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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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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조원 손실 임박한 ELS…금융사 돈벌이 수단 전락

ELS 판매시 증권사 발행수수료 챙겨

2023-11-30 06:00

조회수 : 3,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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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신대성 기자]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홍콩H지수)를 기반한 주가연계증권(ELS)의 원금 손실이 임박하고 있습니다. 홍콩H지수의 고점에서 발행된 ELS로 인해 수조원 손실이 불보듯 뻔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어선데요.
 
ELS 상품의 위험성을 잘 아는 금융사가 자신들의 배를 불리기 위해 원금 손실 우려에 대해 간과했다는 지적이 봇물을 이룹니다. '이익은 한정, 손실은 무한대'라는 고위험 상품인 ELS 발행 자체를 금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29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2021년 상반기에만 홍콩H지수에 연계된 ELS가 11조9148억원 발행됐습니다. 올해 상반기 3조156억원과 비교해 무려 4배 가까이 차이가 났습니다. 
 
통상 3년을 만기로 하는 ELS 특성상 내년 상반기에 상당 금액의 ELS 상품 만기가 도래할 것으로 보입니다. 홍콩H지수는 2021년 2월18일 최고점 12271.60을 찍고 현재 52% 가량 하락했는데요. 회복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2021년도에 발행된 ELS에 투자한 사람들이 원금 손실 우려에 노출됐습니다.
 
문제는 홍콩H지수가 최고점인 2021년도 상반기에 증권사들이 해당 ELS를 대량 발행했기 때문인데요.증권사들의 발행 추이와 홍콩H지수 주가 흐름을 보면 지수가 최고 12271.60를 찍은 2021년 1월과 2월에만 1조4835억원, 1조5846억원이 연달아 발행됐습니다. 3월부터 발행규모는 2조원으로 늘더니, 4월에는 무려 3조1637억원이 발행됐죠. 
 
2021년초 고점을 찍고 홍콩H지수는 급락하기 시작했고, ELS 발행 규모도 점차 줄어 들었습니다. 투자자들 입장에선 안정적인 수익률 추구를 위해서 오히려 반대로 홍콩H지수가 높을때는 ELS 투자를 지양해야하고, 지수가 낮을때 투자해야 손실 위험을 낮출수 있습니다. 은행과 증권사를 포함한 금융사들이 해당 시점에 고객을 상대로 투자 권유를 하면서 ELS 판매를 늘려 수수료를 챙겼단 지적이 나오는 배경입니다. 
 
과거에도 홍콩H지수로 인한 ELS 손실 우려는 지속돼 왔습니다. 지난 2015년 당시 중국에서는 증시 활황을 타고 빚까지 내서 투자한 개인이 많았는데, 정부가 이를 규제하면서 증시가 타격을 받았습니다. 여기에 중국 경제 둔화 우려까지 높아지자 2015년 5월 1만5000선에 가까웠던 홍콩H지수는 불과 9개월 만인 2016년 2월 7500선까지 곤두박질치며 녹인 구간에 도달한 ELS가 속출했죠. 다만 만기일까지 지수가 점차 회복하면서 원금 손실을 본 ELS는 소수였습니다.
 
고위험 ELS 대규모 발행 이유는 수수료
 
지난 2019년 대규모 민주화 시위 이후 홍콩이 하나의 중국을 추구하는 중국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지방 정부 중 하나로 편입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금융사들은 2021년초 홍콩지수 ELS를 대규모로 발행하고 판매했습니다.
 
증권사는 ELS로 자금을 조달하고 은행은 이를 판매해 비교적 높은 수수료를 챙길 수 있다는 점에서 고위험 상품임에도 증시가 활황일 때마다 판매 규모를 늘리려고 하죠. 증권사의 경우 ELS는 판매 수수료 이상으로 운용 수익까지 올릴 수 있는 상품이기 때문입니다. ELS는 주가 지수가 상승해 조기 상환에 성공하면 조기 상환 물량만큼 재발행이 가능해지기 때문에 관련 판매수수료가 늘어나 이익이 배가 될 수 있습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는 ELS 판매에 따라 수수료로 불어나기 때문에 많이 팔수록 좋고, 조기상환이 많이 되는 등 회전율이 높아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증권사들은 ELS 발행 과정에서 약 1%를 발행 수수료도 챙기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정확한 수치는 공개되지 않지만 통상 은행에서 ELS에 가입할 경우 고객에게 고지되는 0.5~1.5% 수수료는 은행에 내는 '신탁보수'입니다. ELS에는 신탁보수 외에도 적게는 0.6%에서 많게는 1.5%까지 증권사에 내는 선취 수수료가 붙습니다. 예컨대 1000만원의 원금 비보장형 ELS에 가입할 경우 1%인 10만원은 은행에 신탁보수로 내고, 증권사에는 6만원에서 10만5000원까지의 선취수수료를 내게 되는 것입니다. 증권사에서 받는 ELS 선취수수료는 위험도와 수익률이 높을수록 많아집니다. 
 
김대종 세종대 교수는 "ELS를 발행하면 증권사와 은행이 판매와 발행을 포함해 수수료를 1~2%정도 챙기게 된다"면서 "수수료를 받을 목적으로 중국과 홍콩이 합병되고 중국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가 90% 급감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해당 ELS를 만든 증권사가 우선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은행은 당시 기준금리가 1%대로 낮은 상황에서 3% 이상의 이자를 받을 수 있는 상품이라고 60~70대 어르신들에 권유했기에 책임 소재는 분명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원금보장이 안된다는 점을 정확하게 안내하지 않았단 지적인데요. 
 
ELS 상품 구조에 대한 지적도 나옵니다. ELS의 경우 만기 때마다 손익을 확정해야 되기 때문에 주가가 하락해 손실이 난 상황에서 버틸 수 없기 때문입니다.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는 "금감원이 ELS를 판매한 은행과 증권사를 상대로 전수조사 결과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불완전판매가 됐던 키코 때와 비슷하다"며 "ELS 상품자체에도 문제가 있다면 이를 허가해준 금융당국도 책임져야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신대성 기자 ston947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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