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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 청문회 선 SPC·DL그룹 회장 "뼈저리게 반성"

안전강화 대책 마련 촉구…국힘 불참 속 청문회 진행

2023-12-01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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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백아란·유태영 기자] 이해욱 DL그룹 회장과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노동자의 사망사고 등 산업재해에 대해 고개를 숙였습니다. 이들은 건설현장과 공장에서 잇달아 사고가 발생한데 따른 책임을 통감하며, 재발방지책을 시행한다는 입장입니다.
 
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이하 환노위)는 DL그룹과 SPC그룹 사업장의 산업재해 현황과 문제점을 듣고 실효적인 입법정책을 마련하기 위해 ‘산업재해 관련 청문회’를 열고 이해욱 회장과 허영인 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했습니다.
 
허영인 SPC그룹 회장(사진 왼쪽)과 이해욱 DL그룹 회장이 1일 환노위 '산업재해 청문회'에 참석한 모습.(사진=박아란기자) 
 
양 회장은 올해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해외 출장 등의 이유로 출석하지 않으면서 꼼수논란이 일었던 만큼 이날 청문회에서는 그룹 총수에 대한 질타와 재발방지책에 대한 질의가 이어졌습니다.
 
현재 DL이앤씨(375500)는 작년 1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같은 해 3월과 4월, 8월, 10월에 이어 올해 7월, 8월까지 총 7곳의 건설현장에서 8명의 노동자들이 목숨을 잃으며 '사망자 최다 발생 기업'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습니다.
 
계열사인 DL건설, DL모터스, 여천NCC에서 발생한 중대재해까지 더하면 DL그룹에서는 최근 2년 여간 총 11건의 사망사고가 터졌습니다. SPC그룹에서는 지난해 10월 계열사인 SPL 제빵공장에서 끼임 사고가 발생했으며 올해 8월 샤니 성남 제빵공장에서도 끼임 사고로 근로자가 숨졌습니다.
 
이날 청문회에선 허 회장에게 SPC 그룹 내의 산업재해 안전관리 책임에 대한 지적이 나왔습니다. 김영진 민주당 의원은 "지배구조상으로 (허 회장이) 다 소유하고 있고 일가친척들이 지배하고 경영하는 방식"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이에 허 회장은 "샤니는 제가 퇴직한 지 5년이 넘어서 그 이후로는 제가 대표이사에 완전히 일임하고 책임경영을 하는 것으로 원칙으로 해서 운영하고 있다"라고 답했습니다. 그는 또 "저희가 부족해서 산재 사고가 난 것으로 생각한다"며 "모든 직원이 뼈저리게 반성하고 있고, 사고가 난 뒤 안전경영위원회를 만들고 나서 현장직원들에게 안전을 위한 좋은 제안을 받아 포상제도도 운영하고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장시간 노동 개선 등 안전 조치에 대한 필요성도 제기됐습니다. 특히 여야 의원은 중대재해의 근본적인 원인인 '2조 2교대' 등 장시간 노동 개선 등 안전 조치 강화를 허 회장에게 촉구했습니다. 전용기 민주당 의원은 "노동자는 2교대를 개선하지 않으면 죽음의 사고가 또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데 노동자에게 힘을 실어주겠다고 약속해 줄 수 있냐"고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허 회장은 "노조와 경영진이 서로 상의해서 좋은 의견이 만들어진다면 대주주로서 당연히 따를 것"이라고 답변했습니다. 
 
이해욱 DL그룹 회장이 증언대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백아란기자)
 
이해욱 DL그룹 회장은 건설현장 근로자들이 작업중지권을 적극 행사할 수 있도록 방안을 강구키로 했습니다.
 
이날 이 회장은 올해 근로자의 작업중지권 요청이 삼성물산(028260)과 16만3600건 대 61건 정도로 큰 차이가 난다는 진성준 민주당의원의 지적에 "DL이앤씨 역시 근로자 작업중지권이나 거부권을 실시하고 있지만, 다시 한 번 점검해 보겠다"라며 "원청과 협력사 근로자 개개인이 안전관리자라는 인식을 어떻게 높일 수 있을지 원점에서 고민하고 있다"라고 언급했습니다.
 
안전비용 고려가 없는 최저가 낙찰제나 다단계 하도급 같은 문제를 개선하고 구조적 원인에 대한 조사를 추가적으로 진행할 필요성 있다는 이은주 정의당 의원의 평가에는 "(구조적 원인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겠다"면서 "올해 안전 관련 비용을 전년대비 29% 증액했고, 내년에도 25% 이상 늘릴 계획을 갖고 있다"라고 부연했습니다.
 
이번 청문회에선 노동자 사망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안전 조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불거졌습니다. 노웅래 민주당 의원은 DL그룹 브랜드인 아파트 브랜드인 'e편한세상'을 거론하며 "노동자들이 사망하면서 불편한 세상을 만들고 있다"라고 규탄했으며 SPC제빵공장에 대해선 '일터가 아니고 죽음의 현장'이라고 비판하며 재발방지를 촉구했습니다.
 
윤건영 민주당 의원 역시 "DL보다 매출규모가 더 큰 GS건설(006360)이나 삼성물산을 비교해보면 사망자 수 차이가 크다"면서 "시스템과 산재에 대한 인식 전환이 우선돼야 하고, 협력업체들에 책임을 전가해서는 안 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이 회장은 "국민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며 "임직원들과 저희와 같이 일하는 협력사들과 같이 협심을 해서 대한민국에서 가장 안전한 현장을 운영하는 회사로 거듭나도록 노력하겠다"고 피력했습니다. 허 회장 또한 "안전 교육을 계속하고 있지만 많이 부족했던 것 같다"면서 "조금 더 노력해서 안전한 일터와 안전한 회사를 꼭 만들겠다"라고 말했습니다.
 
백아란·유태영 기자 alive02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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