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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짓밟힌 학습권, 대책 없나)①아침마다 목숨 거는 '곡예 등교'…50km 등굣길 다녀 보셨나요
시간 길어 등교 중 '볼일' 불가피, 도로변에서 기저귀 교체 '위험천만'
입력 : 2017-11-01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특수학교에 다니는 장애아동과 학부모에겐 등하교가 전쟁이다. 매일 2~3시간씩 걸리는 등굣길은 고난의 연속이다. 특수교육 대상자는 갈수록 늘고 있지만 정작 필요한 특수학교 설립은 지지부진하다. 고통은 온전히 장애아동과 학부모의 몫이다. 교육당국이 의지를 갖고 나선다 해도 쉽지가 않다. 특수학교를 마치 혐오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일부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히기 일쑤다. 이들에겐 장애아동 학부모들의 눈물 섞인 호소나 애원도 통하지 않는다. 정부는 무엇을 할까. 대책은 없는가. <뉴스토마토>는 짓밟히고 있는 장애아동들의 학습권 침해 실태와 확보 방안을 3회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주)
 
서울의 한 특수학교 교사와 학부모가 31일 오전 교정에서 학생을 휠체어에 태우고 있다. 사진/신태현 기자
 
A씨(46)는 특수학교 고3 아들 B군을 둔 어머니다. B군은 뇌병변 1급의 지체 장애인으로 배변과 섭식을 스스로 할 수 없는 처지다. 원래 모자는 서울 구로구에 있는 특수학교와 자가용으로 10분 거리에 살았지만, 사정상 고양시로 이사를 갔다. 처음 이사했을 땐 가까운 특수학교를 보내려고 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몇 군데 없는 특수학교는 계단이 있어 휠체어로 다니지 못하거나, 지체장애 특성에 맞는 프로그램이 없었다. 이후 A씨는 2년 동안 편도 25km의 등교길을 1시간 걸려 달리고 있다.
 
등교 하는데 편도 2시간 반
 
“많을 때는 2시간 반 걸리기도 했어요. 오전 시간은 차 안에서 날리고 학교에서는 2교시만 하고 집으로 다시 왔어요. 학교로 점심 먹이러 간 기분이었어요.”
 
시간이 오래 걸리다보니, 아들은 차 안에서 배변을 보는 경우가 잦다. 기저귀를 착용시키기는 하지만, 갈아주지 않고 내버려두면 피부에 좋지 않다. 그래서 등교 도중 도로가 막혀 30~40분 더 운전해야 할 것 같으면, 비상등을 켜고 도로변에 하차해서 기저귀를 갈아준다. 위험천만하다고 느끼는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피부도 피부지만, 그렇지 않아도 안 좋아진 컨디션이 더 안 좋아질 것 같아서 바로 갈아줄 수 밖에 없어요.”
 
통학으로 아동 건강 악화
 
A씨는 장거리 통학 때문에 아들의 건강이 악화된 것 같아 속상하다. 14년 동안 뇌전증 증세가 없다가 올해 재발해 약을 다시 먹기 시작했다. 또 늦어도 아침 7시 40분에는 출발하는 생활로 인해 피곤에 찌들어 여기저기 부딪히는 일도 잦아졌다. 이전에는 수업에 잘 참여했지만, 하품과 침 흘리기를 반복하기도 한다.
 
“의사 선생님도 이전보다 아이의 체력이 더 떨어지고, 몸을 컨트롤할 수 없는 상태라면서 장거리 등교 영향 가능성을 말씀하시더라고요.”
 
A씨는 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일 때 특수학교를 불편하게 다니던 기억도 떠올렸다. “당시에는 학교와의 거리가 조금 멀었고 제가 임신 중이기도 해서, 택시를 타고 아들을 스쿨버스 정류장에 데려다주고, 하교 시간에는 장애인 콜택시를 이용했어요.”
 
장애인 콜택시는 무용지물
 
장애인 콜택시(장콜)는 하교가 아닌 등교 시간에는 ‘무용지물’인 교통수단이었다. 탑승 시간이 30~40분 늦어져 등교 시간 어기는 경우가 잦지만, 그렇다고 장콜을 불러놓고 다시 일반 택시를 부르지도 못한다. 장콜 회사들의 ‘블랙리스트’에 올라 불이익을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아들이 2학년이 될 무렵, A씨는 운전하는 법을 익히고 가족은 학교에서 10분 거리로 이사를 갔다.
 
고통스러운 통학 길은 B군 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한국장애인부모협회 서울지부의 정순경 부대표는 “서울 마포구에 있는 D 특수학교 역시, 고양시나 경기 구리에서 오는 학생들이 있다“고 말했다. 장애 특성에 맞는 인프라와 교육 프로그램을 갖춘 학교를 찾기 어려워 벌어지는 현상이다.
 
적응 어려워 중학교 가야 특수학교 입학
 
학부모 중에는 일반 학교에서 특수학급(특수반)과 통합학급(일반 교실)을 오가는 통합교육을 시키려는 사람도 있지만, 아이가 적응하기 쉽지 않다. 초등학생일 때까지는 특수학급에 자녀를 보내다가, 중학생 때부터 특수학교로 입학시키는 경향이 있다.
 
그러다보니 문제 행동이 많은 정서장애 내지 지체장애 학생 중에는 ‘순회학급’으로 수업을 듣는 경우도 있다. 순회학급은 1주일에 2번 학교 선생님이 학생의 집을 방문하는 형태로, 원래는 건강이 안 좋은 학생의 수업권을 보장하려는 취지이지만 특수학교를 못 구한 학부모가 이용하기도 한다.
 
또래 역할은 부모도 교사도 못해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서울정애학교의 경우 20명 넘는 지체 장애 학생이 순회학급으로 수업을 듣고 있다. 정 부대표는 “또래 문화는 부모도 선생님도 못해주는 것인데, 순회학급 학생은 이를 누릴 기회 자체가 없는 것”이라며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 12년이 아이의 인생에서 가장 좋은 환경”이라고 말했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신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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