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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어주는기자)"한국사회 단절되지 않으려면 문해력 키워야"

신간 '오피스 문해력'…"문해력, 일·관계·삶의 질 직결"

2023-11-21 16:14

조회수 : 1,6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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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심심한 사과의 말씀 드립니다"라는 사과문이 등장하자 한 웹툰 작가의 사인회가 술렁였던 적이 있습니다. "제대로 된 사과도 아니고." "하나도 안 심심하다." '심심(甚深)'과 '사과(謝過)'가 합쳐져 '매우 깊게 사과 드린다'는 이 뜻을 '하는 일이 없어 지루하고 재미가 없다'는 형용사로 곡해한 사건입니다. '광복절 사흘 연휴'라는 기사 타이틀에는 '3일 연휴인데 왜 사흘인가'라는 댓글이 빈번하게 쏟아집니다. 날이 세 번 지나간 시간, 즉 3일을 뜻하는 순우리말을 '넉 사(四)'자로 오인해 잘못 해석한 겁니다. 
 
비즈니스라이팅 분야 최고 전문가, tvN 〈유퀴즈온더블럭〉의 ‘문서의 신’으로 출연한 백승권 대표가 묻습니다. "당신의 문해력은 안녕하십니까?"
 
최근 펴낸 신간 '오피스 문해력'. 사진=EBS BOOKS
 
문해력, 일·관계·삶의 질 직결
 
최근 펴낸 신간 '오피스 문해력'에서 그는 "문해력은 텍스트를 매개로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능력"이라고 정의하며 "같은 공간에서 같은 화제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티키타카가 전혀 이뤄지지 못하면 세기 말 유행하던 '사오정·최불암·만득이 시리즈'의 인물들과 다름 아니다. 삶의 터전이 허물어져 각자도생할 수밖에 없던 IMF 시절 같은 한국 사회의 고립과 단절로 이어지게 된다"고 지적합니다.
 
실제로 문해력은 가족 간 소통 뿐 아니라 삶의 질과도 직결됩니다. 2017년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의 '성인문해능력조사'에 따르면 문해력이 높을수록 다양한 의사결정 과정에 적극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정치적 관심도, 생활 만족도가 높아집니다. 사회의 민주주의와 경제 성장 수준이 높아지는 결과와도 무관하지 않다는 겁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13년 발표한 국제 성인역량조사(16~65세 대상)에 따르면, 문해력이 높은 상위 12% 사람들은 최하위 3.3%보다 60% 이상 높은 평균 시급을 받고 있었으며 취업 가능성은 두 배 이상 높은 것으로 조사됩니다.
 
저자는 "너무 많은 정보가 실시간으로 쏟아지는 오늘날 환경은 하나의 정보에 오래 머물고 천착할 여유가 없게 만들었다"며 "메뚜기처럼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잎을 조금씩 갉아먹는 식의 열독 습관에 익숙한 사람들이 넘쳐난다. 특히 MZ세대 직장인들이 직장생활에 필요한 문해력(말과 글을 활용한 소통행위, 즉 이메일과 보고서 등)을 위해 체계적 교육을 받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고 짚어냅니다.
 
비즈니스라이팅 분야 최고 전문가, tvN 〈유퀴즈온더블럭〉의 ‘문서의 신’으로 출연한 백승권 대표. 사진/CCC
 
MZ세대 포함 문해력 가이드
 
책은 MZ세대 직장인들을 포함해 전 세대를 위한 문해력 가이드 역할을 합니다. 2005년 저자가 청와대 재직 시절 만들었던 '보고서 작성 매뉴얼'을 뼈대삼아 공문서부터 보고서, 보도자료, 그리고 이메일과 문자에 이르기까지 '오피스 문해력' 노하우를 총집결했습니다. "MZ 세대 문해력만 탓할 것이 아니라 회사, 조직에 맞는 매뉴얼을 만들어 '집단적 사오정 증후군'으로부터 빨리 벗어나는 길"을 찾자는 것입니다.
 
일반적 문해력은 정보를 잘 이해하고 잘 활용하는 수준이면 충분합니다. 그러나 직장인의 문해력은 일반 문해력에다가 관계성(직장 상관의 조건과 컨디션에 대한 이해), 핵심 파악(방대한 내용의 중심을 꿰뚫는 요약), 직관적 표현 능력(모호하지 않고 명확한 표현 사용) 등이 더해져야한다고 저자는 주장합니다. 자연과학이나 사회과학은 귀납, 기획·홍보·마케팅은 연역 등 각 논리 프레임으로 어떻게 상호작용을 해나가야할지도 구체적으로 알려줍니다.
 
저자에 따르면 글은 한 채의 집과 같습니다. 집은 기초, 현관문, 벽, 창, 기둥, 지붕 등의 세부 부문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제대로 지으려면 각 부분에 맞는 재료를 써야합니다. 기와를 벽에 쓴다거나 유리창을 기초에 쓰면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불안한 건물이 되기 쉽다는 겁니다. 시작, 중간, 마무리 부분 3단 구성이나 기승전결 4단 구성,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 5단 구성 등을 나눠 각 부문에 맞는 글쓰기를 연습해보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합니다. 또 '나 홀로 글쓰기'의 위험성을 경계하며 '독자를 배려하는 소통적 글쓰기'도 권장합니다.
 
저자는 MZ세대의 문해력 논란을 지적하는 언론을 향해서도 일갈합니다. "'4흘'이라는 정체 불명의 단어를 기사 제목으로 버젓이 사용하는가 하면, '무운을 빈다'의 '무운'을 '운이 없기를 빈다'라고 해석한 기자도 있습니다. 도대체 언론사의 게이트 키핑 기능이 정상 작동하고 있는지조차 의심스럽게 만드는 사례들입니다. 업무와 인간관계 양쪽에 걸쳐 있는 것이 바로 말과 글을 통한 소통의 능력, 문해력 문제입니다. 제대로 된 문해력을 갖추지 않고는 업무와 인간관계에서 만족스러운 결과를 내기 어렵습니다." 세대 막론 업무 글쓰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직장인이라면 참고서적처럼 활용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저자 백승권씨는 비즈니스라이팅 분야 전문가이자 ‘일타강사’. EBS [비즈니스리뷰] ‘직장인 문해력 & 글쓰기’, tvN [유퀴즈온더블럭]에 ‘문서의 신’으로 출연. 노무현 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실에서 행정관으로 일하며 대통령 보고서와 메시지를 다루는 업무를 맡았습니다. 기업, 정부, 공공기관, 대학 등에서 비즈니스라이팅 강연과 워크숍을 매년 200여 차례 진행했습니다.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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