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주식 계좌를 열어보기가 겁난다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루 등락 폭이 커지면서 오늘 번 돈을 내일 고스란히 반납하는 일이 반복되니, 화면을 아예 안 보는 게 마음 편하다는 이야기까지 나옵니다. 그런 사이 눈에 띄지 않게 큰돈이 움직이고 있습니다. 바로 은행 정기예금입니다. 지난달에만 5대 은행 정기예금 잔액이 35조원 넘게 불어났습니다. 변동성 장세에 지친 돈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 돈을 따라가려는 분들이 무엇을 챙겨야 하는지 짚어보겠습니다.
한 달 새 35조원, 어디서 왔나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말 정기예금 잔액은 984조원을 넘어섰습니다. 한 달 전보다 35조원 넘게 늘어난 규모로, 2022년 10월 이후 가장 큰 증가폭입니다. 반대로 수시로 넣고 뺄 수 있는 요구불예금은 같은 기간 52조원 넘게 줄었습니다. 이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후 가장 큰 감소폭입니다. 결국 언제든 주식이나 다른 투자처로 옮길 준비를 하며 대기하던 돈이, 이번에는 더 오래 묶이더라도 확정된 이자를 받는 쪽으로 방향을 튼 셈입니다.
왜 하필 지금 예금인가
배경은 두 가지로 정리됩니다. 하나는 증시 자체의 피로감입니다. 연이은 조정과 반등이 반복되면서 위험자산을 계속 들고 가기 부담스러워진 투자자들이 일단 발을 빼고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예금 금리 자체가 나쁘지 않다는 점입니다. 한국은행이 최근 기준금리를 2.50%에서 2.75%로 올리면서 은행들도 예금 금리를 최대 0.3%포인트가량 끌어올렸고, 그 결과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가 연 3%대 중반까지 올라선 상품도 등장했습니다. 주식보다 변동성은 낮으면서 눈에 보이는 확정 수익을 주는 상품이 상대적으로 매력적으로 보이는 시점인 셈입니다.
1억원 맡기면 실제로 얼마 남을까
연 3.60% 정기예금에 1억원을 1년간 맡긴다고 가정하면 세전 이자는 360만원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이자소득세와 지방소득세를 합쳐 15.4%를 떼고 나면 실제로 손에 쥐는 돈은 약 305만원 수준으로 줄어듭니다. 물가 상승률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 손에 남는 이득은 이보다도 작다는 점도 함께 기억해둘 부분입니다. 그럼에도 원금 손실 위험이 없다는 점, 만기와 금리가 계약 시점에 확정된다는 점이 지금처럼 시장이 흔들릴 때는 매력적인 조건으로 다가옵니다.
돈이 몰릴수록 챙겨야 할 것들
다만 예금으로 갈아타기 전에 챙길 것들이 있습니다. 우선 예금자보호한도입니다. 지난해 9월부터 한도가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올랐지만, 이는 원금과 이자를 합친 금액 기준입니다. 원금을 1억원 꽉 채워 넣으면 만기 때 이자까지 더해 한도를 넘어설 수 있으니, 여러 은행에 나눠 넣는 분산 예치를 고려할 만합니다. 또 하나는 금리 흐름입니다. 돈이 예금으로 몰릴수록 은행 입장에서는 굳이 높은 금리를 유지할 유인이 줄어듭니다. 실제로 최근에는 예금 잔액은 늘어나는데 오히려 금리는 소폭 내려가는 은행들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지금 눈에 보이는 금리가 다음 달에도 그대로 유지된다는 보장은 없다는 뜻입니다.
결국 지금의 정기예금 쏠림은 투자자들이 불확실성 앞에서 어떤 선택을 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신호입니다. 당장 돈을 옮기기 전에 확인할 것은 세 가지입니다. 내가 가입하려는 상품의 금리가 최근에 오히려 낮아지고 있지는 않은지, 예치금이 예금자보호한도 안에 들어오는지, 그리고 그 돈을 정말 1년 넘게 묶어둬도 괜찮은 자금인지입니다. 시장이 다시 출렁이기 전에, 내 돈의 자리를 차분히 점검해볼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