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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익도

'골리앗' 유튜브에 밀리는 ‘다윗’ K음원 생태계

2023-12-01 00:02

조회수 :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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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국내 음원 생태계에 지각 변동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0원' 서비스를 장착한 유튜브뮤직의 파상 공세 때문입니다. 오랜 기간 1위를 버텨온 국내 토종 업체들은 음악 만으로는 생존이 어려운 환경에 대응하는 분위기입니다.
 
최근 데이터 분석업체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멜론과 유튜브 뮤직의 MAU(월간 사용자수)는 각각 651만3610명과 618만1354명으로 집계됐습니다. 33만2256명에 불과한 격차로, 8월(약 73만명)과 9월(약 45만명)에 이어 격차가 점진적으로 줄고 있습니다. 
 
이 간극이 줄어들고 있는 최대 요인으로는 유튜브 프리미엄의 영향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프리미엄(광고 없는 유료 서비스) 가입 고객에게 유튜브 뮤직을 무료로 제공하면서 플랫폼 성장과 함께 음원서비스 이용자 수도 폭증했다는 분석입니다. 
 
영상과 음악 동시 검색의 용이성, 라이브 자료 등 음원의 다양성, 빅데이터 기반의 알고리즘 음악 추천, 숏폼 영상과 결합한 음악의 보는 재미 등의 추가 이점들도 유튜브 뮤직 이용자수 급증의 배경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2 음악이용자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유튜브 뮤직 선택 이유 1위는 ‘원하는 음악이 많아서’(27%)였습니다. 유튜브 뮤직에는 각종 커버곡은 물론 라이브 공연, 미발매곡도 들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유튜브 뮤직이 보유한 음원은 약 8000만곡으로, 국내 플랫폼 중 가장 많은 음원을 보유한 플로(보유 음원 6000만곡)보다 1000만곡가량 많은 것으로 집계됩니다.
 
영상과 음악을 결합시키는 유튜브 뮤직. 사진=유튜브
 
유튜브 뮤직 외 스포티파이는 각국 아티스트들의 투어 일정을 소개하거나 아티스트들이 자신의 음악 캔버스(숏폼영상)를 직접 설정하는 '아티스트 페이지' 서비스를, 애플뮤직은 돌비애트모스 기술을 애플기기와 결합한 극강의 음원 서비스를 내놓는 등 해외 업체의 차별화된 공세도 점차 강해지고 있습니다.
 
익명을 요청한 업계 관계자 A씨는 "국내 공정거래법상 금지된 '(유튜브뮤직의) 끼워팔기' 전략에 의한 '기울어진 운동장'이 국내 토종 업체들에 불리한 것은 맞다"면서도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유튜브 뮤직이 갖고 있는 강점들을 국내 업체들이 어떻게 상쇄시킬 수 있을지, 콘텐츠 관점에서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음악 만으로는 생존이 어려운 환경임을 직시해야 한다"고 봅니다. 
 
이처럼 음원 생태계가 요동치는 상황에서 국내 업체들은 음악 외 차별화된 전략을 짜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이용자들의 음악 서비스에 집중하는 플랫폼이 아닌, 음악 기반의 차별화된 파생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분위기입니다.
 
올해 새 단장한 멜론뮤직어워드가 개최되는 인스파이어 아레나. 사진=인스파이어 엔터테인먼트
 
국내 음원업체들은 자체적으로 평단을 초대해 주목받지 못하는 장르, 신인에 주목하는 콘텐츠를 내왔습니다. 멜론은 인디 명곡들을 조명하는 ‘멜론 트랙제로’, K팝 신예 아티스트를 육성하는 ‘멜론 하이라이징’ 등을 선보인 바 있습니다. 지니뮤직도 자체 매거진을 통해 MM JAZZ, 가요 탐구생활, 올댓메탈, 힙알사전 등의 다양한 코너들을 마련해 청자들과 교감 중입니다. 
 
멜론이 올해부터 '멜론뮤직어워드(MELON MUSIC AWARDS·MMA)'를 대대적으로 개편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오는 2일 인천 영종도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열릴 올해 행사는 음악전문가 10인으로 구성된 전문위원들이 선정 작업에 참여해 결과를 발표합니다. K팝 위주로 재편되고 있는 국내 대중음악 시상식의 틀을 벗고, 새로운 장르 음악에 상을 줍니다. 다브다, 봉제인간, 전유동, 카리나네뷸라 같은 록과 포크, 재즈, 힙합 등 장르 음악가들이 새롭게 주목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음악을 기반에 두되, 기술이나 문화를 결합한 라이프스타일 분야로 확장하려는 움직임도 돋보입니다. 플로는 이용자 개개인이 팟캐스트, ASMR, 자작곡 등의 콘텐츠를 만들고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을 운영 중입니다. 지니는 실시간 라이브공연 플랫폼 'STAYG'를 통해 콘서트, 뮤지컬, 연극 등 다수의 오프라인 문화예술공연 티켓을 판매 중입니다. 이 사업을 확장한 3분기에는 누적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2335억원과 11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8%, 4.1% 늘었습니다.
 
다양하고 차별화된 큐레이팅으로 '단편적인 음악 서비스'의 한계를 뛰어넘는 시도들은 해외 플랫폼과의 경쟁에서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김작가 대중음악평론가는 "해외 업체들이 국내 업체들에 비해 인터페이스나 UI, 큐레이션에서 강점에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점점 음악 감상용보다는 플레이리스트 저장용, 아니면 팬덤의 스밍용의 쓰임으로만 활용되고 있다. 더 이탈율이 높아지기 전에 대대적으로 보완하고 투자해야할 시기라 본다"고 짚었습니다.
 
올해 평론가들을 초청해 새롭게 개편한 '멜론뮤직어워드(MMA2023) 최종라인업. 사진=멜론·카카오엔터테인먼트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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