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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한님

(기자의'눈')대단한 아빠와 대단하지 않은 엄마

2022-03-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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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혼 여성인 기자의 친구는 건강 문제로 반년간 일을 그만뒀다가 최근 재취업에 나섰다. 친구는 단 몇 개월 일을 쉰 뒤 재취업을 하려니 "자녀 계획이 있는 거냐"는 질문이 꼭 따라붙더라고 말했다. 대놓고 "애 낳을 생각 있으면 못 뽑겠다"고 말하는 곳도 있었다고 한다. 육아는 당연하게 여성의 몫으로 여겨진다. 
 
기혼 남성의 육아는 어떨까. 최근 한 예능 프로그램에 육아웹툰 '닥터앤닥터 육아일기'를 연재한 이대양 씨가 출연하며 화제를 모았다. 박사학위 과정을 밟던 이 씨는 자녀 출산 이후 휴학을 하고 '아빠 육아'에 매달렸다. 사람들은 학위논문만을 남겨놓은 이 씨가 육아를 위해 휴학을 택한 것을 보고 '대단하다'고 칭송했다. 
 
똑같은 육아를 택하는데 아빠를 보는 눈과 엄마를 보는 눈은 다르다. 우리 주변에는 육아를 위해 휴학·휴직·나아가 실직까지 택하는 '엄마'들은 얼마든지 있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런 엄마들을 보며 '대단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쩔 수 없다'며 안타깝게 생각할 뿐이다. 경력단절 여성과 남성을 바라보며 떠오르는 즉각적인 반응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깊게 뿌리 박힌 성차별적 시각을 보여준다. 이것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남녀를 다르게 바라보는 우리 사회 '구조'의 문제다.  
 
세계경제포럼(WEF)이 지난해 발표한 성 격차 지수에서 한국은 156개국 가운데 102위를 차지했다. '유리천장지수'는 29개 OECD 회원국 중 9년 연속 꼴찌다. 기업분석 전문기관 한국시엑스오(CXO)에 따르면 150개 대기업의 여성 평균 연봉은 남성의 68%에 그쳤다. 리더스인덱스 조사에서도 500대 기업 여성 임원 비중이 5.6%에 불과했다. OECD 회원국 기업 평균 여성 이사회 임원 비율은 25.6%에 달한다. 
 
지난 5일, 여성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오는 8일 세계여성의날을 기념하기 위해서다. 거리에 모인 여성들은 한국 사회에 존재하는 뿌리 깊은 성차별적 사회 구조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여성의날은 벌써 114주년을 맞았건만, 표를 위해 여전히 여성혐오를 조장하는 정치권을 바라보며 그들은 외쳤다. "채용과정에서 차별받고, 어렵게 취직을 해도 임신 출산을 이유로 차별받고, 성폭력 피해를 당해도 차별받고, 기술이 발달해도 차별은 여전한데 도대체 구조적 성차별이 없다고 누가 함부로 말할 수 있느냐"고. 
 
출산 여부로 채용 차별을 받은 친구의 증언은 개인의 증언이 아니다. 거리에 모여 입 모아 외친 모든 여성의 증언이다. "그래도 아이는 아빠가 키워야 한다"는 말이 "그래도 아이는 엄마가 키워야 한다"는 말보다 먼저 나오는 순간까지, 구조적 성차별의 종말은 오지 않을 것이다. 
 
배한님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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