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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혜원

잠시 멈춘 정쟁

2023-07-28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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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국회 본회의에서 하천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통과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윤혜원 기자] 모처럼 국회가 정쟁을 내려놨습니다. 피해가 막심한 수해 복구 지원과 재발 방지를 위한 논의에 집중하기 위해섭니다. 집중호우 피해로 전국이 탄식에 잠겨있던 지난 16일, 여야는 수해 상황을 고려해 그 주 예정된 상임위원회 회의 대부분을 연기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이에 따라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 환경노동위원회 환경법안심사소위원회·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원회 일정이 줄줄이 연기됐죠.
 
수해와 관련한 법안도 처리됐습니다. 여야는 전날 합동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수해 관련 법안 통과에 뜻을 모았습니다. 다음날인 27일 국회는 본회의를 열고 홍수에 취약하다는 지적이 제기된 지방하천에 대해 중앙정부가 하천 공사를 시행하도록 하는 하천법 개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금강, 낙동강, 영산강·섬진강의 수해 방지 관련 법안인 수계 물관리 및 주민지원법 개정안 3건도 국회 문턱을 넘었습니다.
 
다만 그뿐이었습니다. 폭우가 잦아들기 시작하자 정쟁은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했습니다. 서울-양평고속도로 특혜 논란이 대표적이죠. 야당은 국토부가 강상면 일대 토지를 보유한 김건희 여사 일가의 특혜를 위해 종점을 변경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사업 백지화를 선언했고, 여당은 야당이 국민을 선동하고 있다고 비난하며 정부에 힘을 실었습니다.
 
전날 서울-양평 고속도로 의혹과 관련해 현안보고를 진행하기 위해 열린 국토위 전체회의에서 정부여당과 야당의 갈등은 폭발했습니다. 야당과 원 장관의 설전 속에 여야는 오전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1시 30여분까지 회의를 이어갔는데요. 이런 강행군에도 그간 제기된 의혹을 속 시원히 해결하지 못하고 정쟁을 일삼다 회의를 마무리했습니다. 
 
다른 상임위에서도 여야의 충돌은 일어났습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우주항공청 설립 논의를 두고 양측이 대치한 끝에 파행으로 치달았습니다.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박범계 민주당 의원이 윤석열 대통령의 장모 최은순씨의 판결문을 읽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거친 공방을 주고받으며 고성을 지르기도 했죠.
 
8월 국회는 짧은 기간 중단됐던 정쟁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민주당이 27일 당론으로 채택해 제출한 서울-양평고속도로 특혜 의혹 진상규명 국정조사 요구서에 국민의힘은 “문제를 계속 정치적으로 끌고 간다”며 불만을 표시했습니다. 이 밖에도 후쿠시마 오염수(일본 정부 명칭 ‘처리수’) 논란과 김영호 통일부 장관 후보자 인사 검증,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둘러싼 대치 등 쟁점 법안과 현안은 산적해 있습니다.
 
수해 피해 복구와 예방에 필요한 입법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당장 전날 환노위를 통과한 도시하천유역 침수피해방지대책법 제정안이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으로 법사위에서 의결이 보류됐죠. 여야는 추가 논의를 하기로 했습니다. 문제는 약속을 얼마나 잘 지키느냐입니다. 향후 여야가 수해와 관련한 후속 조치에 게으른 모습을 보인다면, 여야가 잠시나마 정쟁을 ‘스탑’했던 풍경은 여론 악화를 의식한 ‘보여주기식’ 행보라는 의미에 그칠 수 있습니다.  
 
윤혜원 기자 hwy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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