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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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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시공 우려에 '후분양제' 재부상

분양 아파트 30곳 중 11곳 후분양

2023-09-13 06:00

조회수 : 10,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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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백아란·김성은 기자] 아파트 청약시장에서 '선시공 후분양' 아파트가 잇달아 등장하고 있습니다. 통상 선분양 후시공이 주를 이루지만 부실시공 우려와 함께 분양 일정을 미뤘던 단지들이 가세하며 후분양 단지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공사가 어느 정도 진척된 상태에서 공급하는 후분양은 부실시공 우려를 잠재울 수 있는 수단으로 제시되는 반면 사업 시행자와 수분양자들의 자금 마련 부담으로 활성화되기는 어려운 실정입니다.
 
13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이달 11일까지 입주자 모집공고를 낸 아파트 30개 단지 중 37%에 해당하는 11개 단지가 후분양 방식으로 공급됐습니다.
 
대우건설은 이달 초 청약을 받은 '상도 푸르지오 클라베뉴'에 이어 이달 중순 부산 '더비치 푸르지오 써밋'과 내달 광명 '트리우스 광명', 인천 '왕길역 로열파크씨티 푸르지오'를 후분양으로 공급합니다.
 
부영그룹이 시행과 시공을 맡은 '신항 마린 애시앙'은 건축물 사용승인 후 입주자를 모집하는 단지로, 청약 당첨자는 실제 집을 둘러보고 계약을 할 수 있습니다. 더원건설이 지은 '월드메르디앙 소사역'도 지난달 28일 준공 후 사용승인을 받고 30일 입주자 모집공고를 냈습니다.
 
이 밖에 현대건설이 지은 '힐스테이트 신용 더리버'와 동부건설의 '용인 센트레빌 그리니에' 등도 내년 상반기와 올해 하반기 입주 예정인 후분양 단지입니다. DL이앤씨는 '동탄레이크파크 자연&e편한세상'을 후분양으로 진행할 예정입니다.
 
(표=뉴스토마토)
 
실물도 없이 분양?…후분양 단지가 뜬다
 
공사 착공 후 터파기 단계에서 견본주택만 보고 청약하는 선분양제와 달리 후분양제는 공정률 60~80% 시점 또는 준공 전후에 분양을 실시합니다.
 
최근 아파트 주차장 붕괴사고로 부실시공에 대한 불안감이 팽배해진 가운데 소비자가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구입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후분양제가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후분양인 점을 내세워 안전성을 강조한 분양 홍보글도 부쩍 늘었습니다.
 
여기에 GS건설 등 영업정지 기로에 놓인 건설사들에 대한 행정처분이 확정되면 선분양이 제한됩니다. 해당 건설사가 향후 공급할 공동주택은 후분양으로 돌아설 가능성도 있습니다.
 
자금 조달 걸림돌…"후분양제 자리잡긴 어려워"
 
다만 후분양제가 일시적으로 늘어날 수는 있지만 활성화되기에는 걸림돌이 존재합니다. 자금 마련에 대한 부담이 큰 데다 준공 후 분양이 아니면 품질을 확인하기 어려워 의미가 퇴색되기 때문입니다.
 
선분양 시 수분양자들이 납부한 계약금과 중도금으로 공사를 진행하는데, 후분양으로 진행하게 되면 시행업체는 공사대금을 자기 자본으로 내거나 이자를 주고 다른 곳에서 자금을 빌려와야 합니다.
 
건설업 불황 등으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라면 후분양을 추진하기 어려울 수 밖에 없습니다. 급격한 자재비 인상에 따른 원가 상승분을 분양가에 반영할 수 있다는 장점은 있습니다.
 
실제로 후분양 단지들의 배경을 살펴보면 조합과의 이견이나 시장 상황 악화 등으로 후분양을 선택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최근 후분양 아파트를 공급한 건설사 관계자는 "조합과 분양가를 놓고 이견도 있었고, 시장이 너무 안 좋아서 미분양이 날까봐 미루다 보니 후분양을 하게 된 단지도 있다"며 "전략적인 선택은 아니었다"고 평가했습니다.
 
수분양자 입장에서는 분양대금 납부 기간이 선분양 단지보다 짧아 분양대금 마련 부담이 큰 편입니다. 입주 시기가 분양 후 길어야 1년 뒤라 시세 차익을 기대하기도 어렵죠. 그럼에도 아파트 외관이 어느 정도 지어지고 분양한다는 점에서 후분양제를 선호하는 분위기도 형성되고 있습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구축에 비해 신축 단지는 가격이 높은 편"이라며 "몇 달 안에 바로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후분양에 비해 선분양은 분양가를 2~3년에 걸쳐 나눠서 내 시간 여력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서울의 한 재건축 아파트 공사 현장. (사진=뉴시스)
 
"품질은 분양 시점 아닌 인력 문제"
 
후분양 단지와 품질을 연결시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건축물 사용승인 후 집을 직접 보고 계약하는 경우가 아닌 이상 품질을 확인하기 어려워 사실상 선분양제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입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공사 중인 건물을 펜스 밖에서 육안으로 대략 볼 수는 있어도 안전상 이유로 직접 들어가서 확인할 수는 없지 않느냐"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러면서 "최근 불거진 품질 문제의 원인은 분양 시점이 아니다"며 "인력 구조의 문제로 후분양 단지의 품질이 좋다고 단언하긴 어렵다"고 부연했습니다.
 
건설현장에 큰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후분양제가 대안으로 떠오르지만 여러가지 이유로 한계가 있다는 지적입니다.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후분양 여부는 시행사가 사업 자금을 어떻게 마련하느냐에 달렸다"며 "부채를 최소화하는 방향이 유리한 만큼 후분양을 하면 시행사 입장에서 사업성은 떨어지게 된다"고 했습니다.
 
부동산 시장 상황도 고려해야 합니다. 이 관계자는 "공급이 부족하고 집값이 오르는 상황이라면 아파트가 모두 지어질 때까지 2~3년을 기다리기는 어렵다"며 "수요자들부터 미리 사놓고 싶어할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백아란·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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