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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직원들이 범죄로 은닉한 회삿돈 신고 안 했다고 추가 과세한 것은 잘못"

대법 전합 "회사도 범죄피해자에 불과…헌법상 자기책임 원칙에도 안 맞아"

2021-02-19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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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법인세 신고·납부시 임직원들이 범죄과정에서 은닉한 회사자금을 포함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중대한 과실이 없는 회사에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한 것은 부당하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임직원의 배임적 행위까지 부당과소신고가산세에서 말하는 부정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18일 밴 서비스 업체인 A사가 마포세무서를 상대로 낸 법인세 등 부과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가산세를 추가하고 부과한 원심을 깨고 다시 심리하라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 보냈다. 다만 부과제척기간을 10년으로 연장한 것이 옳다는 판단은 유지했다.
 
사진/뉴스토마토
 
이번 사건은 임직원이 사기·배임 등 범행 과정에서 법인소득을 적극적으로 은닉하는 경우까지 법인에게 과세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지가 관건이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납세자가 인식하거나 예상하지 못했던 사용인 등의 배임적 부정행위 자체를 이유로 범죄 피해자에 불과한 납세자에게 일반과소신고의 경우보다 훨씬 높은 세율의 부당과소신고가산세를 부과하는 것은 비난가능성과 책임에 상응하지 않는 법적 제재를 가하는 것이어서 헌법상 자기책임의 원리에 반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이 사건에서 원고 법인이 임직원 등의 배임적 부정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다했음을 인정하기에는 부족하지만 원고가 이들의 부정한 행위를 쉽게 인식하거나 예상할 수 없었다고 보인다"면서 "임직원들의 배임적 부정행위를 이유로 원고에게 법인세 신고 누락분에 대해 일반과소신고가산세액을 초과하는 부당과소신고가산세의 제재를 가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임직원들의 부정한 행위를 원고법인의 부정한 행위로 보고 10년의 장기 부과제척기간이 적용된다고 판단한 원심은 타당하다"고 밝혔다.
 
반면, 대법관 18명 중 8명은 "임직원들의 배임적 부정행위에 거래 상대방까지 가담함으로써 원고가 이들의 부정한 행위를 쉽게 인식하거나 예상할 수 없었다고 인정되는데도 부과제척기간을 연장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가맹점의 결제 정보를 신용카드사나 국세청에 전달하는 서비스를 하는 A사 임직원들은 가맹점들에게 계약상 지급해야 할 지원금 명목으로 회삿돈 20억여원을 빼돌린 혐의(배임)로 기소돼 유죄 확정을 받았다.
 
A사는 법인세 등 신고·납부 과정에서 임직원들이 빼돌린 금액을 뺐는데, 마포세무서가 세금 40%를 추가로 부과하고 누락세금을 10년간 납부하라고 처분하자 소송을 냈다. 1·2심은 마포세무서의 모든 처분이 정당하다고 봤다. 이에 A사가 상고했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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