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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혜원

불안한 출발

2023-06-23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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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혁신기구 1차 회의에서 김은경 혁신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윤혜원 기자] “저는 정치권에 빚이 없는 사람입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민주당 혁신위원회가 지난 20일 첫발을 뗐습니다. 혁신위 수장 자리에 앉은 김은경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취임 일성을 이렇게 내놨죠. 정치권으로부터 독립적인 존재인 만큼 중립성을 유지하며 당내 혁신을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됩니다. 
 
혁신위가 휩싸였던 논란을 고려하면 다른 함의도 추측해볼 수 있습니다. 민주당 내 어떤 계파와도 이해관계가 없다는 겁니다. 이 위원장에 앞서 혁신기구 책임자로 임명된 이래경 다른백년 이사장은 인선이 이뤄진 지 9시간여 만에 사퇴했습니다. 이 이사장 낙마 계기 가운데 하나는 친명(친이재명)계로 분류되는 이력이었습니다. 이는 비명(비이재명)계를 주축으로 반발을 부르며 이재명 대표의 혁신 의지에 의구심을 남겼죠. 이런 배경은 김 위원장이 “당연히 친명도 비명도, 친문도 비문도 아니다”라고 선을 그은 것과도 무관치 않아 보입니다.
 
민주당도 첫 혁신기구 책임자가 계파색 논란 속에 물러난 데 대해 적잖이 의식하고 있던 듯합니다. 김 위원장은 정치권 경험도 그렇지만, 특정 계파에 소속됐을 만한 정황이 없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2015년 문재인 당시 당대표 시절에 새정치민주연합 당무감사위원으로 활동한 게 대외적으로 알려진 유일한 정치권 경험입니다. 김 위원장은 이 대표와 그간 별다른 인연이 없던 것으로도 전해졌죠.
 
그럼에도 구설수는 끊이지 않았습니다. 김 위원장과 함께 혁신위에서 활동할 위원들이 밟아온 행보에 문제 제기가 이뤄진 겁니다. 지난 대선 때 이재명 후보 제주선대위 공동본부장을 맡았거나, 이 후보의 대통령 후보 등록을 대리했거나, 이 후보 지지를 공식 선언했거나, 과거 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을 뜻하는 ‘개딸’ 옹호 발언을 한 것 등이 이에 해당하죠. 혁신위에 소속된 당내 인사들도 친명계로 구분되고 있습니다. 김 위원장이 위원 인선에 계파를 고려하지 않았다고 했음에도 친명 성향 인사가 혁신위에 대거 합류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이에 따라 “현역 국회의원으로 대표되는 기득권 체계를 혁파하겠다”는 김 위원장의 선언도 당내에서 도마 위에 오르는 분위기입니다. 비명계 의원들이 공천 배제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조응천 의원은 MBC 라디오에서 “왜 느닷없이 공천 얘기를 말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며 “22대 총선 공천룰은 이미 특별당규로 다 확정이 됐다”고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친명 혁신위’라는 평가에 대해 “계파와 관련되지 않는 것을 확인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비명계의 비판도, 김 위원장의 반박도 모두 현시점에서는 아직 현실화하지 않은 의견에 불과합니다. 어떤 쪽의 주장에 무게가 실릴지는 불안한 출발을 한 혁신위가 앞으로 어떤 활동을 하고, 어떤 성과를 내느냐에 달렸다고 하겠습니다.
 
윤혜원 기자 hwy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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