입니다. 바로 이순신입니다.
 
'노량: 죽음의 바다' 스틸.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노량: 죽음의 바다에선 모두가 전쟁은 끝났다말하며 전쟁 이후 상황에 대한 논공행상과 권력 암투에만 집중합니다. 하지만 조선의 삼도수군통제사 이순신은 왜의 야심을 꿰뚫고 있습니다. 그들의 야욕을 뿌리 채 뽑아 놔야 한단 신념 만이 존재합니다. 스스로의 신념이지만 결국 그 신념은 불의였던 히데요시의 야욕, 반면 스스로가 아닌 모두를 위한 를 강조한 이순신의 대결 구도로노량: 죽음의 바다를 덮은 온전한 목적이 됩니다. 이 영화의 부제 죽음의 바다는 이순신의 최후, 즉 그의 죽음을 뜻하는 게 아닌 불의속에 죽어간 수 많은 조선과 왜의 삶이 한데 모인 바다, 다시 말해 이순신의 신념 그 자체를 상징합니다.
 
'노량: 죽음의 바다' 스틸.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노량: 죽음의 바다는 총 153분 러닝타임으로, 전작 명량’ ‘한산: 용의 출현대비 30분 이상 긴 서사를 구축해 놨습니다. 시작부터 50여분까지의 초반 서사는 -연합함대 중심으로 명나라 도독 진린(정재영)과 부도독 등자룡(허준호) 그리고 이순신이 바라보는 왜란 종결의 극명한 시각차이를 그려냅니다. 이미 대세가 기운 전쟁에서 피해를 최소화하고 실리를 얻길 원하는 진린, 반면 왜란 본질을 꿰뚫고 그에 대한 완전한 을 고집하는 이순신. 이 과정에서 조선 조정이 바라보는 이순신에 대한 평가와 우방이지만 기묘한 관계를 유지하던 명나라 도독 진린의 이순신에 대한 시선과 평가의 충돌은 2023년을 살아가는 지금 우리의 시각에서도 꽤 씁쓸하고 아쉬움을 감추지 못할 정도입니다. 이순신에게 임진왜란의와 불의의 싸움입니다. 그는 의를 위해 온 몸을 던진 그 자체입니다. 그런 이순신의 본질이 다른 나라의 시선으로 평가 받아야만 되는 것이 그의 고독함과 외로움 그리고 분노와 함께 뒤엉키며 모두의 가슴을 뜨겁게 달궈 놓습니다.
 
'노량: 죽음의 바다' 스틸.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이런 감정의 충돌이 최고조에 다다르면 노량: 죽음의 바다는 기다렸다는 듯 우리 역사 속 실재했던 노량해전을 고스란히 스크린에 펼쳐 놓습니다. 러닝타임 153분 가운데 무려 100분이 노량해전에 집중합니다. 실제 역사에서도 노량해전은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으로 이어지는 7년의 전란 가운데 유일하게 한 밤에 일어난 해전입니다. 김한민 감독은 이를 위해 명량한산: 용의 출현에서 쌓아 올린 모든 노하우를 쏟아 붓습니다. 조선 수군 함대와 왜의 대함대 그리고 명나라 수군 함대, 이렇게 3국 함대가 마주한 해상 진법은 뚜렷한 명도 조절로 인해 한 밤에 일어난 시각의 불안정성을 갖고 출발하지만 관객들에겐 실제 현장에 있는 것과 같은 또렷한 채도로 투영시켜 버립니다.
 
'노량: 죽음의 바다' 스틸.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노량해전에서 등장하는 각종 공격과 방어도 사실적이고 박진감 넘치며 화려하고 섬뜩합니다. 기습적 원거리 포격으로 시작하는 선전포고, 이후 삼국지 적벽대전에서나 봤음직한 화공전 여기에 이순신 장군을 상징하는 구선(거북선)의 충파 공격은 시각적 압박을 넘어 관객의 오감 자체를 500년 전 노량해전한 가운데로 끌고 갑니다. ‘노량: 죽음의 바다3국의 수군이 뒤엉킨 해상 백병전은 그 어떤 전쟁 영화 속 참혹한 전투와 비교해도 압도적이란 단어가 모자랄 정도로 섬뜩합니다. 실제 역사를 보더라도 3국 수군 함대가 총 1000척에 가까울 정도의 초대형 해상 전투가 바로 노량해전이었습니다. 동남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 해전 역사에서도 가장 치열하고 가장 파괴적이던 해상 전투로 기록돼 있는 노량해전2023년 스크린에 펼쳐집니다. 이 모든 장면, 대부분의 시퀀스가 원씬 원컷으로 이어지면서 영화의 관람체험으로까지 끌어 올립니다.
 
'노량: 죽음의 바다' 스틸.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하지만 100분간 이어진 노량해전의 진심은 아마도 살의의 충돌이 만들어 내는 비극의 실체일 것입니다. 김한민 감독은 단 한 사람의 야욕에 의해 죽음의 바다로 내 몰린 왜군의 살고자 하는 삶에 대한 야욕 그리고 그 야욕에 앞서 충의로서 결의를 다진 이순신과 그를 따르는 조선 수군의 지금이 충돌하는 현장의 아비규환을 그 어떤 감정적 연출도 배제한 채 잡아내 고스란히 스크린에 투영시켰습니다. 이 모든 것에 종지부가 찍히길 원하는 이순신의 경이로울 정도로 올 곧은 신념은 결과적으로 노량해전부제 죽음의 바다가 의미하는 전쟁과 비극 그 이면에 존재하는 인간 이순신의 휴머니즘 그 자체를 보여주기 위함으로 해석해도 부족함이 없습니다.
 
'노량: 죽음의 바다' 스틸.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덧붙여 노량: 죽음의 바다는 앞서 언급한 이순신 장군 최후의 전투이기도 합니다. 우리 역사에 기록돼 있고 구전돼 온 이순신 장군의 유언. 영화에서도 그려집니다. 김한민 감독과 이순신 장군을 연기한 배우 김윤석. 두 사람이 이 장면에 얼마나 고민을 했고 또 했는지. 영화 속 이 장면을 통해 모든 것이 느껴지고 다가옵니다.
 
'노량: 죽음의 바다' 스틸.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역사에 가정은 의미 없는 논쟁입니다. 하지만 모든 역사 학자들이 입을 모아 확언합니다. 이순신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대한민국이 존재했을지에 대해. 시민의 광장으로서 그 의미와 존재를 증명 받아 온 2023년의 광화문 광장 한 복판. 대한민국이 이어지는 영원의 순간까지 이순신 장군 동상이 그곳에 서 있는 이유. 그 이유가 노량: 죽음의 바다’ 일 것입니다. 개봉은 오는 20.
 
'노량: 죽음의 바다' 스틸.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P.S 짧은 엔딩 크레딧 이후 에필로그 형식의 쿠키 영상이 등장합니다. 김한민 감독의 또 다른 사극 프로젝트를 기대해 볼 수도 있을 듯합니다.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 김재범

영화 같은 삶을 꿈꿨다가 진짜 영화 같은 삶을 살게 된 이란성 쌍둥이 아빠입니다.

  • 뉴스카페
  • email
  • face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