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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익도

(초점)"한국과 북유럽 공통 분모가 K팝 완성도 높여"

2023-09-15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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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소녀시대 ‘소원을 말해봐’가 일본 전역을 휩쓸던 때를 기억합니다. 도쿄돔 그 큰 공연장을 전부 매진시켰었죠. 2만 5000명의 응원봉 물결이 일렁이는 걸 그때 처음 봤거든요. 그때 직감했죠. ‘K팝, 이거 장난 아니구나!’”
 
지난 6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서 열린 ‘2023 뮤콘(MU:CON, 뮤직·엔터테인먼트페어) 오픈세션 ’북유럽 제작자들이 말하는 K-POP의 과거, 현재, 미래‘에서 로빈 옌센 에코뮤직 라이츠(EKKO Music Rights)와 디자인 뮤직(Dsign Music)의 공동설립자 겸 스파크 (SPARWK) 사장이 말했습니다. 노르웨이 출신 옌센은 북유럽 음악 전문가로, 지난 15년 여간 K팝을 서양과 잇는 가교 역할을 해온 인물입니다. 
 
옌센은 “한국과 북유럽은 ‘마음에 들 때까지 끝까지 고치고 마는 완벽주의 문화’가 비슷하다. 한번 만들어 놓고 절대로 바꾸지 않는 미국의 문화와의 결정적인 차이”라며 “북유럽 작곡가들이 대거 포진돼 만드는 K팝의 완성도를 세계가 인정하는 결정적 요인으로 본다”고 했습니다.
 
지난 6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서 열린 ‘2023 뮤콘(MU:CON, 뮤직·엔터테인먼트페어) 오픈세션 ’북유럽 제작자들이 말하는 K-POP의 과거, 현재, 미래‘. 사진=한국콘텐츠진흥원
 
이날 세션에는 옌센 외에도 스웨덴 음악의 수출을 지원하는 단체인 엑스포트 뮤직 스웨덴 (Export Music Sweden)의 CEO이자, 스웨덴 그래미 어워즈(Swedish Grammy Awards)와 스웨덴 정부 음악수출상(Music Export Prize) 심사위원으로 활동하는 제스퍼 토르슨, K팝 프로듀서로 활동 중인 최진석(진바이진), SM엔터테인먼트 해외 A&R 담당자 출신으로 현재 씽잉비틀(Singing Beetle)의 설립자 겸 CEO인 조 미셀 등이 참여했습니다.
 
조 미셸은 “북유럽 작곡가들은 열린 마음으로 K팝과의 협업에 임한다”며 “특히 멜로딕이 강조되는 북유럽 특유 스타일을 K팝에 접목시킨 것이 한국을 비롯한 세계에 친숙할 수 있는 음악이 됐다. 성공적인 협업관계가 이어졌다”고 봤습니다. 미셸은 SM 재직 당시부터 런던노이즈(LDN Noise), 아드리안 맥키넌(Adrian McKinnon), 루이스 프릭 스빈(Louise Frick Sveen) 같은 세계에서 트렌디한 프로듀서와 작곡가들을 K팝과 연결시켜왔습니다.
 
로빈과 함께 일해온 최진석 프로듀서 역시 “북유럽에서 활동하면서 노르웨이에서 유명한 ‘송 엑스포’라는 캠프에 참가한 적이 있다”며 “북유럽 작곡가들은 대체로 시각화하는 단어들을 써가며 제목과 가사 콘셉트를 정하는데, K팝 레이블과 아티스트는 그것을 바탕으로 노래를 한다”고 구체적인 협업과정을 설명했습니다.
 
최진석 프로듀서는 “10년 전 만 해도 25만장 정도의 실물음반을 팔던 K팝 그룹이 이제는  450만장을 훌쩍 넘는다”며 “서구 팝 시장 역시 글로벌 팬덤을 지닌 K팝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블랙핑크와 협업한 두아리파 등이 그 사례”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세계적으로 흥행하면서 주요 대형기획사들의 요구 또한 점차 치밀해지고 세분화되고 있다”며 “이전 북유럽 작곡가들 주도의 K팝 음악이 만들어졌다면, 이제는 NCT의 새 음반에 대한 대형기획사들의 치밀한 니즈를 북유럽에 전달하는 식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봤습니다.
 
두 개의 다른 문화가 충돌할 때, 소통이 원활하지 못해 애를 먹었던 적은 없을까. 옌센은 “한국인들에게 ‘아마(Maybe)’는 ‘예스(Yes)’가 아니다”며 “직설적으로 말하는 서구권과의 차이점이 이제는 익숙해졌다”며 웃었습니다. 최진석 프로듀서는 “다양한 문화적 경계는 존재할 수 있지만 막상 스튜디오에 들어가면 오로지 청력에 집중해야만 한다. 크리에이티브 측면에서 문화적 충돌을 생각하는 것은 생산적이지 못한 일”이라 짚었습니다.
 
하이브 A&R팀장 겸 크리에이티브 책임자 출신이자, 현재 컬럼비아레코드 A&R 부사장 니콜킴. 사진=한국콘텐츠진흥원
 
이날 이 세션에 앞서는 방탄소년단(BTS) 소속사 하이브 A&R팀장 겸 크리에이티브 책임자 출신이자, 현재 컬럼비아레코드 A&R 부사장으로 임명돼 미국에서 활동하는 니콜킴도 ‘전 세계를 사로잡은 대중음악의 힘’ 세션에 참가했습니다.
 
니콜킴은 “한국의 경우 A&R 팀이 노래를 듣고 가수와 어울리는 곡을 찾으면 레코딩에 들어가는 경우가 일반적이지만, 미국에서는 협업 과정이 다르다”며 “한 스튜디오에 작곡진과 프로듀서, 아티스트가 함께 들어가 노래를 공동으로 만든다”고 짚었습니다.
 
전 세계 작곡진들이 한 곡을 만드는 것이 보편적인 상황이 됐지만, 이 때문에 제대로 검수가 되지 않은 선정적 가사가 K팝에 쓰이는 소수의 사례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K팝의 지속 가능한 흥행을 위해 밟아야 할 단계들은 많습니다. 외국 작곡가에 의존하기보단 K작곡의 선진화 또한 이뤄져야 하고, 조금 더 다양한 장르들이 수면 위로 올라와야 합니다. 보다 투명하고 내실 있는, 그래서 진정성이 느껴지는 음악 제작의 선순환 구조가 병행돼야 합니다. 니콜킴이 얘기한 미국의 선진적인 작곡-프로듀싱 시스템 역시 K작곡의 선진화를 위해 도입돼야 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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