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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콜 화형식으로 품질 끌어올린 '거인 이건희' 3주기

30여년 재임기간 그룹 매출액 40배 성장…'신경영 선언'으로 품질경영 강조

2023-10-25 13:55

조회수 : 4,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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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고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이 별세한 지 25일로 3년이 됐습니다. 이병철 창업회장의 셋째아들로 태어난 이 선대회장은 재임기간인 30여 년간 그룹의 매출액을 40배가량 성장시켰는데요. 삼성의 첨단기술 산업 분야를 넓히고, 그룹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올려놓은 토대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 선대회장이 취임한 1987년 삼성은 국내 최고 기업이었지만, 세계무대에선 일본의 소니 등을 벤치마킹하는 후발기업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이 선대회장 재임기간인 30여년 후에는 도리어 소니가 '삼성을 배우자'고 할 정도로 글로벌 수준의 일류기업으로 도약했는데요.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 3주기 추모 학술대회.(사진=연합뉴스)
 
"삼성을 세계적인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 시키겠다"는 자신의 취임 일성을 실현시킨 겁니다. 특히 이 선대회장의 과감한 판단과 장기적 안목은 위기를 기회로 바꾼 원동력이 됐습니다.
 
이 선대회장은 현재 삼성전자의 주력 사업인 반도체 사업의 신화를 쓴 주역이기도 합니다. 이를 토대로 삼성전자는 오늘날의 반도체, 스마트폰, 가전, 통신 등을 아우르는 글로벌 전자 기업으로 성장하게 됐는데요.
 
삼성이 반도체 사업에 뛰어든 것은 1983년으로, 이 선대회장은 점차 고도화되는 전자제품을 충족할 메모리 생산이 관건이라고 판단하게 됩니다. 이후 끊임없는 기술개발과 과감한 투자로 1984년 64K D램을 개발하고 1992년 이후 30년 넘게 D램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지속 달성하고 있습니다.
 
체질 개선과 미래 산업에 대한 집중 투자로 삼성은 내실 면에서도 초일류기업으로 도약했는데요. 이 선대회장 취임 당시 10조원이었던 매출액은 2018년 387조원으로 약 39배 늘었으며, 주식의 시가총액은 1조원에서 396조원으로 400배 가까이 성장했습니다.
 
훗날 삼성이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한 계기라고 평가받은 '신경영 선언'(프랑크푸르트 선언)도 빼놓을 수 없는 업적인데요. 당시 세탁기 불량 부품을 칼로 깎아 조립하는 것을 본 이 선대회장은 사장단과 임원들을 전부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집합시킵니다. 1993년 6월 이 회장은 양이 아닌 질 경영을 위해 "마누라와 자식 빼고 모두 바꿔라"고 일갈, 신경영 선언을 하게 됩니다. 양이 아닌 질 위주의 경영 구조를 실현하겠다는 선언이었는데요.
 
이 선대회장의 주요 경영철학인 '메기론'도 비슷한 시기에 나왔습니다. 미꾸라지 생존을 위해 메기를 넣으면 생존을 위해 더욱 치열해진다는 것인데요. 외부 인재를 투입해 내부 경쟁을 유발하겠다는 경영 철학이었던 셈입니다.
 
품질 확보를 위해 1995년 3월 무선전화기 15만대를 불태운 '애니콜 화형식' 역시 유명한 일화입니다. 신경영 선언 후에도 당시 삼성은 모토로라를 따라잡기 위해 휴대전화 생산량을 늘리는 데만 집중하다가 불량률이 11.8%까지 치솟은 바 있습니다. 이에 격노한 이 선대회장은 "시중에 나간 제품을 모조리 회수해 태워 없애라"고 지시했습니다.
 
당장이라도 비가 쏟아질 것 같은 먹구름이 낀 하늘 아래 삼성전자 경북 구미사업장 운동장에는 '100% 양품만 만들겠습니다', '품질은 나의 인격이요, 자존심'이라는 현수막이 걸렸습니다. 운동장에 집결한 직원들은 삼성 브랜드가 붙은 전자제품 15만대를 해머로 때려 부수고 불을 붙였는데요. 약 500억원의 전자제품이 순식간에 잿더미로 변한 순간이었습니다. 
 
이 선대회장이 시장에 던진 강력한 메시지 덕분이었을까요. 이 선대회장의 충격요법 이후 1994년 국내 4위에 머물렀던 삼성의 무선전화기 점유율은 1년 뒤에 1위에 올라서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삼성은 이러한 제품력을 바탕으로 이후 '갤럭시'로 이어지는 휴대폰 신화의 토양을 다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재계 관계자는 "이 선대회장은 인재제일의 철학을 바탕으로 '창의적 핵심인재'를 확보하고 양성하는 데 힘 썼다"며 "인재 육성과 함께 기술을 경쟁력의 핵심으로 여겨 기술인력을 중용함으로써 기업과 사회의 기술적 저변을 확대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5일 오전 경기도 수원 선영에서 치러진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3주기 추도식에 참석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 선대회장의 기업의 사회공헌 사업도 회자되고 있습니다. 이 선대회장은 "인류의 건강과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은 기업의 사명"이라며 삼성의 각종 사회공헌 사업을 주도했는데요.
 
취임 초인 1989년에는 삼성복지재단을 설립해 삼성어린이집을 운영했는데요. 1990년 1월 '1호 어린이집' 개관 소식을 전해 듣고 "진즉에 하라니까 말이야"라며 기뻐했다는 일화가 회자됩니다. 생전 스포츠를 국제교류와 세계평화에 기여하는 중요한 촉매제로 인식하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는데요. 1997년부터 올림픽 TOP 스폰서로 활동하는 등 세계 스포츠 발전에 힘을 보탰습니다.
 
이 선대회장의 유족은 2021년 이 선대회장이 평생 모은 문화재와 미술품 2만3000여점을 국가기관 등에 기증하고, 의료 공헌(감염병 극복 7000억원, 소아암·희귀질환 지원 3000억원)에 1조원을 기부했습니다.
 
이 선대회장은 2014년 5월 서울 용산구 자택에서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뒤 6년5개월여 간 투병하다 2020년 10월 25일 새벽 향년 78세를 일기로 별세했습니다.
 
로저 마틴 캐나다 토론토대 경영대학원 명예교수는 지난 18일 추모 학술대회에서 "이 선대회장은 미래에 대한 상상력과 통찰력을 보유한 전략 이론가였다"며 "통합적 사고에 기반해 창의적 해결책을 만들어내는 능력을 갖춘 통합적 사상가였다"고 평가했습니다.
 
경기도 수원 선영에서 열린 이 선대회장 3주기 추도식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한 유족과 삼성 계열사 현직 사장단 등이 참석했습니다. 유족들은 이날 오전 11시쯤 선영에 도착해 10여분간 머무르며 고인을 추모하고 이야기를 나눴는데요. 윤석열 대통령 중동 순방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했던 이 회장은 선친 기일에 맞춰 이날 오전 입국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유족들에 앞서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 경계현 사장 등 삼성 현직 사장단 60여명도 오전 10시쯤 선영에 도착해 차례로 헌화와 묵념 등을 하며 고인을 추모했습니다.
 
이 회장은 추도식 후 용인 인재개발원으로 이동해 사장단과 이 선대회장 추모 영상을 시청한 뒤 오찬을 함께 했는데요. 앞서 이 회장은 지난해 2주기 사장단 오찬에서는 "세상에 없는 기술에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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