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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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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 후폭풍…서민 주거사다리 '빌라' 안 짓는다

다세대·연립 인허가 물량 73%·42%↓

2023-09-15 06:00

조회수 : 1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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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성은 기자] 서민 보금자리로 여겨지는 다세대·연립주택 등 이른바 빌라의 공급량이 대폭 줄었습니다. 부동산 경기 악화와 전세사기 사태 이후 빌라 기피 현상이 굳어진 영향입니다. 전국적으로 아파트값이 상승세를 보이는 가운데 빌라 공급 감소는 향후 서민들의 주거사다리를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15일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7월 전국 건설 인허가 물량은 다세대주택 5872가구, 연립주택 4196가구로 전년 동기(2만1650가구, 7294가구) 대비 각 72.9%, 42.5% 감소했습니다.
 
같은 기간 전체 주택 인허가는 29만5855가구에서 20만7278가구로 29.9% 감소했는데요. 인허가 물량이 24.9% 줄어든 아파트와 비교하면 감소폭 차이가 큰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전년 대비 올해 7월 누적 전국 착공 실적 또한 다세대주택은 2만1596가구에서 6365가구로 70.5%, 연립주택은 6542가구에서 2074가구로 68.3% 떨어지며 이른 시일 내 빌라 공급 부족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건설 인허가를 받고 착공 후 준공시기가 오면 빌라 공급 부족 현상이 빚어질 수 있다"며 "빌라에 많이 거주하는 나홀로 가구나 청년세대들이 불편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표=뉴스토마토)
 
전세사기로 얼룩진 빌라시장
 
빌라 인허가 물량이 쪼그라든 원인은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과 부동산 시장 침체 때문입니다. 자금 조달 비용이 늘어난 데다 집을 지어도 팔리지 않으니 공급 감소로 이어질 수 밖에 없죠.
 
여기에 전 국민의 공분을 산 전세사기 사태가 곳곳에서 나타나며 빌라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자리잡았습니다. 가구 수가 적은 빌라는 아파트에 비해 시세가 뚜렷하지 않고, 매매가격과 전세가격 격차가 크지 않아 전세사기 표적이 됐습니다.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퍼지면서 빌라 전세를 기피하는 수요자가 늘었습니다. 실제로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의 서울 다세대·연립주택 전세 거래량을 보면, 지난해 1~7월 5만6228건에서 올해 4만1095건으로 전세 거래가 26.9%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통상 건축업자들은 빌라를 짓고 분양하거나 전세를 놓은 돈으로 공사대금을 충당합니다. 빌라 전세 수요가 감소하면 건물을 짓기가 어렵습니다.
 
빌라 밀집지역인 서울 강서구 화곡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파산하거나 잠수를 탄 빌라 건축업자들이 많아졌다"면서 "이자에 허덕이는 상황에서 땅 사서 건물을 짓는 사람이 없는 게 당연하지 않냐"고 되묻기도 했습니다.
 
서울 강서구 일대 빌라 밀집지역 전경. (사진=김성은 기자)
 
"전세 정상화·신뢰 회복이 먼저" 
 
상대적으로 아파트가격이 비싼 서울의 경우 빌라가 서민 주거사다리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공급량 감소는 우려될 수 밖에 없습니다.
 
올해 서울 아파트 인허가 물량이 4.1% 줄어들 때 다세대주택은 80.5%, 연립주택은 40.2% 급감하면서 양극화가 두드러졌는데요.
 
전세시장 정상화가 되지 않는 이상 한동안 빌라 공급 확대는 어려울 전망입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빌라는 전세가격이 중요하다"며 "전세가격을 맞춰야 분양도 되고 매매가격도 밀어올리는데, 보증금 미반환 우려가 커 임대 수요가 확 줄었다"고 진단했습니다.
 
그러면서 "금리 인하 이전에 '빌라는 위험하다'는 인식을 불식시킬 대책이 나와야 한다"며 "전세사기 예방책이나 악성 임대인을 걸러내는 시스템을 마련해 빌라 시장이 신뢰를 얻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정부가 2~3년 후 주택 공급 감소 우려를 잠재우고자 '부동산 공급 활성화 대책' 발표를 예고했지만 빌라는 논외인 상황입니다. 서진형 공동대표는 "이달 나올 대책은 아파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서민들의 주거 대책도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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