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김재형 대법관이 이명박·박근혜 정권 기간 동안 ‘국정원 여론 조작’을 주도한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사건의 재상고심 주심을 맡았다. 조만간 본격적인 심리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관계자는 8일 “최근 원 전 원장 사건이 김 대법관에게 배당됐다”고 밝혔다. 대법원 역시 전자식으로 사건이 배당된다. 때문에 배당 전에는 어느 대법관이 사건의 주심이 될지 모른다. 다만, 배당 후 사건 관계자와 연고관계 등이 있어 사건을 맡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판단될 경우 다시 재배당된다.
주심 대법관이 정해졌다고 해서 심리가 바로 시작되지는 않는다. 일단 사건 배당을 받은 대법관은 당사자들이 제출한 원심판결문과 상고이유서를 검토한다. 상고이유가 무엇인지, 기간은 준수했는지 등을 심사한 뒤 모든 요건이 충족된 경우 본격적으로 심리 절차에 들어간다. 사건에 따라 외국 사례 등에 대한 연구가 필요할 경우 주심 대법관은 재판연구관들에게 연구를 지시해 심리에 참고한다.
학자 출신인 김 대법관은 이인복 대법관 후임으로, 지난해 9월5일 취임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 마지막으로 임명한 대법관이다. 현직에 있는 대법관들 가운데 소수의견을 가장 많이 내고 있어 진보 성향으로 분류된다.
김 대법관은 선거 관련 사건에 대한 판결로, 최근 사전선거운동 혐의로 기소된 설동근 전 부산교육감에 대한 상고심에서 "선거운동이라는 것은 당선 또는 낙선을 도모한다는 뚜렷한 목적이 인정돼야 하지만, 설 전 교육감의 경우 공소사실 상당 부분이 선거일 한참 전에 발생해 낙선 또는 당선의 목적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또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국민의당 총선 예비후보였던 배모씨에 대한 상고심에서는 "예비후보 등록일에 근접해 문자를 전송한 경우 직접 선거를 언급하거나 지지를 호소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지 않더라도 그 시점과 방법, 경위, 상대방 등에 비춰 선거운동이라고 볼 수 있다"고 판시, 공소사실 중 일부만 무죄로 판단해 벌금 5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원 전 원장은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국정원 직원 등을 동원해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와 반대 댓글을 달도록 지시해 선거에 영향을 미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1심은 2013년 공직선거법 위반·국정원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원 전 원장에 대해 정치 개입(국정원법 위반) 혐의는 유죄, 대선 개입(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무죄로 보고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까지 유죄로 보고 징역 3년을 선고하며 원 전 원장을 법정 구속했다.
판결은 대법원에서 다시 뒤집혔다. 2015년 7월 대법원은 핵심 증거들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근거가 부족하다며 사건을 다시 서울고법으로 파기환송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7부(재판장 김대웅)는 지난 8월30일 원 전 원장에 대한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4년에 자격정지 4년을 선고했다. 동시에 보석허가를 취소하고 검찰로 하여금 재구금시켰다.
원 전 원장은 이에 불복해 지난 9월1일 재상고했다. 검찰도 양형 부당 등의 이유로 같은 달 4일 재상고했다.
원 전 원장은 이와는 별도로 국정원 사이버 외곽팀을 운영해 국내 여론을 조작할 것을 지시하고, 외곽팀에게 국정원 예산으로 활동비용을 지급한 혐의(국고 등 손실) 등 국정원 여론 조작 사건 전반에 대해 수사를 받고 있다.
김재형 대법관이 지난해 9월5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대법관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