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대법관 후보로 제청된 안철상 대전지법원장(왼쪽)과 민유숙 서울고법 부장판사. 사진/대법원
[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김명수 대법원장이 김용덕·박보영 대법관의 후임으로 안철상 대전지법원장과 민유숙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문재인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했다. 두 사람 모두 고위 현직 법관으로, 이번에도 대법원 재판부 구성의 다양성 면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대법원은 16일 “김 대법원장이 헌법 104조 2항에 따라 문 대통령에게, 임기만료로 퇴임한 김용덕, 박보영 대법관의 후임 대법관으로 안 법원장과 민 부장판사를 각각 임명 제청했다”고 밝혔다.
민 부장판사가 대법관으로 임명되면 김영란·전수안·박보영·김소영·박정화 대법관에 이어 다섯번째 여성대법관이 된다. 기대를 모았던 순수 변호사 출신 대법관 탄생은 이번에도 좌절됐다.
안 법원장은 경남 합천 출신으로 대구고와 건국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사법연수원을 15기로 수료한 뒤 마산지법 진주지원 판사로 법관생활을 시작했다. 부산지법 판사, 부산 고법판사, 대법원 재판연구관, 서울행정법원 부장판사, 대법원장 비서실장,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거쳐 지난해 2월 대전지법원장으로 취임했다.
적극적인 추진력과 전체를 아우르는 리더십으로도 정평이 나 있다. 소탈하고 부드러운 성품으로 법관들과 직원들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법원 안팎에서는 해박한 법률지식과 뛰어난 실무능력을 갖춘 정통 법률전문가로 평가받고 있다. 약 30년간 각급 법원에서 민사·형사·행정 등 각종 재판업무를 두루 담당했다.
특히 행정법 분야와 민사집행 분야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전문가로 정평이 나 있다. ‘행정소송의 이론과 실무’ 집필에 주도적으로 참여했으며, 행정판례연구회의 부회장을 역임했다.
민사집행 분야에서는 법원 내 민사집행법연구회 회장으로 활동했으며, 현재 사단법인 한국민사집행법학회의 회장으로 재직 중이다. ‘법원실무제요 민사집행·비송’의 개정판 집필 작업을 주도했다. 언론법연구회 회장도 역임했다.
국민의 기본권 보장과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판결을 많이 내렸다. 2005년 행정기관의 확약도 행정처분에 해당한다는 선도적 판결을 선고해 국민의 권리보호 범위를 확장했다. 2007년에는 암 수술 이후 복무에 장애가 없음에도 비자발적인 전역처분을 한 것은 위법하다는 첫 판결을 내려 직업군인의 직업상 권리를 보장했다.
미얀마 출신 민주화 운동가에 대한 난민 인정과 ‘품행 미단정’을 이유로 귀화불허처분을 받은 재중동포 여성의 귀화를 인정했다. 노랫말에 ‘술’이 들어간다는 이유로 해당 노래를 청소년 유해매체로 지정한 여성가족부의 처분을 취소하는 판결을 선고하기도 했다.
민 부장판사는 서울 출신으로 서울 배화여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사법연수원 18기로, 인천지법 판사를 시작으로 법관의 길을 걸었다. 서울가정법원 판사, 서울지법 판사, 서울고법 판사, 대법원 재판연구관,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등을 역임했다. 이후 대전고법 부장판사를 거쳐 서울고법 부장판사로 근무하고 있다. 2015년에는 서울가정법원 수석부장판사(직무대리)로도 재직했다.
뛰어난 업무능력과 사회에 대한 깊은 이해를 겸비한 법률가로 평가받고 있다. 5년간 대법원 재판연구관으로 근무하면서 민사조와 형사조 조장을 맡아 여러 복잡한 사건에 대한 연구를 담당하는 등 법률 분야 전반에 걸쳐 뛰어난 실무능력을 갖추고 있다. 법원실무제요 민사 및 가사 편의 발간위원으로 참여해 실무를 통해 축적한 지식을 이론적으로 정립함으로써 재판 실무의 발전에도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다.
특히 2013년부터 2년간 서울고등법원에서 성폭력전담재판부를 담당한 유일한 여성재판장 출신이다. 여러 사건을 통해 성폭력피해자 보호를 위한 재판절차 발전에 공헌하고, 성폭력 범죄자에 대한 공정하면서도 엄정한 양형으로 소수자·약자 보호에 기여했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2013년과 2015년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에서 시상하는 ‘여성인권보장 디딤돌상’을 수상했다.
2010년부터 2년간 ‘세계여성법관회의 아시아·태평양 지역회의’ 이사직을 역임했다. 2012년부터는 여성과 아동, 장애인 등 소수자의 법적 권리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대법원 산하 젠더법연구회의 회장으로 활동했다. 2012년 세계여성법관회의 런던회의에 참가해 우리나라의 소수자 권리 보호 현황에 대한 국제적 이해를 돕고 교류의 폭을 넓혔다.
원만하고 합리적이며 생각이 다른 사람과도 언제든지 소통할 수 있는 넉넉한 인품을 보유해 선후배와 동료 법조인, 직원들의 신망과 존경을 받고 있다. 재판 과정에서는 당사자의 주장을 아주 사소한 부분까지 경청해 재판 당사자들로부터 많은 신뢰를 받고 있다.
대법원은 이날 “김 대법원장은 대법관 구성의 다양화를 요구하는 국민의 기대를 각별히 염두에 두고, 사회 정의의 실현 및 국민의 기본권 보장에 대한 의지,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 보호에 대한 인식, 국민과 소통하고 봉사하는 자세, 도덕성 등 대법관으로서 갖추어야 할 기본적 자질과, 합리적이고 공정한 판단능력, 전문적 법률지식 등을 고려해 안 법원장과 민 부장판사를 임명제청했다”고 설명했다.
헌법상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되어 있다. 따라서 문 대통령이 안 법원장과 민 부장판사에 대한 임명제청을 받아들이면 인사청문회를 거쳐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두 사람이 인사청문회를 통과하면 김 대법관과 박 대법관이 퇴임하는 내년 1월쯤 임명될 것으로 보인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