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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상고 인용"…체면 되찾은 검찰·체면구긴 법원
대법, 법에도 없는 벌금형 선고한 항소심 판결 "파기"
입력 : 2017-12-22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대법원이 검찰의 비상상고를 받아들여 청탁을 받고 음주운전자를 풀어준 경찰간부에게 법에 없는 벌금형을 선고한 판결을 파기했다.
 
대법원 3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검찰총장이 직무유기죄로 기소된 송 모 전 경위에게 벌금형을 선고한 서울중앙지법 항소심 판결에 대해 낸 비상상고 청구를 받아들여 “원판결 중 벌금형으로 피고인을 처단한 부분을 파기한다”고 판결했다고 22일 밝혔다.
 
재판부는 “형법상 직무유기죄는 ‘공무원이 정당한 이유 없이 그 직무수행을 거부하거나 그 직무를 유기한 때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3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원판결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3년 이하의 자격정지’ 중에서 피고인에 대한 형을 선택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렇다면 법정형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은 벌금형을 선택해 피고인을 처단한 원판결은 심판이 법령에 위반한 경우에 해당한다”며 “원판결 중 벌금형으로 피고인을 처단한 부분을 파기한다”고 판시했다.
 
강남경찰서 교통과 소속이었던 송 전 경위는 2015년 11월 서울 강남대로에서 교통단속을 하고 있던 중 같은 경찰서 소속 동료로부터 “논현파출소장 지인이 음주운전에 단속됐으니 알아봐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송 전 경위는 사건을 파악한 뒤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고 동료의 부탁대로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운전자를 보내줬고, 뒤늦게 이 사실이 드러나 지난 1월 직무유기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송 전 경위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으나, 항소심은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했다. 형법 122조는 직무유기죄가 인정될 경우 법원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3년 이하의 자격정지’를 선고하도록 정하고 있다. 벌금형은 법적으로 선고할 수 없다. 그러나 항소심은 법을 위반해 벌금형을 선고한 것이다. 이 사건은 검찰과 송 전 경위 모두 상고를 포기해 지난 7월8일 상고기간이 지나면서 판결이 확정됐다.
 
대법원이 비상상고가 이유가 있어 형소법 446조 1호에 따라 원판결 중 법령에 위반된 부분을 파기했지만 원판결이 송 전 경위에게 불리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송 전 경위가 다시 재판을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 관계자도 “원판결의 위법성을 명확히 지적해 둠으로써 향후 동일한 잘못이 재발하는 것을 막고 법령적용과 법령해석의 통일을 도모한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해서 송 전 경위가 받은 원판결의 효력이 없어지는 것도 아니다. 유죄가 인정돼 벌금형을 선고받고 형이 확정됐기 때문에 그에 따른 공무담임권 등의 제한 등 불이익은 유지된다.
 
한편, 항소심 재판부가 법에도 없는 벌금형을 선고한 것을 두고 법조계에서는 여러 말이 돌았다. 실수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초보적인 실수였기 때문이다. 송 전 경위의 변호를 맡은 박 모 변호사에게 시선이 쏠렸다. 박 변호사는 부장판사 출신으로 5년 전에 개업했다. 항소심 재판장과 고향이 가깝고 같은 대학 같은 과다. 나이는 항소심 재판부 재판장보다 송 전 경위의 변호사가 5살 적지만 사법연수원 기수는 송 전 경위의 변호사가 오히려 1기수 선배다. 같은 법원에서 근무한 인연도 있다. 무리하게 전관예우를 해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지금까지도 나오는 이유다. 
 
대법원 조형물 '정의의 여신상'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최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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