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라에몽 프리미엄 2026.08.07

쏟아지는 여름 예능, 양이 질을 이기지는 못합니다

여름이 되면 방송가는 늘 예능으로 채워집니다. 그런데 올여름은 유독 그 폭이 넓습니다. 지상파 3사와 종합편성채널은 물론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 같은 해외 OTT까지 한국 오리지널 예능 라인업을 쏟아내면서, 6주 남짓한 기간에 스물여덟 편에 달하는 신규 프로그램이 시청자를 기다리고 있다고 합니다. 채널이 늘어난 만큼 볼거리도 늘었으니 반가운 일이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너무 많아서 오히려 무엇을 봐야 할지 모르겠다고 해야 할지, 저는 요즘 이 질문 앞에서 자주 멈추게 됩니다. 리모컨을 들고 채널을 넘기다 보면 어느 순간 무엇을 보고 있었는지조차 헷갈릴 때가 있습니다.

채널은 늘었는데, 화제작은 손에 꼽습니다

지상파 3사는 5월 셋째 주를 기점으로 여름 정규 편성을 잇따라 공개했고, 여기에 종편과 해외 OTT까지 가세하면서 예능 시장은 사실상 6파전 구도가 됐습니다. 문제는 편수가 늘어난다고 화제성까지 함께 늘지는 않는다는 점입니다.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포맷의 프로그램이 쏟아지다 보니, 시청자 입장에서는 정작 어느 하나에도 깊이 몰입하기 어려운 상황이 벌어집니다. 여행 버라이어티, 서바이벌, 관찰 예능처럼 이미 검증된 포맷이 채널만 바꿔 반복되는 경우도 적지 않아서, 새로움보다는 익숙함이 앞서는 여름이라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습니다.

해외에서는 오히려 성과가 뚜렷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국내 시청자의 반응과 별개로, 한국 예능의 해외 성적표는 나쁘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올여름 신작 가운데 해외 동시 공개 비중이 57%까지 올라왔다고 하는데, 이는 이제 한국 예능을 판단하는 기준이 국내 시청자만이 아니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방송산업 매출 자료를 보면 예능 장르 수출액은 전년 대비 22% 늘었고, 2025년에는 처음으로 1억 달러 선을 넘어섰다고 합니다. 국내에서는 큰 반향을 얻지 못한 포맷이 해외에서 리메이크되어 다시 화제를 모으는 경우도 있으니, 적어도 산업적으로는 K-예능이 저력을 보여주고 있는 셈입니다.

양적 팽창의 그늘도 함께 봐야 합니다

그럼에도 저는 이 양적 팽창을 마냥 반길 수만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편성이 몰리면 제작진은 짧은 기간에 여러 프로그램을 동시에 소화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기획의 밀도는 자연스럽게 떨어지기 마련입니다. 화제성이 검증된 포맷을 서둘러 베끼듯 따라가는 편성이 반복되면, 결국 시청자는 어느 채널을 틀어도 비슷한 그림을 보게 됩니다. 해외 수출이라는 성과 뒤에는 이런 국내 제작 환경의 피로가 가려져 있을 가능성이 있고, 이 부분은 수치만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적어도 지금까지 나온 자료로는 수출 규모의 증가가 곧 제작 여건의 개선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결국 필요한 건 다양성입니다

예능이 많아지는 것 자체는 나쁜 일이 아닙니다. 다만 편수 경쟁이 아니라 서로 다른 시도를 하는 경쟁이어야, 그 많은 편성이 시청자에게도 산업에도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이미 성공한 포맷을 여러 채널이 나눠 갖는 방식으로는 언젠가 국내 시청자의 피로도가 해외 시장의 호감보다 먼저 한계에 부딪힐 수 있습니다. 이번 여름, 넘쳐나는 예능 편성표를 보면서 저는 양보다 결이 다른 이야기 하나가 더 반갑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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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
성하기 G · 2026.08.07

예능은 유퀴즈 정도만 봐서 잘 모르겠네요

짜고미 G · 2026.08.07

성공한 포맷을 여러 채널이 나눠 갖는 방식이 너무 지겹습니다.

전남친 P · 2026.08.07

예능이 많아지는 건 반가운 일이지만 결국 시청자가 기억하는 건 숫자가 아니라 재미와 참신함인 것 같습니다. 비슷한 포맷 경쟁보다 새로운 시도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