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항공보안법상 항공기항로변경죄 등 혐의로 기소된 조현아 정 대한항공 부사장이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까지 간 끝에 집행유예를 확정받았다. 대법원에 상고한 지 2년6개월만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21일 조 전 부사장에 대한 상고심에서 항공기 항로 변경으로 인한 항공보안법 위반 부분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을 유지,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번 사건의 쟁점은 항공기의 지상 이동 경로가 항공보안법 42조의 '항로'에 포함되는지 여부였다. 항공보안법 42조는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운항 중인 항공기의 항로를 변경해 정상 운항을 방해한 사람은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항공기의 지상 이동 경로를 '항로'로 볼 경우 조 전 사장은 항공보안법도 위반한 것이기 때문에 형이 가중된다. 그러나 '항로'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항공보안법에 정의하고 있지 않아 해석상의 문제가 생긴 것이다.
대법관 10명의 다수의견은 항공기의 지상 이동 경로는 항로가 아니라고 봤다. 재판부는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서 항로는 '항공기가 통행하는 항공로'로 정의돼 있고 다른 법률이나 실제 항공기 운항 업무에서 항로가 하늘길이라는 뜻에서 벗어난 의미로 사용된 예는 찾을 수 없다"며 "그런데도 유달리 항공보안법에서의 항로가 지상 이동경로를 포함하는 용어로 사용됐다고 볼 입법자료를 찾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법 제정 과정에서의 국회 논의를 보면 항공법은 우리나라가 가입한 국제협약에 따라 민간 항공기 대상범죄에 대한 가중처벌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입법됐는데, 그 국제협약 어느것도 지상 항공기 경로를 변경하는 행위를 항공기 대상 범죄로 언급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 입법자가 그런 행위를 처벌하려는 의도가 있었다면 지상의 길이라는 뜻이 없는 항로 대신 다른 용어를 사용하거나 명확한 정의규정을 두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대법관 3명은 "항공보안법이 지상의 항공기도 운항중이 된다고 의미를 넓혔기 때문에 운항 중인 항공기가 다니는 길이면 지상과 공중을 불문하고 항로로 새겨도 해석 가능한 범위를 벗어나지 않아 죄형법정주의를 위반했다고 볼 수 없고, 지상의 항공기 경로를 함부로 변경하는 과정에서 다른 항공기나 시설물에 부딪혀 대형 참사가 야기될 위험이 크기 때문에 안전운항을 위협하는 행위를 징역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장역으로 엄벌하기 위해 마련된 본죄로 처벌할 필요가 있다"며 "항공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은 파기돼야 한다"고 반대의견을 냈다.
조 전 부사장은 지난 2014년 12월 미국 뉴욕 JFK국제공항에서 출발하는 대한항공 여객기에서 일등석 서비스를 하는 승무원에게 화가 나 비행기에서 내리라고 하고 기장에 연락해 비행기를 세우라고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기장은 여객기의 푸시백(그때까지 22초간 17m 후진)을 멈추고 탑승교로 돌아왔고 비행기는 조 전 부사장이 문제 삼은 객실사무장이 내린 후 다시 출발했다.
1심은 회항 당시 기장이 지상에서 돌린 '17m' 거리를 항로로 인정하고 조 전 부사장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은 항로의 사전적 정의는 항공기가 다니는 하늘길이고 피고인에게 불리하게 넓게 해석할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항로변경에 대해서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항공기 내 폭행, 업무방해, 강요에 대해 유죄로 판단하고 조 전 부사장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당시 구속 상태였던 조 전 부사장은 항소심 선고와 함께 풀려났다.
대법원은 약 2년 반 동안 조 전 부사장 사건을 심리하다가 쟁점인 이륙을 위해 지상에서 운항 중인 여객기를 탑승구로 되돌아가게 한 조 전 부사장 행위가 항공기의 항로 변경에 해당하는지를 정확히 따지기 위해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넘겼다.
김명수 대법원장을 재판장으로 한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21일 선고를 내리고 있다. 사진/대법원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