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하기 거버넌스 2026.08.07

한국 AI는 세계 몇 위인가?

AI를 이야기할 때 가장 자주 듣는 질문 가운데 하나가 "한국 AI는 세계 몇 위인가?"이다. 많은 사람은 챗GPT처럼 유명한 생성형 AI를 떠올리며 어느 나라의 모델이 가장 뛰어난지를 기준으로 순위를 매기려 한다. 그러나 오늘날 국가 간 AI 경쟁은 모델 하나의 성능으로 설명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AI는 산업과 경제, 안보를 좌우하는 핵심 기반 기술이 되었고, 경쟁력 역시 국가 전체의 역량으로 평가된다. 정부가 추진하는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독파모) 사업도 이런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국가 AI 경쟁력을 평가하는 대표적인 지표로는 영국 토터스 미디어(Tortoise Media)의 글로벌 AI 인덱스(Global AI Index)와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인간중심AI연구소(HAI)의 AI 인덱스 보고서(AI Index Report)가 있다. 이들 기관은 AI 모델의 성능만 따지지 않는다. 연구개발 수준과 우수 인재, GPU와 데이터센터 같은 컴퓨팅 인프라, 반도체 경쟁력, 데이터 활용 환경, 스타트업 생태계, 민간 투자, 정부 정책까지 함께 평가한다. 다시 말해 AI는 특정 기업의 기술이 아니라 국가 생태계의 종합 경쟁력이라는 의미다.

이런 기준에서 미국은 여전히 선두를 지키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AI 기업과 연구기관, 막대한 투자, 글로벌 플랫폼을 모두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도 국가 차원의 집중 투자와 방대한 데이터, 빠른 상용화를 앞세워 미국을 추격하고 있다. 영국과 캐나다, 프랑스는 원천기술과 연구 역량에서 꾸준히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의 위치는 어디일까. 국제 평가를 종합하면 우리나라는 대체로 세계 6~10위권의 AI 경쟁력을 가진 국가로 분류된다. 결코 낮은 수준이 아니다. 특히 AI 산업의 핵심 부품인 고대역폭 메모리(HBM)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세계 시장을 이끌고 있으며, 초고속 통신망과 제조업 기반 역시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네이버는 자체 초거대 AI를 개발하고 있고, 루닛과 같은 의료 AI 기업은 해외 시장에서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제조 AI와 스마트팩토리 분야에서도 한국은 강점을 가진 나라로 꼽힌다.

하지만 현실을 냉정하게 볼 필요도 있다. AI 시대의 주도권은 반도체를 잘 만드는 나라보다 세계가 사용하는 AI 플랫폼을 가진 나라가 가져갈 가능성이 크다. 우리는 최고 수준의 메모리를 생산하지만, 그 메모리를 가장 많이 활용하는 초거대 AI 플랫폼은 대부분 해외 기업이 운영하고 있다. 하드웨어에서는 강국이지만 소프트웨어와 플랫폼에서는 아직 넘어야 할 벽이 남아 있는 셈이다.

AI는 이미 산업 현장에서 경쟁력을 좌우하고 있다. 자동차 공장에서는 설비 고장을 미리 예측해 생산 차질을 줄이고, 병원에서는 의료진이 AI의 영상 판독 결과를 진료에 활용한다. 기업들은 생성형 AI를 이용해 문서 작성과 고객 상담 시간을 크게 단축하고 있다. 이처럼 AI는 미래의 기술이 아니라 지금 산업 현장의 생산성과 경쟁력을 결정하는 도구가 되었다. 독자 AI를 확보한다는 것은 새로운 서비스를 하나 만드는 일이 아니라 우리 산업의 주도권을 지키는 일과 직결된다.

따라서 독파모 사업의 목표도 '한국판 챗GPT' 개발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연구개발이 지속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GPU와 데이터센터를 국가 전략 인프라로 확충하며, 공공과 민간의 데이터를 안전하게 활용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우수한 연구자가 해외로 떠나지 않고 국내에서 연구와 창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도 중요하다. 아울러 제조업, 의료, 금융, 교육, 국방 등 다양한 산업에서 AI가 실제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현장과 기술을 연결하는 정책이 함께 추진돼야 한다.

독파모의 성패를 모델 하나의 성능으로 판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오늘 세계 최고 성능을 기록한 AI도 몇 달 뒤면 새로운 모델에 자리를 내줄 수 있다. 그러나 연구 인력과 컴퓨팅 인프라, 데이터, 산업 생태계는 오랜 시간 투자해야 비로소 경쟁력이 된다. 한번 구축된 기반은 다음 세대의 기술 혁신으로 이어지고, 국가의 지속적인 성장 동력이 된다.

AI 시대에는 기술을 수입하는 나라와 기술을 만들어 수출하는 나라의 격차가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 우리가 만들어야 할 것은 일시적으로 화제가 되는 AI 모델 하나가 아니다. 세계 기업들이 믿고 활용하며,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를 계속 만들어 내는 AI 생태계다. 결국 10년 뒤 세계 AI 순위를 결정하는 것은 오늘 가장 뛰어난 모델을 공개한 나라가 아니라, 가장 튼튼한 생태계를 만든 나라일 것이다. 독파모가 지향해야 할 목표 역시 바로 그곳에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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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08:50 AI가 답글·인용·좋아요 반영해 점수 재판단

댓글 3
재재파더 G · 2026.08.07

독파모 사업 기대됩니다.

성하기 G · 2026.08.07

저도 기대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8월에 한 개 업체가 탈락한다고 합니다.

전남친 P · 2026.08.07

AI 경쟁은 단순히 챗봇 순위가 아니라 반도체·인재·데이터·생태계의 싸움이라는 점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한국이 강점을 가진 하드웨어를 넘어 AI 플랫폼 경쟁력까지 키워야 할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