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기자
닫기
권익도

국내 첫 아레나 공연장…”K팝 붐 편승 설계 경계해야”

“공연장 인프라 늘어야 하지만…문화적 관점까지 아울러야”

2023-12-08 15:51

조회수 : 3,268

크게 작게
URL 프린트 페이스북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국내 첫 K팝 전문 공연장 '인스파이어 아레나'가 첫 발을 뗀 가운데, 한국 대중음악·공연 문화를 위한 인프라 조성이 더 확충돼야 한다는 지적들이 나옵니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단순히 K팝 붐에 편승해 우후죽순 짓기보다는, 각 지역의 문화적 관점까지 아우르는 설계가 돼야 한다는 지적도 내놓습니다.
 
‘인스파이어 아레나’, 국내 공연 인프라 문제 환기
 
최근 인천 중구 운서동에서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주최하는 대중음악 시상식 'MMA 2023'(멜론뮤직어워드 2023·지난 2일 개최)을 기점으로 '인스파이어 아레나'가 개관했습니다. 최대 1만5천명까지 수용할 수 있는 공연 전문 시설로, 유명 팝스타 내한 공연부터 인기 K팝 아이돌 콘서트까지 가능하도록 설계됐습니다.
 
팔각형 모양의 각진 외관과 인근 거대 리조트가 연결된 공연장으로, 1만명대 전문 콘서트장이 없는 국내 인프라 상황에서 이 공연장은 일찌감치 주목받아왔습니다. 미국 유명 아레나인 '모히건 선 아레나'(Mohegan Sun Arena)'를 모델로 지어진 공연장은 애초 공연에 최적화된 설계를 지향합니다. 팔각형 구조로 된 플로어 구조로, 무대와 객석이 기존 공연장보다 짧다는 강점을 지닙니다. 중앙무대를 객석이 360도로 감싸고 있어 몰입감을 높이며, 음향설계까지 공간에 맞게 최적화했습니다. 
 
서울에서 자차로 1시간~1시간 30분 정도가 걸리는 접근성이 약점이긴 하나, 국내 첫 전문 공연장이 시사하는 바는 남다릅니다. 올림픽공원 KSPO돔(체조경기장)이나 고척스카이돔도 1만 관객급 공연이 열리긴 하나, 애초 스포츠 목적으로 지어진 시설이기에 음향이나 시야 면에서 그간 아쉽다는 지적을 받아온 것도 사실입니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는 "한국에 아레나급 공연장이 없어 그간 고충이 많았는데 상당부분 고민을 해소할 수 있게 됐다"며 "지금까지는 체육 시설을 활용하거나, 1000~5000석 가량의 입장만이 가능한 소규모 공연장 등이 인원과 음향 등의 측면에서 문제가 많았다"고 짚습니다. 또 "(인스파이어 아레나는) 공항 근처에 위치해 있고 리조트와도 연계가 돼 다양한 공연 및 행사를 진행하기에 적합하다. 공연장 인프라가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한국에 인상적인 공연이 다수 개최되고, 이를 통한 다양한 부가 콘텐츠가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습니다.
 
최근 인천 중구 운서동에서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주최하는 대중음악 시상식 'MMA 2023'(멜론뮤직어워드 2023·지난 2일 개최)을 기점으로 개관한 '인스파이어 아레나'. 사진=멜론
 
그간 대중음악 공연 업계에서는 K팝의 글로벌 영향력이 늘어나는 상황을 고려해 전용 콘서트장을 단계적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들이 나왔습니다. 일본이나 미국 등처럼 홀(5000석 내외), 아레나(1~2만석), 슈퍼아레나(3만석), 돔(5만석), 스타디움(7만석)처럼 다양한 규모의 공연 인프라가 조성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최소 5만명 이상 수용가능한 잠실주경기장마저 오는 2036년 하계올림픽 개최 유치를 위해 하반기부터 리모델링을 거치면서 최근 음악계에선 대관이 하늘의 별따기입니다.
 
잠실주경기장 급 무대가 필요했던 포스트말론은 지난달 일산 킨텍스 4·5홀, 2개 홀을 합쳐 약 3만석의 관중들을 모았습니다. 주최 측은 계단식 가변좌석을 운영해 시야각을 확보하고 실내 음향 반사 제어, 잔향 제거를 위해 리버브 타임 리덕션(Reverb Time Reduction) 기술을 도입했지만, 장내 인구밀도가 높았던 탓에 쾌적한 관람은 힘들었다는 평도 주를 이뤘습니다. 최근에는 테일러 스위프트 등 해외 대형 팝스타들이 내년 아시아 투어에서 한국을 제하는 ‘코리아 패싱’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부족한 공연 인프라가 K팝과 한국 대중음악, 공연 문화의 걸림돌이 돼서는 안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김도헌 평론가는 "오늘날 대중음악 산업에서 공연은 단순한 가수의 실황이 아니다. 음악가를 지지하는 팬에게 제공하는 특별한 이벤트이며 새로운 콘텐츠 (유튜브 영상, DVD, 라이브 음반)를 생산하여 아티스트 및 회사의 서사를 확립할 수 있는 기회"라며 "지금까지 비슷비슷한 공연장에서 관성적으로 움직였던 가수와 기획사들이 (셋리스트 짜기, 공연 동선, 무대 장치 등) 앞으로는 다양한 케이팝 아레나급 공연장에서 팬 만족을 위해 더 많은 아이디어를 내고 이를 실현하기를 기대해본다"고 전망했습니다.
 
최근 인천 중구 운서동에서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주최하는 대중음악 시상식 'MMA 2023'(멜론뮤직어워드 2023·지난 2일 개최)을 기점으로 개관한 '인스파이어 아레나'. 팔각형 모양의 각진 외관과 인근 거대 리조트가 연결된 공연장으로 1만 5000명까지 수용가능합니다. 사진=인스파이어아레나
 
K팝 붐 편승하기보단 문화적 관점까지 고려해야
 
'인스파이어' 이후 민관 협력에 대한 기대감 또한 커지고 있습니다. 2025년 준공 예정인 6만명 규모의 일산 'CJ라이브시티 아레나'와 2만 여석의 창동 '서울아레나', 그리고 최근 미국 글로벌 엔터테인먼트업체 스피어사의 대규모 공연장 ‘더 스피어’(The Sphere) 유치 계획이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급물살을 타고 있습니다. 
 
다만, 단순히 K팝 붐에 편승해 우후죽순 짓기보다는, 문화적인 이해 안에서 단계적으로 진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임희윤 음악평론가는 "K팝 붐을 타고 정부나 지자체의 각종 지원이나 민관 투자로 여러 개의 대형 공연장이 지어지는 것은 '양날의 검'이다. 여러 개의 아레나가 동시다발적으로 난입하면 과연 그들 모두가 성공적으로 운영될지도 미지수"라며 "단순히 K팝 붐에 편승한 산업적 설계만이 아니고 K팝을 떠나 지역민들이 진정으로 다양한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허브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치밀하게 계획돼야 할 것"이라고 의견을 냈습니다.
 
최근 인천 중구 운서동에서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주최하는 대중음악 시상식 'MMA 2023'(멜론뮤직어워드 2023·지난 2일 개최)을 기점으로 개관한 '인스파이어 아레나'. 팔각형 모양의 각진 외관과 인근 거대 리조트가 연결된 공연장으로 1만 5000명까지 수용가능합니다. 사진=인스파이어아레나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 권익도

  • 뉴스카페
  •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