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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익도

(인터뷰)"마임은 삶의 시…일상의 언어"

신간 '마임 노트' 펴낸 마임이스트 이두성씨

2023-10-24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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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사실은 엄마 뱃속에서 주먹이나 발을 뻗는 그 몸짓부터가 아닐까요. 특정 용어로 정의하고 설명을 하려는 그 낯섦 때문에 다가가기 쉽지 않은 것일 뿐." 
 
최근 만난 마임 배우(마임이스트)인 이두성 씨는 마임을 이렇게 은유합니다. 단출하면서도 뇌리에 콕 박히는 정의. 연기 움직임 교수 등으로도 활동하며 최근 신간 '마임 노트'를 펴낸 그는 "잼잼 도리도리부터 어릴 적 보아온 전통 민속 놀이들, 하다못해 소꿉놀이에서 엄마아빠 흉내내는 역할 놀이하는 몸짓까지 모든 사람의 행동은 마임이란 카테고리 안에서 설명이 가능하다. 곧 마임은 사람들의 일상으로부터 나온다"고 했습니다.
 
책에서 이두성 씨는 마임을 "인간의 몸으로 표현되는 본질적인 시"라고 정의합니다. 점점 정제화돼 간결한 몸짓으로 형상화하는 마임이 결국은 많은 말들 중 한 단어 한 단어 골라 만든 게 시와 같은 거라고. 약 10~50만 년 전 지구상 출현한 현생 인류와 같은 호모 사피엔스 종의 몸짓 하나하나가 결국 마임의 기원일지 모른다는 책 표현도 인상적입니다. 
 
최근 신간 '마임 노트'를 펴낸 마임 배우(마임이스트)인 이두성 씨. 사진=저자 제공
 
"풍요와 영원이 깃든 몸짓은 결국 시와 궤를 같이 하는 것이죠. 생활과의 이질화가 마임을 대중으로부터 멀어지게 했다고 생각해요. 사실은 재즈, 민속 창, 랩처럼 우리 곁에 스며들어 존재하는 건데요. 마임을 무대 위에 올리는 사람으로서 '생활과의 일치'가 늘 고민스럽습니다."
 
이두성 씨는 30여 년간 마임 외에도 연극·1인극·인형극 배우를 비롯해 문화 예술 교육 강사, 연기 움직임 교수 등으로 공연예술계에 몸담아 왔습니다. 1세대 마임이스트 유진규 씨를 사사하며 한국 마임협의회 소속되고부터 본격 무대에 올랐습니다. "진솔한 몸짓의 공연이 마음에 점점 크게 자리잡더라고요. 작품을 창작하고 무대에 올리면서 기록한 글들을 언젠간 책으로 엮어내고 싶었어요. '배우의 일기' 같은 느낌으로. 그러다가 코로나 팬데믹 때 공연이 끊기면서 이렇게 책으로 나오게 됐어요. 결과물을 보니 생각보다 학술적인 부분도 많이 들어간 것 같아요."
 
국내에서는 아직 마임의 대중화는 요원한 실정입니다. "대중화가 되려면 마임의 기호들이 일상에 스며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햄릿이나 춘향의 대표 몸짓을 따서 '이게 마임입니다' 하는 방법도 있겠고, 재밌는 몸짓을 펼쳐보이는 것도 방법이겠고요. 사실 무대 끝나고 한 어르신이 '춤 잘 봤습니다' 하시던 그 감상평이 제일 기억에 남아요. 마임도 춤이거든요."
 
최근 신간 '마임 노트'를 펴낸 마임 배우(마임이스트)인 이두성 씨. 사진=저자 제공
 
그의 책 정의대로 '마임이 인간의 몸짓을 만물로 표현하는 몸짓'이라면, 공연 예술에서는 '언어' 같다고 이해해도 되지 않을까. 경계란 게 있을까. "사실은 클래식 피아노 연주자도 햇빛이나 물의 흐름 같은 자연을 느끼며 연주한다고 하잖아요. 그 연주의 손짓 하나하나가 사실은 마임적인 언어이자 터치가 될 수 있는 것이죠. 지휘자나 바이올리니스트들의 표정 또한 마임의 기초가 될 수 있겠고요. 더 나아가 미술 영역에서의 터치감 또한. 마임은 하나의 '언어'죠."
 
오늘날 수많은 지역 음악 축제의 효시 격인 '춘천 마임 축제'에 대해 그는 "마임이 대중적으로 생활 속으로 스며들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고 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마임이 연극의 부속물로 취급되지 않는 것이 선행돼야겠죠. 늘 변방의 장르로 취급되긴 했지만 공고한 장르로써 인식이 되도록 먼저 하는 역할을 한국 마임협의회에서 1994년부터 해오고 있습니다. 결국 마임이라는 것은 정답은 없어요. 하지만 내 몸짓에 대한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차이의 미학을 만들어가는 것임에는 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마임 배우(마임이스트)인 이두성 씨가 최근 펴낸 신간 '마임 노트'. 사진=저자 제공
 
"많은 공연 예술인들의 몸짓에 미약한 도움이라도 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책을 썼다"는 그는 커튼콜처럼 마지막 말을 대신했습니다. "진솔한 만남의 마침표를 찍는 것도 저는 공연의 일부이자 마임이라 생각합니다. 인간 대 인간으로의 인사를 어떻게 할 수 있을까, 그 순간에 치열하게 고민하거든요. 감사의 인사를 하는 그 마지막까지 무대 너머의 독자 분들과 교류하고 싶습니다."
 
최근 신간 '마임 노트'를 펴낸 마임 배우(마임이스트)인 이두성 씨. 사진=저자 제공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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