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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북한 경제 크게 흔들리지 않은 듯"

(북중 접경지대 답사③)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산이 산 같아 보이기 시작"

2023-10-06 06:00

조회수 :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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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북중 접경지대를 답사한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사진 속 장소는 백두산 천지. (사진=뉴스토마토)
 
[단둥·옌지=뉴스토마토 황방열·한동인 기자]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북한과 남북관계 연구뿐 아니라 북중 관계와 북중 국경연구에서도 손꼽히는 연구자입니다. 1996년 봄에 처음 북중접경지대 답사를 시작한 이래 노무현정부에서 공직에 있던 시기를 제외하고는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 여름까지 거의 매년 한두 차례 압록강과 두만강을 따라 북한을 톺아봤습니다.
 
지난 9월, 4년 여 만에 다시 1334km에 달하는 북중접경지대를 답사한 뒤, 이 전 장관은 "대미 관계 악화로 북한의 경제 부분 개혁조치들이 후퇴하지 않았을까 했는데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며 "코로나19로 전체적인 경제 상황들이 어려웠지만 북한의 경제 정책이나 경제적 삶 자체가 크게 흔들렸다고 보기는 어려운 것 같다"고 총평했습니다. 아래는 일문일답 전문입니다.
 

지난 9월 북중 접경지대를 답사한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사진 속 장소는 백두산 천지.(사진=뉴스토마토)
 
"신의주, 이전에 없던 고층건물들 들어서…건설 전국적 진행"
 
-4년 만에 신의주에 다시 왔는데, 눈에 띄는 변화가 있습니까.
 
상단에 ‘일심단결’이 새겨진 아파트 건물이 다 지어졌습니다. 지난 4년간은 코로나 국면이었기 때문에 세계 모든 나라 경제가 다 어려웠는데, 특히 북한은 더 어렵지 않았겠습니까? 북한이 평양에는 살림집을 짓는 캠페인을 했지만 이런 지방도시에는 건설 부문이 약화되지 않았을까 생각했는데, '일심단결' 건물과 그 옆에 3개 동의 건물을 포함해 지난 2019년에는 보지 못했던 건물들이 생겨났습니다. 신의주 부두에는 모래를 채취하는 바지선도 있던데, 모래는 건설 자재 아닙니까. 신의주도 대표적인 도시 중 하나지만 수도 평양만 아니라 지방 도시에서도 건설이 계속됐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북한의 양강도 혜산시는 중국과의 경계를 유심히 보더라도 북한과 중국의 구분이 잘되지 않더군요.
 
혜산시 외곽에 들어섰을 때 2019년에는 아예 없었던 고층 건물들이 크게 들어선 걸 봤습니다. (혜산시 맞은 편) 장백현 전망대에서 봤던 여러 아파트들은 2016~2018년 사이에 짓기 시작해서 2019년까지는 완성이 안 됐습니다. 이번에 완공된 모습을 봤습니다. 혜산시 오른쪽 아래 하류 쪽에도 건물들이 들어서기 시작한 겁니다.
 
2010년대 중반 이전에는 하다못해 지붕 하나도 제대로 바꾸는 경우가 없었습니다. 2014년부터 건설 붐이 시작됐는데 2019년 이후 코로나 국면을 거치면서도 이 정도의 발전이 있었던 겁니다. 압록강변과 두만강변 농촌 곳곳을 보면 마을의 반 정도에 문화주택이 들어섰거나 들어서는 걸 볼 수 있었습니다. 수도 평양만이 아니라 지방 도시에서도 이러한 현상이 이뤄지고 있는 겁니다. 양강도는 북한에서도 오지인데 상당하게 진행을 시켜놨습니다.
 
- 답사하는 동안 뙈기밭에 대해 많이 얘기했습니다.
 
뙈기밭이라는 게 북한에서 식량난이 심각해지고 배급이 어려워지면서 농민뿐 아니라 도시민들까지 주변 야산에 밭을 개간하는 건데, 산을 황폐화하고 폭우 때 엄청난 피해의 원인이 됩니다. 1990년대 말부터 2005~2006년쯤까지 뙈기밭이 극성기였습니다. 지난 2015년이 김정은 위원장이 10개년 계획을 세워서 황금산을 만들라고 특별지시를 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강산은 황폐화되고 끝장난다'고 했는데요. 그 이후 북한 산림 정책이 크게 바뀌었는데, 뙈기밭이 여전히 많이 있지만,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인공적으로 조림하거나 더 이상 경작하지 않아서 관목화된 겁니다.
 
북한 당국이 조림을 하려해도 백성이 배가 고프면 따라갈 수가 없어요. 결국 굶어 죽지 않고 있다는 걸 의미하는 것이고, 또 한편으로는 북한의 산업 활동 형태가 상업·유통업이 발달하고 있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유휴 인력들이 산에 가서 뙈기밭을 하는 것보다는 장마당에 가서 일하는 게 낫다는 얘깁니다. 이런 건 우리나라가 북한의 GDP 통계를 잡을 때는 나오지 않는 겁니다.
 
북한이 코로나로 국경을 봉쇄하면서 지난 4년 동안 어떤 변화가 있을까 했는데, 재산림화가 과거처럼 아주 급격하게 진행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후퇴하지 않았고 완만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봤습니다. 나무 하나 없는 벌건 민둥산이 북한의 대표 이미지 중 하나인데, 이제는 북한의 산이 산같이 보이기 시작한 겁니다.
 
지난 9월 북한 양강도 압록강변 일대의 뙈기밭 모습. 뙈기밭 일대에 나무가 자라면서 북한 마을 뒷산이 조금이나마 초록빛을 띄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재조림과 관목화로 뙈기밭 많이 줄어…밀수건 비공식적이든 외부 자원 들어오는 듯"
 
-말씀하신 대로 북한이 자체 봉쇄상태였고 장기간 국제제재를 당하고 있습니다. 내부 자원만으로 저런 변화가 가능하지는 않을 텐데요.
 
그렇지는 않겠죠. 북한의 기름값 같은 것들이 상대적으로 안정돼 있습니다. 외부에서 들어오는 게 있다는 겁니다. 밀수건 비공식적이든요. 또 중국이나 러시아에 나가 있는 노동력들이 코로나 봉쇄 기간에 북한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계속 일하지 않았습니까. 그 수가 5만에서 최대 20만까지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북중관계와 접경지대에서 본 현재의 북한 모습을 전반적으로 평가한다면.
 
우선 북중관계는 크게 변함이 없는 것 같습니다. 2019년 6월에 시진핑 주석이 방북했을 때 제재범위 내에서 관광, 청년교류, 농업협력 등에 합의했고, 지방정부에서도 지린성과 랴오닝성의 최고 수뇌부들도 방북했었습니다. 그 뒤 곧장 코로나가 터졌습니다. 북중 간에는 그걸 다시 여는 것이 시작이라고 봅니다. 각각의 세관에 물건들이 옛날만큼은 아니지만 들어가기 위해 차들이 대기 돼 있더군요.
 
북한은 건설분야와 재산림화 두 가지를 주목해서 봤는데요. 건설 부문은 전국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 확인됐습니다. 건설 역량을 동원하고 비용을 투자하고 있다는 거죠. 물론 북한이 코로나 기간에 자신있게 할 수 있는 분야가 건설이기는 합니다. 조림이나 뙈기밭 관목화는 완만하기는 하지만 무너지지 않고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대미관계 악화로 경제 부분의 개혁 조치들이 후퇴하지 않았을까 했는데 그렇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코로나로 전체적인 경제 상황들이 어려웠지만 북한의 경제 정책이나 경제적 삶 자체가 크게 흔들렸다고 보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한 중국 학자는 "미국과 한국 정부의 의사결정자들을 북중접경지대에 초청해서, 직접 현재 상황을 확인하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하더군요
 
지난 9월 중국 랴오성 단둥시에 위치한 북한 전용 해관(세관). 북중 교역이 재개되지 않아 해관 앞이 한산한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북중러 협력 가능성과 그 정도는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협력의 방향은 명료하지만 그렇게 쉽게 발톱을 드러내지 않을 겁니다. 중국은 세계 시장경제 체제 속에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이 노선을 바꾸기 쉽지 않습니다. 중러가 협력하면 되고, 북러가 협력하면 된다고 생각하면서, 3국을 묶는 북중러 협력은 국제정세를 지켜보면서 이와 연동해서 움직일 것으로 보입니다. 북중러 군사협력 가능성도 거론되는데, 국제정세나 한미일 군사협력의 동향을 보면서 중러 군사훈련에 참관단 정도를 보내는 방식으로 시작할 가능성이 크고, 그것도 면밀히 정세를 보면서 진행할 거라고 봅니다. 중국은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에서 북중러 협력 강화는 미국 등 서방으로부터 고강도 반발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크다고 볼 겁니다.
 
"북중러판 갬프 데이비드 선언? 바로 현실화하지 않을 것"
 
-북중러판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 가능성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바로 현실화시키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이런 국제정세 아래서 앞으로 남북관계는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북한은 이미 남한과 서방과는 안 된다는 것을 여러 차례 확인한 것 같습니다. 북중 간, 북러 간 경제협력이 심화될 것이고, 남북관계에서 경제협력을 통해 꿈꿨던 한반도 공동번영의 영역들은 점점 좁아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듭니다.
 
단둥·옌지=황방열·한동인 기자 hb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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