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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채굴기' 미끼, 2700억 국제 사기조직 검거
유명 가수 앞세워 투자자 모집…54개국 1만8000명 피해
입력 : 2017-12-20 오후 5:15:09
[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가상화폐 ‘붐’에 편승해 54개국 투자자들을 속여 투자금 2700억원을 가로챈 국제적 사기조직이 검찰에 검거됐다.
 
'채굴기'는 가상화폐 '이더리움'을 새로 획득하는 과정에서 암호 같이 복잡한 절차를 진행해 주는 고성능 컴퓨터다. 이번 사건은 가상화폐 채굴기를 직접적인 매개로 한 첫 대규모 범죄 적발이다.
 
인천지검 외사부(부장 최호영)는 20일 미국에 회사를 차려놓고 가상화폐 채굴기를 구매하면 고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속여 한국과 미국, 중국 등 총 54개국 1만8000여명의 돈을 가로챈 검은머리 외국인 18명을 구속기소하고 3명을 불구속 기소하는 등 총 21명을 재판에 넘겼다고 밝혔다. 재판에 넘겨진 사람 중에는 유명 가수 P씨도 포함됐다. P씨는 국내외서 투자자를 모집하는 홍보담당 계열사 대표로 일했다.
 
검찰은 국외 도피 중인 업체 회장 등 내·외국인 7명에 대해 인터폴 적색수배와 여권무효화 조치 및 범죄인인도요청을 하고 국내에서 도주 중인 최상위사업자 4명을 지명 수배 중이다. 붙잡힌 사기업체 회장 수행비서 등 4명에 대해서는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A씨 등 검은머리 외국인들은 미국에 법인 A사를 설립한 뒤 한국에 계열사를 열었다. 계열사는 자금관리회사와 전산관리회사, 고객관리회사, 채굴기설치운영회사, 홍보담당회사, 신종 가상화폐 제작?판매회사 등 웬만한 대규모 전문투자그룹 못지않게 구성됐다.
 
A씨 등은 다단계 사업자들을 통해 투자자를 모으면서 “A사 채굴기를 구매하면 한 달에 2~3개 정도의 이더리움이 채굴된다. 6개월 내에 원금 회수가 가능하고 고수익을 얻을 수 있다, 구매한 채굴기로 채굴되는 이더리움 양은 매일 프로그램을 통해 확인이 가능하다”고 속였다.
 
이후, 전산관리회사가 실제로 가상화폐가 채굴되는 것처럼 조작된 전산 프로그램을 개발해 허위 전산자료를 피해자들에게 제공하면 각 계열사들이 유기적으로 움직이면서 투자금을 가로챘다.
 
A씨 등 주범들은 미국 및 일본 등 국외에서 뿐만 아니라 서울, 인천, 부산 등 전국적인 다단계 판매 조직을 구성하고, 조직 최상위 사업자들을 중심으로 운영위원회를 조직해 회사 영업 지침을 지시하고 전달했다.
 
이 과정에서 사업자들을 채굴기 판매 대수에 따라 1~5 스타로 나누어 직접판매수당, 그룹판매수당, 채굴수당 등 각종 수당을 지급하는 전형적인 다단계 수법을 이용했다. 1년 동안 5스타(7명)에게는 최소 3억5000만원에서 최대 40억원을, 4스타(37명)에게는 최소 1억원에서 최대 12억8000만원을 수당으로 지급하는 등 총 570여억원을 다단계 수당으로 지급했다.
 
이와 별도로 실적 우수자에게 벤츠, 제네시스 등 고급 승용차, 롤렉스, 순금 목걸이 등을 제공했다. 또 세를 과시하기 위해 하와이나 라스베이거스 등지에서 전 세계인을 상대로 호화 워크숍을 열었으며, 지난 8월에는 국내 5성급 호텔에서도 투자자를 모집했다.
 
주범들은 계획적이고 조직적으로 수사당국의 눈을 피했다. 채굴기 판매대금을 해외 A사 계좌로 직접 송금받거나, 국내에서 채굴한 가상화폐와 편취자금으로 구매한 가상화폐를 주범 처 등의 해외 가상화폐 계좌로 이전하는 방법으로 자금 추적을 어렵게 했다. 일부 구속된 다단계 상위사업자들은 수억원의 이득을 보고도 피해자인 척 공범들을 고소해 수사에 혼선을 초래하기도 했다. A씨 등은 가치 없는 모조 코인을 만들어 채굴기 구매자들에게 수익으로 지급한 가상화폐와 교환 판매, 40여억원을 추가 편취해 피해자를 두 번 울렸다.
 
검찰 관계자는 "주범들이 도피한 미국에서 현재까지도 계속 범행하고 있어 피해규모가 확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 "가상화폐는 가격이 급등락을 반복하며 수익 구조가 불안정하고 가상화폐 채굴에 들어가는 비용 및 시간이 계속 증가해 수익성이 감소하는 상황임에도 가상화폐 투자 과열 현상은 심화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다단계 사기와 같이 다수 피해자가 있는 경우 개별적인 피해회복 절차 진행이 어려우므로 범죄수익규제법상 몰수추징을 위한 보전조치 규정을 준용해 피해회복을 위한 보전조치가 가능하도록 범죄피해재산 보전절차 특례 규정 신설 등 입법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래픽/최원식 뉴스토마토 디자이너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최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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