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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다국적 K팝…‘수출'인가 '인위적 기획'인가

6000:1 뚫은 12개국 연습생, 비아시아계까지 포괄

2023-09-0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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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K팝이 진정 세계의 주류가 되려면 K를 뗀 '그냥 팝' 그 자체가 돼야 합니다."
29일 오전 9(한국 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 산타모니카 IGA 스튜디오에서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밝힌 대로, K팝은 액면 대로의 팝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을까.
 
하이브 첫 미국 현지 제작 걸그룹 프로젝트 '더 데뷔: 드림 아카데미' K팝 새 활로가 될 수 있을지 대중음악 업계의 관심이 높습니다. 드림 아카데미는 미국 대형 글로벌 음반사 유니버설뮤직그룹 산하 게펜 레코즈와 하이브가 지난 2년 간 함께 한 과정을 거쳐 발표됐습니다.
 
6000 1의 경쟁을 뚫고 선발된 연습생 20명은 오는 9 2일부터 약 2달간 최종 데뷔 조에 들기 위한 경쟁에 나서게 됩니다. 특히, 그간 아시아계 연습생에만 치중됐던 K팝이 비아시아계까지 포괄한다는 측면에서 새로운 도전입니다. 미국, 태국, 필리핀, 스웨덴, 슬로바키아, 스위스, 브라질, 아르헨티나, 벨라루스, 호주 등 12국 출신 참가자들이 참여하게 됩니다. 오디션 전 과정이 유튜브로 선보여지고, 2024년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시리즈로도 방영될 예정입니다.
 
하이브가 최근 발표한 '드림아카데미' 프로젝트 참가자 20인. 사진=하이브
 
하이브 측은 "K 30년의 유산을 세계 최대의 팝 시장 미국에 본격적으로 이식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 내다봅니다. K팝이 세계로 뻗어가는 길은 한국에서 만들어진 K팝이 세계화 되는 것, 또 하나는 제작 시스템 자체가 해외에서 뿌리내려 본토 팝 시장의 저변을 넓히는 것인데, 이번 프로젝트를 계기로 후자에도 집중하겠다는 포석으로 읽힙니다. 이미 전자의 경우 방탄소년단(BTS) 성공을 필두로 세븐틴,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엔하이픈, 르세라핌, 뉴진스 등 다양한 성과가 나왔습니다. 하이브 측은 "이제는 제작자들이 해외에서 팝 제작 시스템을 통해 현지의 인재들을 발굴해, 또 다른 방식의 세계화에 성공해야할 때"라고 설명합니다.
 
BTS를 성공시킨 방시 혁 하이브 의장 역시 최근 K팝 성장 둔화를 지적해온 만큼, 비아시아계 연습생도 적극 차용한 이번 프로젝트가 K팝의 새로운 수출 활로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앞서 JYP도 지난달 중순 유니버설뮤직그룹 산하 리퍼블릭 레코드와 미국 현지 합작 걸그룹 제작 프로젝트 ‘A2K’를 진행하면서 비아시아계 K팝 후보생을 영입하는데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하이브가 최근 발표한 '드림아카데미' 프로젝트 참가자 20인. 사진=하이브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는 "블랙스완 같은 다국적 K팝 그룹의 선례도 있고, K팝이 내수 시장보다 글로벌 시장에서 큰 수익을 거둬 들인다는 점을 감안하면, 응당 예상이 가능한 흐름이었다" "다양한 인종 간 호흡과 화합을 넘어 장기적으로 인구 절벽에 직면할 한국의 상황까지 고려하면 다인종 글로벌 진출 시도는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했습니다.
 
김작가 대중음악평론가도 "아티스트 우위의 북미팝 시장에 기획 제작 절대 우위의 케이팝 시스템을 이식하겠다는 의도"라며 "팝 최대 메이저와 케이팝 최대 메이저가 기존과는 다른 방식으로 비즈니스를 펼친다는 점에서 충분히 산업적 의미가 있다. 성공할 경우 케이팝의 패러다임 전환을 이룬다는 점에서 케이팝 업계에 좋은 모델이 될 것이고, 실패하더라도 하이브로서는 잃을 게 없다"고 봤습니다.
 
JYP도 지난달 중순 유니버설뮤직그룹 산하 리퍼블릭 레코드와 미국 현지 합작 걸그룹 제작 프로젝트 ‘A2K’를 진행하면서 비아시아계 K팝 후보생을 영입하는데 적극나서고 있다. 사진=JYP엔터테인먼트
 
다만, 균일한 의상을 입고 치열한 경쟁에 골몰하는 K팝 제작 시스템이 인위적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K를 뗀 '그냥 팝' 이 돼야 한다면서 정작 기성 K팝 기획자들의 시선에 갇힌 결과물만 양상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입니다.
 
김도헌 평론가는 "과거 '아이랜드(I-LAND)' 같은 프로그램들에서부터 K팝 오디션 프로그램의 기성적인 연출 방법이 이어져온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경쟁적인 오디션 프로 자체만을 두고 볼 것이 아닌, 그 안에서 그룹들이 어떤 서사를 쌓아 올리는지가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기성의 문법으로 만들어졌음에도 노하우가 쌓이면, 그들만의 이야기가 나올 것"이라 봤습니다.
 
김작가 평론가는 "개인적으로는 기존 K팝 제작과 비슷한 방식으로 가면 성공 가능성이 높지는 않다고 보지만, 잘만 차별화시켜 제작한다면 '아메리칸 갓 탤런트' 식이 아닌 새로운 IP를 탄생시킬수도 있다고 본다"고 짚었습니다.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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