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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혜원

퇴행을 막을 방법

2023-09-11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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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단식 8일 차인 지난 7일 국회 앞 천막에 앉아 있다.(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윤혜원 기자] “이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무기한 단식농성에 돌입한 다음 날인 지난 1일 국회 본청 앞 단식투쟁 천막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대표가 단식을 시작한 이유에 대한 설명이었습니다. 
 
열쇳말은 ‘퇴행’이었습니다. 이 대표는 “정권의 퇴행과 폭주 그리고 민생, 국정 포기 상태를 도저히 용납할 수는 없는데 이 일방적, 폭력적 행태를 도저히 묵과할 수는 없지만 막을 다른 방법도 없다”고 부연했습니다. 이어 “조금이라도 퇴행이 완화되고 정상적 국정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할 수 있는 무슨 일이든지 다 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대표는 단식을 발표한 지난달 31일에도 단식 명분으로 퇴행을 언급했습니다. “정권의 퇴행적 집권과 민주주의 파괴를 막지 못한 제 책임이 크다”는 겁니다. 이 대표가 단식에 들어가며 윤석열 대통령에게 요구한 사항은 세 가지입니다. 민생 파괴·민주주의 훼손에 대한 사죄, 일본 핵오염수 방류 반대 입장 천명, 전면적 개각 단행이죠. 국정 사과와 내각 쇄신을 고리로 단식이라는 강수를 둔 겁니다.
 
이 대표 단식이 9일째에 접어든 8일까지 단식 명분을 둘러싼 당 안팎 설왕설래는 뜨거웠습니다. 여당은 이 대표 단식에 명분이 없다고 일축했습니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명분 없고 뜬금없고, 원칙 없는 ‘3무 단식’”이라며 “‘국민 항쟁’을 주장하지만 ‘국민에게 항쟁’하는 퇴행일 뿐”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당내에서도 단식 목표와 효과에 의구심을 표하는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비명(비이재명)계로 분류되는 이원욱 의원은 “목표가 뭔가”라며 “윤 대통령이 변화할 것인가. 저는 변화할 가능성이 없다고 본다”고 전망했습니다. 이상민 의원도 “명분도 실리도 없다”며 이 대표에 단식을 멈춰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이 대표가 윤 대통령에 내건 요구사항은 두루뭉술한 면이 있습니다.  민주당도 이 대표가 요구한 점들이 곧 단식 중단 조건은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이 대표가 강조한 퇴행이라는 말에 무게가 실리기보다는 물음표가 날아드는 배경입니다. 이와 관련해 한 민주당 관계자는 “하나의 사안을 특정해 단식의 선명성을 살리는 편이 나았을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단식을 시작한 이유가 있다면 끝낼 이유도 있어야 단식의 명분이 제대로 섭니다. 아직 이 대표에게는 마땅한 단식 출구 전략이 보이지 않습니다. 이 대표 언급대로 정권 퇴행을 막고자 단식에 돌입했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움직임을 정부가 보여야 단식을 마칠지도 제시할 시점으로 보입니다.
 
윤혜원 기자 hwy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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