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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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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이 든 성배' HMM 인수전…인수 후보군 주가 '급락'

HMM 실적 하락세 업황 악화…사업시너지 '글쎄'

2023-08-28 06:00

조회수 : 15,7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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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신대성 기자] 최소 5조원이 넘는 HMM(011200) 인수를 놓고 '독이 든 성배'란 지적이 나옵니다. 인수 비용의 적절성을 넘어 인수 후보로 거론된 기업의 자금 사정도 열악하기 때문입니다.
 
후보군에 언급된 기업들은 고금리 상황에 대규모 유상증자 또는 외부 자금을 조달할 것으로 관측되는데요. 인수전 참여 소식만 전해졌음에도 관련 기업 주가는 하락하고 있습니다. 업계에선 HMM 실적 하락세와 업황 악화로 사업적 기대감도 사실상 전무하단 평가를 내놓습니다. '승자의 저주' 대명사인 웅진· 금호그룹의 '데자뷰'가 펼쳐질 것이란 설명입니다.
 
HMM 인수전, 국내 3사·외사 1사…4파전 좁혀져 
 
그래프=뉴스토마토
28일 M&A업계에 따르면 HMM의 최대주주인 산업은행·한국해양진흥공사는 HMM 매각 진행에 앞서 예비 입찰 절차를 현재 진행중입니다. 하림그룹, 동원그룹, LX그룹 등이 입찰 서류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집니다. 독일 해운사 하파그로이드도 입찰에 참여했고요. 산업은행은 입찰 결과를 검토해 본입찰 적격후보자를 선정한 후 수주 동안 실사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오는 11월 우선협상대상자를 결정하고 연말까지 계약 체결을 완료한다는 방침입니다. 
 
이번 매각 대상은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의 HMM 주식 약 4억주(지분 38.9%, 영구채 모두 전환시)입니다. 현재 보유한 보통주 1억9879만주에, 이들이 보유한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영구채 2조6800억원 중 1조원 규모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했을 때의 2억주가 포함됩니다. 최근 시가로 계산하면 6조8000억원이 넘습니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배제한 금액입니다.
 
현재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가진 192~197회 영구채는 전환가액 5000원에 5억3600만주로 이번에 매각하는 2억주를 제외하면 3억3600만주가 남는데요. 이를 시가로 계산하면 5조7000억원 수준이라 매각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이번 인수를 통해 HMM 지분 38.9%를 확보하더라도 영구채를 모두 주식전환하면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는 HMM 지분 32.78%를 보유하게 되는 셈입니다.
 
인수 후보군 주가 부진…승자의 저주 우려
 
최소 5조원대 후반으로 인수 가격이 결정된다 하더라도 인수전에 참여한 국내 기업 3개사의 자금 여력은 녹록치 않습니다. 자금력에서는 하파그로이드가 가장 앞서지만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이 수차례 "외국자본과 사모펀드에는 매각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혀 인수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알려집니다.  
 
주식시장에선 인수전에 나선 기업들의 '승자의 저주'를 우려하고 있습니다. 약한 자금 여력으로 인한 재무구조 악화와 악화된 해운업황의 사업 시너지에 대한 우려가 주가에 투영되는 것이죠. 인수전 경쟁에서 이기더라도 과도한 비용을 치름으로 인해 오히려 위험에 빠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래프=뉴스토마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LX인터내셔널(001120)은 이달 들어 20% 이상 하락했고요. 동원산업(006040)도 9% 가량 빠졌습니다. 하림지주(003380)는 지난 4월 CFD 사태 이후 줄곧 하락세를 타는 중입니다. 
 
해당 기업들은 5조원이 넘는 인수대금을 마련하기엔 자금 여력이 한참 부족합니다. LX인터내셔널은 LX그룹 기준 2조4000억원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또 하림은 1조6000억원의 현금성 자산을 활용하되 부족한 자금은 사모펀드 운용사 JKL파트너스와 컨소시엄을 이뤄 마련할 계획입니다. 동원그룹이 가진 현금성 자산은 6000억원으로 한국투자금융그룹과 협력이 예상됩니다. 고금리 상황 속에서도 외부 자금을 조달해야하는 만큼 무리한 M&A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3개사로 놓고 본다면 자금 여력이 충분하지 않을 상황"이라며 "사업적 시너지밖에 설명할 게 없다"고 했습니다.
 
사업적 시너지를 기대하기에도 HMM의 실적 부진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HMM은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1602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94.5% 급감했습니다. 증권가에서는 HMM 목표가를 하향하는 등 3분기 성수기에도 업황 회복 가능성이 낮단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HMM 주가 역시 산업은행이 매각을 공식화한 지난 7월 20일 이후 18%넘게 하락했습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매각 가격과 업황에 따라 HMM 주가에 탄력이 붙을지 알 수 있다"면서 "통상적으로 매각 이슈가 나오면 주가는 오르기 마련인데 유력한 회사가 나오지 않은 불확실한 상황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아직 전환사채 물량이 많이 남아있어 주가엔 부담"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해운업황내 치킨게임도 우려됩니다. 세계 2위 해운사인 머스크는 올해 컨테이너 수요가 최대 4%가량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며 컨테이너선 발주 러시에 따른 선복량(배에 실을 수 있는 화물 총량) 증가로 운임 '치킨게임'이 재발할 수 있음을 경고한 바 있습니다. 
 
흑여사 소환된 웅진·금호그룹  
 
높은 가격과 사업적 시너지의 불확실성이 시장에 투영되면서 승자의 저주로 불린 대표적인 사례인 웅진그룹과 금호아시아나그룹의 '흑역사'도 재조명됩니다.
 
국내 1위 정수기 업체 웅진코웨이를 가지고 있던 웅진그룹은 2007년 극동건설 인수에 나섰다가 위기에 빠진 바 있습니다. 인수전 당시 6600억원의 거액을 써냈는데, 업계에선 4000억원 안팎을 적정인수가격이라 평가했기 때문입니다. 웅진의 베팅가는 심지어 입찰 2위 업체보다도 1000억원 이상 더 높은 수준이었습니다. 이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건설경기가 침체에 빠졌을때 극동건설 위기는 웅진그룹 전체로 번졌죠. 회생을 위해 웅진은 알짜 기업인 웅진코웨이를 매각해야 했습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지난 2006년 대우건설, 2008년 대한통운을 인수하며 무리수란 지적을 받았습니다. 두 회사를 인수하는 데 10조원 이상을 쓴 것으로 알려졌는데, 당시 그룹 전체 시가총액보다 많은 금액이었습니다.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한 상황에서 금융위기와 건설경기 불황이 이어지자 빚을 갚을 수 없게 됐습니다. 이후 대우건설, 금호렌터카, 대한통운, 금호고속 등을 차례로 매각하게 됩니다. 
 
한편 당초 4조5000억원을 적정 가격으로 보고 인수 참여 의사를 밝혔던 SM그룹은 영구채 전환 물량이 매각 대상으로 나올 경우 HMM의 인수전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했었는데요. 매각 공고에 해당 물량이 포함되면서 인수전에 나서지 않았습니다. 우오현 SM그룹 회장은 HMM 채권단이 1조원 규모의 전환사채를 먼저 주식으로 전환한다는 방침에 "그렇게 하면 입찰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며 인수를 포기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신대성 기자 ston947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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