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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훈

(기자의눈)검찰의 부당한 수사 관행이 핵심이다

2021-03-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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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불법 정치자금 재판과 관련한 모해위증 혐의를 받았던 재소자에 대해 검찰이 다시 혐의가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 사건으로 현 법무부 장관이 처음으로 수사지휘권을 발동했지만, 처음 대검찰청이 내렸던 판단은 그대로 유지됐다.
 
하지만 두 번의 판단 이후 쏟아졌던 평가의 일부 내용은 이 사건 본질과는 한참 동떨어져 있어 의문이다. 이번 사건과 관련된 거의 모든 기사 제목에 등장하는 이름 '한명숙'을 평가에 올려놓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수사지휘권 발동 이후 전국 고검장과 대검 부장이 논의한 것은 한명숙 전 총리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의 유무가 아니었다. 이미 일부에서는 밝혀진 당시 재소자의 실명을 그대로 기사 제목에 올릴 수는 없었기에 기자도 대부분 독자가 아는 그 이름을 올렸지만, 이 사건에서 판단한 대상은 김모씨가 받는 모해위증 혐의의 유무였다.
 
그런데도 일각에서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연출한 어느 전쟁 영화의 제목을 빌어 '한명숙 구하기'를 언급하고 있다. 하지만 이 사건의 주인공은 한 전 총리가 아닐뿐더러 김씨의 혐의가 있다는 판단이 내려지더라도 영화에서처럼 극적으로 구해지지는 않는다. 
 
또 다른 일각에서는 한 전 총리의 재심을 거론하지만, 이 역시도 스필버그 영화의 주인공이 전장에서 살아 돌아온 것만큼이나 희박한 가능성일 뿐이다.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을 노르망디 상륙작전에 빗대고 싶을지도 모르나, '한명숙 구하기'는 핵심을 빗나간 정치적 수사에 불과하다. 
 
이러한 정치적 수사에 가려진, 혹은 가리려 의도한 이번 사건의 본질은 그동안 무수히 접했던 검찰의 부당한 수사 관행이다. 김씨의 모해위증이 무혐의로 결론이 났더라도 김씨가 겪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이른바 '증언 연습'의 의혹까지도 해소된 것은 아니다. 
 
또 다른 재소자 한모씨는 대검 감찰정책연구관과의 대면 조사에서 당시 수사관이 "제가 필요하다고, 다 알고 있지 않냐고 저를 계속 설득했다. 제가 호락호락하지 않고 결국 증언을 거부하니 다른 재소자를 더 찾은 듯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러한 회유 등으로 진행된 수사는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없다. 지금으로부터 3년 전 인천국제공항에서 내려진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한 출국금지도 절차적인 문제가 있다면서 불법으로 규정하고 칼을 빼든 검찰이 아니던가.
 
현 정부의 검찰 개혁 속도가 정속이냐, 과속이냐를 측정하는 것과는 별개로 검찰은 스스로 그동안의 관행을 돌아봐야 한다. 부동산 투기 의혹이란 또 하나의 적폐를 마주한 최근 국면에서 조직을 떠난 검찰총장처럼 '수사권 구하기'를 내세우는 목소리도 있지만, 과거에 대한 반성과 성찰이 없다면 단지 그들만의 외침일 뿐이다.
 
정해훈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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