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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훈

김범석 쿠팡 의장 총수 지정 피했다

쿠팡 '동일인(총수)', 쿠팡 법인 지정

2021-04-2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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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조용훈 기자] 공정당국이 쿠팡 '동일인(총수)'으로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이 아닌 한국 '법인(쿠팡 주식회사)'을 지정했다. 이는 기존 사례와 현행 제도의 미비점 등 종합적으로 판단한 조치이나 이를 계기로 동일인 지정제도 전반에 걸친 제도개선이 이뤄질 예정이다.
 
현대자동차와 효성의 총수 지정과 관련해서는 정몽구 현대차 명예회장에서 정의선 회장으로, 조석래 효성 명예회장에서 조현준 회장으로 각각 변경했다.
 
공정위는 올해 신규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된 쿠팡 동일인으로 쿠팡 주식회사를 지정한다고 29일 밝혔다. 이에 따라 쿠팡은 사실상 '총수 없는 준대기업집단'이 된다.
 
공정위는 매년 4월 말 전년도 기준으로 자산총액 5조원을 넘은 기업집단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하고, 해당 기업집단을 지배하는 자를 총수로 지정한다. 삼성의 이재용 부회장, SK의 최대원 회장 역시 해당 대기업집단의 동일인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쿠팡의 자산총액은 작년 한 해 동안 3조1000억원에서 5조8000억원으로 증가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대기업집단 발표 전부터 쿠팡 동일인으로 김 의장을 지정할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된 바 있다. 김 의장의 국적이 미국인 데다, 외국인을 대기업 동일인으로 지정한 선례가 없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S-오일과 한국GM이 총수 없는 대기업에 속한다. S-오일은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의 자회사(A.O.C)가 최대 주주지만 동일인은 한국 법인인 S-오일 주식회사다. 한국GM도 최대 주주는 미 제너럴모터스(GM)이지만 동일인은 한국GM 주식회사다.
 
공정위는 쿠팡 동일인으로 김 의장 대신 한국 법인을 지정한 이유에 대해 그간의 사례와 현행 제도의 미비점, 계열회사 범위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쿠팡 창업자인 김 의장이 미국법인 쿠팡Inc.를 통해 국내 쿠팡 계열회사를 지배하고 있는 것은 명백하나 기존 외국계 기업집단 사례도 국내 최상단 회사를 동일인으로 판단했다는 게 공정위 측의 설명이다. 
 
또 현행 경제력집중 억제시책이 국내를 전제로 설계돼 있어 동일인 관련자의 범위, 형사제재 문제 등 외국인 동일인을 규제하기에 한계가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 1986년 도입된 대기업집단 및 동일인 지정 제도는 소수 대기업에 경제력이 집중되는 걸 억제하기 위해 생겨났다. 소수 지분을 가진 총수 일가가 계열사간 순환출자와 상호출자 등을 통해 대기업집단을 지배하거나 친인척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행태 등을 통제하기 위한 수단이다.
 
이와 함께 공정위는 김 의장을 동일인으로 판단하든, 한국 법인을 동일인으로 판단하든, 현재로서는 계열회사 범위에 변화가 없는 점 등도 함께 고려했다.
 
김 의장에 대한 '외국인 특혜'가 아니냐는 논란에 관해서도 입장을 내놨다. 김 의장이 동일인으로 지정되지 않으면서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 규제와 가족 공시 의무 등 각종 규제를 비껴가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김재신 공정위 부위원장은 "저희가 쿠팡이 제출한 자료를 저희가 면밀히 검토한 결과, 현재 시점에서 김범석 개인이 가지고 있는 국내 회사라든지 또는 친족이 갖고 있는 국내회사는 전혀 없다"며 "사익편취 규제 행위도 지금 시점에서는 발생할 가능성이 없다"고 강조했다.
 
공정위는 연구용역 등을 통해 동일인의 정의·요건·확인 및 변경 절차 등 동일인에 관한 구체적인 제도화 작업도 추진한다. 현재는 동일인의 정의·요건 등에 관한 명확한 규정이 없어 제도의 투명성이나 예측가능성이 떨어지는 측면이 있어서다.
 
김 부위원장은 "정책환경이 변화해 외국인도 동일인으로 판단될 수 있는 사례가 발생했지만, 현행 규제가 국내를 전제로 설계되어 있어 당장에 외국인을 동일인으로 판단해 규제하기에는 집행가능성 및 실효성 등에서 일부 문제 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역대 최대치(71개)의 기업집단을 지정한 가운데 효과적 규제 집행 방안, 동일인관련자 범위의 현실 적합성 등도 함께 검토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공정위는 올해 처음으로 지정자료 제출 전 동일인 확인 절차를 시행하면서 현대자동차와 효성의 동일인을 정 회장, 조 회장으로 각각 변경했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정 명예회장이 보유한 주력회사인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 지분 전부에 대한 의결권을 정 회장에게 포괄 위임한 점과 정 회장 취임 후 임원의 변동, 대규모 투자 등 주요 경영상의 변동이 있었던 점 등이 고려됐다.
 
효성은 조 회장이 지주회사인 효성 주식회사의 최다출자자이고, 조 명예회장이 보유한 효성 주식회사 지분에 대한 의결권을 조 회장에게 포괄 위임한 점, 조 회장 취임 후 지배구조의 개편 등이 종합적으로 반영됐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쿠팡 동일인으로 쿠팡 주식회사를 지정했다고 29일 밝혔다. 사진은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
 
세종=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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