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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연

북러에 경고장…신냉전 방향타는 '한중 회담'

윤 대통령 "북러 군사거래는 도발…좌시하지 않겠다"

2023-09-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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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왼쪽) 대통령이 지난해 11월15일(현지시간) 발리 한 호텔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악수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북러에 경고장을 던진 윤석열 대통령이 '대중 유화' 시그널을 보내면서 동북아 신냉전이 중대한 분수령을 맞았습니다. 윤 대통령은 4박 6일간의 유엔총회 순방 기간, 군사밀착에 나선 북러를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북러 군사밀착으로 국제정세가 격랑에 빠진 상황에서 중국을 지렛대 삼겠다는 전략으로 분석됩니다. 북중러 군사협력에 선을 긋고 있는 중국의 마음을 끌어오겠다는 심산인데, 한중 정상회담이 신냉전 완화 키워드로 떠오를 전망입니다.
 
'중국 지렛대', 북러 밀착 막을 '수단'
 
24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의 '제78차 유엔총회 고위급 회기' 참석의 하이라이트는 북러에 보낸 경고의 메시지였습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간) 유엔총회에서 "북한이 러시아에 재래식 무기를 지원하는 대가로 대량살상무기(WMD) 능력 강화에 필요한 정보와 기술을 얻게 된다면, 러시아와 북한 군사 거래는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안보와 평화를 직접적으로 겨냥한 도발이 될 것"이라며 "대한민국과 동맹, 우방국들은 이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이번 기조연설에서 북러 대신 '러북' 순으로 지칭, 달라진 외교 기조를 예고했습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현지 프레스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나 "민족 공조라고 해서 북한이 어떤 짓을 하든 맨 앞자리에 불러줘야 한다는 것은 우리 정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습니다. 앞서 대통령실이 한중일 대신 '한일중'으로 표현, 한미일 협력 기조를 분명히 했습니다. 다만 북러에 강경 기조를 보이는 것과는 달리, 중국엔 손짓을 보내고 있습니다. 
 
 
 
미국을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0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8차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에 따라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공고화한 한미일 대 북중러 신냉전 구도가 새로운 전기를 맞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분기점은 이번 주입니다. 한중일 3국 외교 부국장급 인사들이 25일 한데 모여 회의를 여는 데 이어 다음 날 3국 외교차관보급들이 참석하는 고위급회의가 서울에서 열립니다. 통상 고위급회의 후 외교장관회의를 거쳐 3국 정상회의가 열렸다는 점에서 새 정부 출범 이후 얼어붙은 한중 관계를 풀 장이 마련되는 겁니다.
 
특히 지난 23일 항저우 아시안게임 개막식에 참석한 한덕수 국무총리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난 것도 앞으로 관계 회복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됩니다. 우리 측은 그간 통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참석했던 개막식에 한 총리를 보냄으로써 중국을 향해 관계 회복의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13일 정상회담을 가진 데 이어 다음 달 푸틴 대통령과 시 주석 간 정상회담 가능성이 커지면서 어느 때보다 북중러 밀월 관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는 곧 한반도 정세에 신냉전 구도가 더 짙어진다는 의미가 됩니다.
 
"중국, 북러와 동일선상 원하지 않는다"
 
다만 여전히 서방세계를 의식해 개별 국가 간 관계는 유지하면서도 북러 간 무기 거래에는 거리를 둔 중국의 행보가 변수로 떠올랐습니다. 중국의 마음을 잡느냐에 따라 현 신냉전 구도의 색깔이 더 짙어질지 아니면 더 옅어질지가 결정됩니다. 이전까지 미국만을 따랐던 윤석열정부가 배척 대상이었던 중국을 향해 최근 연이어 손을 내밀고 있는 것도 이러한 연유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북중러를 한데 묶어 말하지만, 현실은 다르다"며 "중국은 자신들이 미국과 세계 패권을 놓고 경쟁하는 상황에서 북한, 러시아와 함께 동일 선상에 놓이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8일 중국 베이징의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중국장애인연맹 제8차 전국대표대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신화·뉴시스)
 
 
결국 윤 대통령과 시 주석이 정상회담을 열고 관계 회복을 푸는 게 관건인데 현재로서는 미지수입니다. 이미 윤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 당시 시 주석에게 방한을 공식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미국과 밀착하고 있는 한국의 요청을 중국 정부가 곧바로 받아들이지 않은 상황입니다.
 
열쇠를 쥔 중국은 한국을 강하게 압박했습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21일 사설에서 "한국과 일본은 이번 기회를 소중하게 여겨야 한다"며 "한중일 고위급 회의 재개는 3여년간 중단됐던 3국 간 협력체계 재가동을 위한 중요한 단계로 '신냉전'의 암운을 다소 누그러뜨릴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3국의 과제는 반드시 상호 이익 협력, 동반 발전의 큰길로 꾸준히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라고 주문했습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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