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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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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사이비 종교의 무례한 포교

2023-03-22 06:00

조회수 :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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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박한솔 기자] 이 이야기는 지난해 제가 직접 겪었던 한 사이비 종교의 무리하고, 무례했던 포교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혹시 지금 글을 읽는 당신의 종교가 사이비라면 굳이 읽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야기의 시작은 바야흐로 2022년 12월 어느 추운 겨울날 오후 전화 한 통에서 시작됩니다. 같은 출입처에서 일해 왕왕 얼굴을 마주치던 한 기자가 뜬금없는 전화를 해  "내일 점심같이 먹자"고 하더라고요. 굳이 거절할 필요가 없었기에 "알겠다" 대답하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다음날 점심시간이 한참 전인 10시 반, 이 기자는 저에게 점심 먹기 전에 어느 행사장에 가서 얼굴만 살짝 비추고 가자고 했습니다. 국회의원이며 지역 인물들이 자리하는 곳이라 얼굴 비추고 인사해놓으면 좋다면서 말이죠. 알겠다 하고 저는 이 기자의 차에 올라탔습니다.
 
행사장으로 가는 차 안에서부터 분위기는 싸했습니다. 저에게 갑자기 종교가 있냐고 물었고 저는 천주교라고 대답했죠. 그랬더니 갑자기 본인은 교회를 다닌다며 기독교와 천주교, 그리고 그 사이비 종교에 관해 설명하기 시작했습니다.
 
"기자를 오랫동안 하려면 천주교 아니어도 모든 종교에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면 안 돼", "차별을 두면 그건 기자 할 자격이 없는 거야"
 
그 기자는 계속해서 저에게 사이비 종교를 말하며 기자는 차별이 없어야 하고, 모든 종교를 포용해야 한다 운을 띄며 "사실 지금 가는 행사는 교회에서 여는 행사야"라고 말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눈치가 없던 저는 정말 교회에서 열리는 기독교 행사인 줄 알았습니다. 기독교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행사를 가는 것이 아무렇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행사장과 가까워질수록 뭔가 단단히 잘못됐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큰 건물 앞에 주차를 하고 내려 보니 건물엔 사이비 종교 수식어가 떡하니 적혀있었고, 저는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던 사이 이 기자는 저의 팔짱을 와락 끼고는 와글거리는 사람들과 뒤섞여 건물 안 엘리베이터를 태웠습니다.
 
띵 하고 엘리베이터는 멈췄고, 4층에서 내렸습니다. 길게 늘어선 여성분들의 안내를 받아 신발을 벗고 행사장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때까지도 이 기자는 팔짱을 풀지 않았고, 저는 주변을 둘러보며 안내해준 자리에 앉았습니다.
 
행사를 시작한다는 사회자의 말과 이상한 행사음악을 듣고 정신을 차린 뒤 카톡으로 다른 동료 기자에게 빨리 전화해 달라 요청해 전화하는 척하며 뒤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사이비 기자는 계속해서 뒤를 힐끔힐끔 쳐다보며 저를 감시했고, 저는 이 기자를 안심시키듯 5분이 넘는 시간동안 전화 통화를 하다가 그 기자의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밖으로 빠져나왔습니다.
 
밖으로 빠져나오면서도 혹시나 나를 따라오진 않을까, 문 앞에 길게 줄 서 있는 여성들과 한켠에 서있는 건장한 남성들이 나를 잡지는 않을까 무서움이 앞섰습니다. 다행히 무리 없이 사이비 종교 행사 현장을 빠져나왔고, 낯선 길인 탓에 택시를 불러 서둘러 이동했습니다.
 
그 기자는 저에게 어디 갔느냐, 가지 말아라, 밥이라도 먹고 가라며 카톡과 전화, 문자를 남겼고, 저는 그 기자의 연락처를 삭제, 차단하며 이날의 일은 끝났습니다.
 
이 기억이 점점 잊혀지던 요즘 '나는 신이다'라는 다큐멘터리로 사이비 종교에 대한 사회적 비난이 거세지면서 저도 다시 한번 이 경험을 되새겨 보게 됐습니다.
 
그 기자의 말대로 종교에 색안경을 끼면 안 되지만 사이비의 무례한 포교는 방종을 넘어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에게 사이비 종교는 더 이상 사회악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게 됐습니다. 사이비 종교에 편견을 갖게 된 저는 그 기자의 말처럼 '기자의 자격'이 없는 걸까요.
 
(사진=뉴시스)
박한솔 기자 hs6966@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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