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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한님

(기자의'눈')죽은 자에겐 보호받을 신변조차 남지 않는다

2022-02-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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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지난 1999년 국회에 처음 발의됐던 '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됐다. 경범죄였던 스토킹을 형사처벌까지 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 피해자를 보호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장장 22년을 기다린 법이지만, 스토킹 피해자들은 법에 큰 기대를 걸지 않았다. 한국여성의전화가 지난해 9월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스토킹 피해자의 80%가 스토킹처벌법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가해자 경고와 피해자 신고에 의존한 접근금지 등 잠정조치, 가해자의 협박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는 반의사불벌죄 등 '구멍 난 법'이라는 지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런 걱정은 현실로 드러났다. 최근 경찰청 통계를 보면, 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되고 11월 한달 동안 결정된 잠정조치는 435건이다. 잠정조치를 위반한 사례도 31건에 달한다. 법 시행 이후에도 스토킹 범죄로 살해당한 여성들 이야기가 연일 보도된다. 지난해 11월 서울 중구, 12월 서울 송파구, 1월 대구, 그리고 지난 14일 서울 구로구까지. 피해 여성들은 모두 경찰의 신변보호를 받고 있었지만, 접근금지 조치를 어긴 가해자의 손에 변을 당했다. 
 
스토킹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던 토론회 주제는 '죽어야 끝나는 스토킹 범죄, 미리 막을 순 없나'였다. 그러나 22년을 기다린 스토킹처벌법도 피해자들의 죽음을 막지 못했다. 
 
예견된 참변이었었기에 더욱 참담함을 감출 수 없다. 스토킹처벌법 제정 과정에서도, 법 시행 과정에서도 '피해자 보호 미비'가 수없이 지적됐기 때문이다. "22년 만의 스토킹처벌법 제정, 기꺼이 환영하기 어려운 이유"라는 한국여성의전화 성명이나 지난해 12월 사단법인 착한법 만드는 사람들이 진행한 '스토킹처벌법, 이대로 충분한가'라는 토론회 주제가 이를 잘 보여준다. 수많은 언론이 피해자 보호책을 보완해야 한다고 소리 높였다. 
 
구멍 난 법을 이대로 둬서는 안 된다. 법이 부족했음을 사과하고 보완입법에 나서야 한다. '가해자 중심'의 접근금지, 피해자 긴급 이소 등 보호, 반의사불벌죄 등 보완 입법에 대한 논의를 하루빨리 시작해야 한다. 피해자들이 간절히 바라는 실질적인 보호 조치가 간절히 필요한 때다. 계속되는 스토커 피해자를 보호할 방법은 이뿐이다. 언제까지 여성 살해를 지켜볼 것인가. 죽은 자에겐 보호받을 신변조차 남지 않는다. 
 
배한님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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