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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혜원

이재명 불체포특권 포기, 함수를 짚다

사법리스크 장기화에 방탄 논란·이재명 리더십 타격

2023-06-2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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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19일 국회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윤혜원 기자] 민주당이 ‘방탄 정당’이라는 비판에 직면한 가운데 이재명 대표가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했습니다. 당의 사법리스크와 이 대표가 처한 리더십 위기를 극복하고 당내 혁신 드라이브를 위한 행보로 풀이되는데요. 다만 정치권 안팎에선 이 대표의 정치적 승부수를 두고 "실천 의지가 안 보인다"고 지적합니다. 
 
실제 이 대표는 20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제안한 '불체포특권 포기 서명' 동참에 침묵으로 일관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 대표가 던진 불체포특권 포기 카드가 효과를 온전히 발휘하기 위해서는 당 혁신기구 활동의 실효성 확보와 함께 구체적인 개혁 결과물이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사법리스크 돌파·리더십 회복…정치적 승부수
 
이 대표는 전날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사전 배포된 연설문에 포함되지 않은 ‘깜짝 연설’을 했습니다. 불체포특권 포기와 관련한 언급이었습니다. 이 대표는 “저에 대한 정치수사에 대해 불체포권한을 포기하겠다”며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제 발로 출석해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검찰의 무도함을 밝히겠다”고 밝혔습니다.
 
이 대표의 발언은 당이 휩싸인 사법리스크를 돌파하는 차원에서 나온 것으로 보입니다.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에 연루돼 당을 탈당한 윤관석·이성만 무소속 의원 체포동의안이 부결되며 당 안팎에서는 방탄 논란이 일었습니다. 앞서 위례 신도시·대장동 개발 특혜와 성남FC 후원금 의혹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 대표 체포동의안과, 뇌물수수 의혹을 받은 노웅래 의원 체포동의안도 민주당 주도로 부결된 바 있죠. 장기화하는 이 대표와 당의 사법리스크에 방탄 비판까지 더해지자 이 대표가 불체포특권 포기로 정치적 승부수를 던졌다는 분석입니다.
 
이 대표 리더십 회복 문제도 걸려 있습니다. 이 대표 사법리스크로 비명(비이재명)계를 중심으로 이 대표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데요. 이 대표 체제로 총선을 치를 수 없다는 것이 비명계의 주된 주장입니다. 이에 더해 이 대표와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와의 만찬 회동을 계기로 ‘친중 논란’이 불거지고, 이래경 다른백년 이사장을 혁신기구 수장으로 임명했다가 당일 이를 철회하면서 혁신 의지에 대한 의구심까지 제기됐죠. 이 대표 리더십에 타격을 입은 상황에서 당내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선제적으로 불체포특권 포기를 들고나온 양상입니다.
 
불체포특권 포기 서명엔 '침묵'…관건은 혁신 결과물
 
이 대표의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당내 혁신에 힘을 싣는 데 도움이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민주당은 돈봉투 의혹과 거액의 가상자산 투자 의혹으로 탈당한 김남국 무소속 의원 사태를 거치며 당의 혁신을 도모하겠다고 발표했는데요.
 
이래경 이사장 낙마 이후 열흘 만에 김은경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혁신기구 책임자로 임명하고, 혁신기구를 본격적으로 가동하기에 나섰습니다. 이처럼 ‘김은경 혁신기구’가 출범한 상황에서, 불체포특권 포기로 혁신 분위기를 띄우려는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이 대표의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이 이런 다방면에 걸친 효과를 내려면 혁신기구가 제대로 역할을 해줘야 한다는 관측도 있습니다. 민주당 혁신기구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위기의식이 확산한 시점에서 구성됐는데요. 당의 생존을 기치로 꾸려진 만큼, 당 지지층은 물론 시민들의 눈높이에 맞는 혁신기구의 활동이 따라줘야 한다는 설명입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이 대표의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은 좁게는 본인을, 넓게는 당을 구해보겠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며 “혁신기구에 대한 관심을 높인 만큼 혁신기구가 내놓을 결과물이 중요해졌다”고 말했습니다.
 
윤혜원 기자 hwy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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