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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지은

(손보협회 2023 결산)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관철'

"보험금 부지급 우려" 부정여론 불식 과제

2023-12-0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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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허지은 기자] 손해보험업계의 최대 성과로는 실손의료보험금 청구 간소화(이하 실손청구간소화)가 꼽히는데요. 보험업계가 지난 14년간 추진해온 숙원사업인 만큼 치하할만 성과지만 의료계 반발, 소비자 피해 우려 등은 여전히 넘어야 할 과제로 남아있습니다. 반려동물 시장이 확대하면서 소비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는 반려동물보험 활성화 정책의 경우에는 아직까지 갈 길이 멀다는 평가도 나오는데요. 보헙업계의 의견을 규합하고 타 업계와 절충점을 찾아야 하는 손해보험협회의 역할이 막중해보입니다.
 
14년 숙원, 실손간소화 해결
 
정지원 손보협회장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 실손청구간소화에 대한 추진 의지를 밝혔습니다. 정 회장은 "대다수 국민들이 기대하고 있는 실손의료보험금 청구 전산화에 대한 관계 법령 개정도 지속적으로 촉구해야 한다"고 전한 바 있습니다.
 
실손청구간소화란 병원 치료를 받고 실손의료보험금을 청구하기 위한 서류를 전자정보화 해 병원에서 보험사로 전달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입니다. 지금까지는 보험 가입자가 병원에 방문해 서류를 받은 뒤 보험사에 제출하도록 돼 있습니다. 개인의 건강 상황이나 의료 이용 기록은 민감정보로, 임의로 병원이 외부에 유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보험업계는 소비자 편의성 증대를 이유로 14년간 실손청구간소화를 추진해왔습니다. 결국 올해 10월 여러 반발을 딛고 실손청구간소화 내용을 담은 보험업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세부 추진 계획을 세워 내년 10월 25일부터 시행될 예정입니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실손청구간소화는 의료계의 반대가 심해 오랜 기간 추진에 어려움이 있었다"며 "올해 법이 만들어진 것은 손보협회가 금융당국, 국회와 긴밀히 협의하며 이뤄낸 가장 큰 성과"라고 평가했습니다.

법은 통과됐지만, 손보협회가 해결할 숙제는 남아있습니다. 손보사들을 향한 소비자의 불신과, 실손청구간소화에 대한 부정적 여론입니다. 실손청구간소화는 결국 보험금 부지급을 위한 도구가 될 것이라는 의견입니다.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와 무상의료운동본부 등 시민단체는 실손청구간소화법 통과 후 성명을 내 "민영보험사들의 궁극적 목표는 건강보험을 대체하는 것"이라며 비판했습니다. 이어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이라는 악법의 국회 통과는 민영보험사들 국민건강보험 대체라는 궁극적 목표, 즉 의료 민영화로 커다란 한 걸음을 내딛는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무상의료운동본부와 암환우 단체 등 관련 단체 관계자들이 지난 5월 국회의사당 앞에서 실손의료보험금 청구 간소화에 반대하는 시위를 열었다. (사진=뉴스토마토)
 
상생금융 대응 '뭉치면 산다'
 
상생금융 압박에 대한 대응도 성공적이었다는 의견입니다. 생명보험사들이 상생금융 전용 상품 구성에 골머리를 앓는 동안, 손보업계는 손보협회 주도로 상생금융안을 내놨기 때문입니다. 손보협회는 지난 8월 19개 손보사와 함께 서울시에 난임 수술비용 4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보험료 인하와 사회공헌활동 기금 마련 등 추가로 공동 방안을 내놓기로 했습니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개별사가 상생금융안을 만들어내려면 방안을 내기도 어려울뿐더러 규모 경쟁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며 "업계 공동 방안을 마련함으로써 불필요한 비용 경쟁없이 실질적인 상생금융 지원책을 낼 수 있었다"고 호평했습니다.
 
반면 생보업계에선 개별 회사들이 각각 상생금융안을 내놨습니다. 지난 7월 농협생명, 동양생명 등 중소형급 생보사는 보험약관대출 금리를 낮췄고, 한화생명은 청년 대상 고금리 저축보험을 출시했습니다. 신한라이프 역시 만 39세 이하 청년을 대상으로 한 연금보험을 이번 달 출시했습니다. 삼성생명은 9월 삼성화재와 함께 사회공헌활동 비용으로 20년간 120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대형사부터 중소형급 생보사들까지 나선데다, 비용 규모도 손보업계와 비교됩니다.
 
지난 8월 4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저출생 위기극복 공동협력 업무협약식에서 (왼쪽 네번째부터)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오세훈 서울시장, 정지원 손해보험협회장과 19개 손해보험회사 대표이사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알맹이 빠진 펫보험 정책
 
손보협회의 한 해 업무에 대한 아쉬움도 있습니다. 협회는 올해 1월 신년 계획을 발표하면서 주요 과제 중 하나로 반려동물보험 활성화를 위한 계획을 전했는데요. 그 중 하나가 동물병원 질병·진료행위 표준명칭 규정이었습니다.
 
결국 금융위가 지난 10월 '반려동물보험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하고, 최근에는 농림축산식품부와 협조를 통해 제도 개선에 나섰습니다. 반려동물 등록 의무화와 진료항목 표준화를 추진하기로 한 것입니다.
 
하지만 손보업계에서는 핵심이 빠졌다는 평가를 내놨습니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동물병원 진료에서 표준화가 필요하다면 그것은 진료수가일 것"이라며 "진료비가 천차만별이라 보험료 책정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활성화는 어불성설"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펫보험 활성화 정책을 마련하는 데 급급했을 뿐, 실효성은 고려하지 못했다"고 비판했습니다.
 
보험 모집 디지털화 첫걸음
 
한 해를 넘겼지만 '화상통화 보험모집 모범규준'을 발표해 현안을 매듭지었다는 데서 의의를 매기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지난해 5월 금융당국은 비대면 디지털 모집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올 7월부터 제도가 시행됐습니다. 보험 분야에서는 대면 채널 설계사도 음성통화와 시각자료 제공 방식, 화상통화와 같은 비대면 방식의 보험 모집이 가능하도록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위해 손보협회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화상통화 보험모집의 근거와 절차를 담은 모범규준 마련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업계는 조속한 기준 마련을 촉구했지만, 모범규준은 올 7월 제정안을 발표했습니다.
 
기존에는 보험판매인이 '표준상품설명대본'을 낭독하고 모집 전 과정을 음성녹음해야 했는데요. 모집규준에서는 음성통화로 표준 상품 설명 대본을 낭독하고 전 과정을 음성 녹음하는 절차를 생략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대신 화상통화 보험모집 업무처리 과정에서 화상통화 환경 불량으로 발생하는 분쟁에 대해서는 소비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해석하고 처리하도록 했습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위드 코로나' 상황에서 비대면 모집 방식을 선호하는 고객이 늘어나면서 대면 채널 설계사들에게도 비대면 방식 모집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문제가 제기됐다"며 "올해 이러한 설계사들의 요구에 맞게 제도 개선을 마쳐 보험 산업의 디지털화에 진전이 있었다"고 진단했습니다.
 
지난 17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펫산업 박람회' 현장 모습. 이날 행사에는 손해보험협회를 비롯해 메리츠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등 손해보험사가 참여해 펫보험을 홍보했다. (사진=뉴스토마토)
 
허지은 기자 hj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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