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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현

(시론)봉쇄된 베이징, 시진핑의 위기

2022-02-0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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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분간 누구도 베이징을 자유롭게 드나들기는 어려워졌다. 그 당분간이 언제까지가 될지도 알 수 없다.
 
당장 중국인들의 최대 명절인 ‘춘절(春節)연휴’가 시작됐고 4일 개막하는 동계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베이징은 봉쇄되다시피 했다. 비상계엄을 방불케 할 정도의 철통같은 방역시스템으로 인해 베이징은 공식적인 봉쇄는 아니지만, 동계올림픽이 치러지는 개최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선수단의 시내 출입이나 관광이 전면적으로 금지됐다. 선수단은 입국하면서 이중삼중의 검사 증명서를 제출해야 하고 매일 PCR 검사를 받아야 하고 베이징시민과의 접촉이 차단된 폐쇄통로로 경기장과 숙소만 출입할 수 있다.
 
베이징 시민들의 올림픽경기 관람도 엄격하게 제한되는 등 통제 올림픽의 진면목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변이에 변이를 거듭하면서 진화하고 있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세계인의 축제가 되어야 할 올림픽을 선수들만의 스포츠 경기로 전락시킨 셈이다. 이처럼 예정된 올림픽을 정해진 일정에 따라 치르는 것이 베이징동계올림픽의 성공인지 여부는 두고두고 생각해 볼 일이다.
 
사실 올가을 ‘황제(?) 등극’을 앞둔 중국 최고지도자 시진핑 주석에게 베이징동계올림픽은 중화굴기(中華堀起)를 대내외에 과시하면서 3월 양회 개최와 9월 항저우아시안게임 및 10월 ‘당 대회’로 이어지는 이벤트의 서막을 알리는 중요한 기폭제로 여겨져 왔다.
 
그래서 지난해부터 노심초사하면서 단 한 명의 코로나19 확진도 용납할 수 없다는 ‘제로 코로나’ 방역정책을 구사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오미크론 변이바이러스의 확산으로 인해 ‘제로 코로나‘가 춘절 연휴와 맞물리면서 위기에 봉착한 것이다. 베이징 올림픽개최를 통해 시 주석이 기대한 정치적 포석은 실패한 것이나 다름없어진 셈이다.
 
게다가 산발적인 코로나19 확진 사태가 올림픽 기간 악화하거나 춘절 귀성인파로 인해 중국 전역으로 확산하는 일이 벌어질 경우, 방역 실패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3월 예정된 전인대 등 양회(兩會)의 성공적인 개최 역시 불투명해질 수 있다. 물론 아직 속단하기는 이르다.
 
베이징의 봉쇄가 강화되면서 베이징에서의 코로나 확진자가 공식적으로 사라진다면 시 주석의 방역 정책도 일시적으로는 성공한 것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중국이 ‘제로 코로나’를 고집하는 한, 두 달여 봉쇄당한 시안과 톈진, 베이징시민을 비롯한 중국 인민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배가될 것이다.
 
그런데도 선수단 등 올림픽 관련자의 코로나19 확진은 멈추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시내의 산발적 확진자도 이어지고 있어 방역당국은 춘절 기간임에도 시민들에게 시계(市界)를 벗어나지 말라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사실상 춘절 귀성 금지조치다. 베이징을 떠난다면 올림픽 기간은 물론이고 한동안 베이징으로 돌아오지 못하게 될 뿐 아니라 이후에도 위험지역 방문 유무에 따라 2~3주간의 자가격리 조치를 당하게 된다.
 
기나긴 춘절 연휴임에도 베이징시민들은 번화가인 첸먼이나 왕푸징, 톈단 공원 혹은 톈안먼광장에 가족들과 나들이하는 대신 ‘집콕’을 강제당하고 있다.
 
지난 1월31일부터 2월6일까지 7일간이 중국의 공식적인 춘절(春節,설날) 연휴기간이다. 고향을 찾는 귀성 이동은 1월17일부터 시작됐고 동계올림픽 일정이 끝나는 20일보다 닷새 후인 2월25일 춘절 특별운송 기간, ‘춘윈’(春運)이 끝난다.
 
물론 동계올림픽 경기가 열리는 베이징 전역과 허베이성 장자커우(張家口)를 제외한 타 지역 간 귀성 이동은 베이징에 비해서는 느슨한 편이다. 중국 매체 보도에 따르면 춘윈이 시작된 지 열흘이 지난 26일까지 연인원 2억6000만명이 이미 고향으로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서는 46% 증가한 규모다.
 
당국의 제로 코로나라는 강력한 방역 정책에도 불구하고 중국인들의 춘절 귀성 의지는 꺾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양회가 열리는 3월에도 베이징의 강력한 봉쇄는 풀리지 않을 것이다. 확진자가 단 한 명이 발생하더라도 지역을 통제해서 전 주민을 대상으로 전수 조사하는 방역정책이 바뀌지도 않을 것이다. 신속한 진단과 봉쇄와 격리, 전면적인 추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바이러스였다면 우리는 코로나19사태를 경험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제로 코로나의 성과를 자랑해 온 중국이나 K-방역을 전면에 내세워 온 우리는 사실 일란성 쌍둥이 같은 ‘정치방역’을 펼쳐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학적 근거가 없는 영업 시간과 모임 인원 제한이 그렇고, 국제 우편물에서 바이러스가 전파된다며 우편물 방역에 나서는 중국이나 닮긴 많이 닮았다.
 
오미크론변이바이러스 유행 이후 대량 확진 사태를 맞이하게 된 우리나라나 중국이 ‘동병상련’ 처지가 된 것이 절대 우연이 아니다.
 
서명수 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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